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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김춘희의 수필-두번째 인생
김춘희의 수필-두번째 인생
2021년03월23일 14:31   조회수:336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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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두번째 인생

김춘희

 


두번째 인생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보통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에는 어려울법한 일이나 도전을 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올해에 들어서서부터 친구들끼리 서로에게 이 위로의 말을 해주는 웃픈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예를 들면 “괜찮아, 나이는 숫자에 불과해. 20대나 30대나 다름없어, 마음가짐만 젊게 가지면 되지. ” 이런 식으로 말이다.

 인생 선배들이 보면 아마 “아직 젊고 파릇파릇한 것들이 뭐 벌써 나이 타령이냐” 하며 코웃음을 칠 수도 있겠지만 살아온 해수의 앞자리가 바뀌는 90년생에게는 력사적인 한 해가 아닐 수 없다. 기대와 걱정, 설렘과 불안 등 복합적인 감정들로 마음은 싱숭생숭하기 그지없다.

사실 나는 10대에서 20대로 배를 갈아탈 때는 이런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 지겹도록 이어진 학교수업과 공부에 드디어 종지부를 찍고 대학교에 입학한 후, 그 전과는 완전히 다르게 펼쳐진 새로운 세상에서 자유를 만끽하였다. 내 삶의 주도권을 움켜쥐고 대학교는 물론 회사생활도 나름 기대 이상으로 잘 살아왔다. 어쩌면 오래도록 이러한 삶을 기다렸기에 오히려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똑같은 24시간이여도 사람마다 그 시간을 달리는 속도가 천차만별이고 또한 삶의 매 순간마다 그 속도는 다르게 느껴질 것이다. 빠듯하게 꽉 채운 수업스케줄과 산더미처럼 쌓이는 숙제무덤 속에 호흡곤란이 오는 학창시절에는 하루가 열흘인 것처럼 거북이걸음으로 걸었다.

그러다 고대하던 20대가 되니 누군가에게 등 떠밀리듯 달리기 시작했고 선물처럼 주어진 자유도 잠시, 여유롭게 주변의 풍경을 감상할 틈도 없이 가속도가 붙었다. 분명 원했던 어른의 삶이 맞는데 마치 동영상을 빨리감기로 보듯이 숨이 차다.

그렇게 달리다 보니 생각보다 빨리 30대에 접어들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두번째 인생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결혼, 출산, 육아, 직장, 그리고 이에 따른 각종 코스플레이.

사실 주변의 친구들 중에 좀 일찍 이런 삶의 궤도에 올라 탄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겉으로 보면 행복한 가정, 주머니에 넣고 다니고 싶을 정도로 예쁜 아이, 그리고 직장생활까지 섭렵한 완벽한 위킹맘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슴속 깊숙이 묻혀있는 어린 자아의 모습은 빛을 보지 못하고 발버둥치고 있다. 그래서 나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설렘보다는 불안이 앞섰다.

나이라는 숫자가 주는 두려움보다 그 숫자 뒤에 따라오는 역할과 책임이 더 무겁고, 점점 더 가속화하는 삶의 질주에 나의 모습을 잊어버리지는 않을 가 겁이 났다.

하지만 인간은 이런 성장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삶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린 자아는 더욱더 강해질 것이다. 나 또한 30대의 서막을 알리는 이 시점에서 미리 겁에 질려 도망치거나 피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이하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분명 나 혼자가 주인공이였던 때와는 다르게 두번째 인생은 쓴 맛이 있기에 더 달콤한 순간들로 가득 찰 것 같다. 더 빨라진 속도로 놀랄 틈도 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템포에 맞추어 순간순간을 저장하고 기억할 것이다.

그러다가 또 예상보다 더 일찍 40대에 도착해있을 것이고 그때는 또 다른 근심걱정이 기다리고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보다는 더욱 침착하고 담담한 모습으로 반길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가슴속에는 젊음으로 들끓고 있을 것이다.김춘희.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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