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갑(외1수)
홍영빈
동갑
모든 인생들 세상에 올 적에는
실수 없이 차례대로 왔건만
갈 때는 앞뒤를 가리지 않고
순서 없이 나름대로 가곤 하니
생사를 두고 어찌 생각해 보면
저 세상엔 안식하는 죽은 동갑들
이 세상엔 바삐 도는 산 동갑들
다행
가령 인생마다
똑같은 면모로 만들어 졌다면
무슨 재미로 살랴
만약 목숨마다
화 없는 복만 타고났다면
일은 해서 무엇 하랴
가령 생존마다
불로장생 한다면
새 생명 생겨선 무엇 하랴
만약 생령마다
앞날을 다 알도록 됐다면
과학이 무슨 필요 있으랴
하늘 끝이 있고 없는 모순의
양극 사이에서 생긴 우리라 하니
그 어찌 쓸모가 없으랴
침으로 다행이다
살고 죽는 이세상에 온 것이
웃고 울며 가는 세월을 산다는 것이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1장 <세상과 세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