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월(외2수)
강희선
풍월
바람이 스쳐가는 이 밤
찰랑이는 은하수에
휘청이는 달빛
쪽배에 실려
흘러흘러 가는 그 곳
수면위에 반짝이는
고기떼들은
은빛실을 바늘에 꿰어
밤새 바람의 이야기를
한땀한땀 수놓는다
환희
가자
저 불빛 밝은 곳으로
음악과 탱고가 익어가는 곳으로
네온빛 밝은 젊은 거리로
음악에 맞춰 탱고를 추는
무리들 속으로
그 속에서
인간의 살 내음을
맡아보자
태우고 있는 열정에
갈채를 보내고
페부 속에 숨어
썩고 있는 언어들을 깨워
아름다운 목청에 얹혀
노래로 부르자
밤과 달
검은 파도를 타고
떠난 항행의 끝은 아득해 아득해
별과 함께라면 아늑할 것 같은데
시린 빛에 마음만 산란하네
흔들리는 바람 따라
나침판 없이 떠가다 떠가다
제자리만 맴돈 시간은 깊어만 가고
떠오르는 네 얼굴에 감회가 깊구나
어디까지 흘러왔을까
되돌아 갈 길 잃어버린 채
창백하게 질려 질려서
묵창에 하얗게 핀 들국화 한송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