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 [지역변경]
업체입주
위챗으로 스캔하기
업체입주
등록
위챗으로 스캔하기
등록하기
포스트  >  좋은 글  >  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개와 B군 그리고 나
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개와 B군 그리고 나
2021년02월05일 15:14   조회수:378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ZOA Post Icon-02.pngZOA Post Icon-03.pngZOA Post Icon-04.pngZOA Post Icon-06.pngZOA Post Icon-05.png

   

벽소설

개와 B군 그리고 나

박일

 

개와 B군 그리고 나

 

사흘째 B군이 앓아서 출근 못한다기에 나는 병문안하러 B군네 집을 찾아갔다. 그의 집은 공장주택구에 있는 단층집이었다. 나는 뜨락으로 들어가는 큰 대문을 조심스레 열며 먼저 얼굴부터 빠끔히 들이밀었다. B군네 개가 무서워서였다. 두달전에 B군이 집을 새로 장식했다고 하길래 집구경을 오게 되었었는데 멋모르고 대문에 들어서는 순간, 거의 송아지 만큼이나 큰 시누런 개가 으르렁거리며 눈에 독기를 뿜더니 슬금슬금 나한테로 접근해 오는 것이었다. 마침 B군이 뜨락에 나와 있었기에 다행이지 아니었더라면 그날 나는 영낙없이 큰 봉변을 당했을 것이다. 나는 어릴적부터 개라하면 제일 무서워했다. 황차 개한테 물려 미친개병이라도 걸리면 암이나 에이즈 보다도 더 빨리 저세상으로 쫒겨간다고 하지 않는가.

내가 신경을 곤두세우고 살펴보아도 개는 보이지 않았다. 에헴! 에헴! 하고 인기척을 여러번 내도 어느 보이지 않는 구석에서 으르렁거리는 가슴이 조여드는 소리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래서 뜨락으로 발볌발볌 조심스레 들어선 나는 재빨리 출입문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언제 “주인 계셔요?”하는 따위의 인사치레 같은건 목에서 내뱉을 겨를도 없이 다급히 출입문 쥐개부터 잡아당겼다. 뜨락 어디서 그 놈의 개가 불쑥 뛰쳐나와 나의 뒤다리를 냉큼 물어뜯을가봐 그랬다. 그런데 출입문을 벌렁 여는 찰나, 으-아악! 나의 눈에 박힌 두 눈알은 꼭 같이 흰자위만 밖으로 향하게 되었다. 글쎄 시누런 털이 부시시한 흉물스러운 개가 방안에서 불쑥 내 몸에 와 덮쳐들었던 것이다. 어느 사이 앙칼진 두 발이 나의 양 어깨를 짚었는데 쩍 벌어진 시뻘건 아가리가 나의 코앞에서 언뜰거리더니 톱날같은 흰 이가 나의 이마에 홧살처럼 꼿히 는 것 같았다. 나는 두눈을 꼭 감은채 그 자리에 굳어져버렸다. 그저 얼핏 머리를 차고 지나가는 것이 이젠 영낙없이 죽었구나 하는 생각뿐이었다.

똑딱 똑딱 몇초가 지나 내가 죽지를 않고 다시 숨을 쉬게 되는데 갑자기 온 얼굴에서 열기가 확확 났다. 이마며 볼이며 코마루며 턱이며 여기저기서 진득진득한 액체같은 것이 흐르는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다시 눈을 서서히 뜨는 순간, 아싸! 이건 또 웬 일이냐? 그 놈의 개가 글쎄 나를 물지 않고 침이 게지지한 시뻘건 혀바닥으로 나의 얼굴을 부드럽게 핥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그때 B군이 안방에서부터 후닥닥 뛰쳐나왔다. 그는 태권도를 하듯 날쌔게 맨발을 날리며 개의 옆구리를 걷어찼다. 그제야 개는 나를 핥아주던 끔직한 동작을 멈추고 나의 어깨를 짚고 섰던 두 다리를 풀썩 땅에 내려놓는 것이었다.

“이거 과장님, 어디 몹시 상하지 않았습니까?”

B군은 후줄후줄 떨면서 나의 머리며 어깨며 조심스레 만져간다.

“으, 흐흐... 나 모 몰라, 어찌 된건지, 아 아니...”

한바탕 몸을 우수수 떨고난 나는 그제야 손을 가로 세로 저었다.

“에이, 당장 잡아치워도 시원찮을 개새끼...”

안도의 숨을 후- 내쉬던 B군은 아직도 나의 발등에 주둥이를 대고 있는 그 개를 발길로 또 한번 걷어찼다. 개는 끼잉- 하고 갑자르더니 눈치를 힐끔힐끔 보며 멀리쯤 도망을 갔다. 그래도 성차지 않은지 B군은 또 때리려고 손에 무엇이든 거머쥐려고 서둘렀다.

“이젠 관두라구, 내가 보기에 그 개가 보통 개는 아니구먼.”

나는 B군의 팔을 끌며 거실에 놓인 긴 쏘파에 가 앉았다.

“저 개가 아주 영리한 것 같네, 나를 물려고 덮쳐들다가 문득 저번에 한번 봤던 얼굴이 생각나는지 물지는 않고 대신 핥기만 한 것 같네.”

“그래도 덮쳐들려했으니 미련한 개죠.”

B군은 식은 땀에다 개 입안의 시뿌연 침까지 한 벌 발리운 나의 얼굴을 닦으라고 물티슈를 한 장 뽑아 건네주었다.

“아니여, 저런 개는 사람보다도 낫다니까. 영리하고 기억력이 비상한데다 인정도 있고 의리도 있고 지어는 미안한 것까지 안단말이여. 후에는 나의 발등에 머리를 박고 있는 것만 보라구.”

개는 주방으로 통하는 문가에 쭈크리고 앉아 조용히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야- 저 개는 정말 신기한 녀석이네.”

나는 그 개에 대한 감탄으로 B군의 병문안 같은건 까맣게 잊고 있었다.

“정말이여, 저런 개는 우리 회사의 C군 보다 낫다니까.”

“C군? 그 사람이 어때서요?”

“허, 어떻기는 배은망덕한 놈이지...년말이면 자기가 한 총화보고 한장도 변변히 못쓰는걸 내가 뒤에서 열심히 수개를 해주며 사람들 앞에 내세웠고 또 내가 직접 위에다 보고를 올려 대리자리까지 앉혀놓았는데...”

“?... ...”

B군은 점점 눈이 동그래진다.

“그런데 오늘에 와선 도리어 개처럼 나를 물어먹는단 말이여!”

“어떻게 문다고 그럽니까?”

“내 자네한테만 말하네만 내가 몇 번 회사돈으로 유람을 다녀왔다고 듣자니 그 녀석이 위에다 고발편지를 썼다더군. 에이 개보다도 못한 놈!”

나는 목소리마저 점점 격해졌다.

“그러길래 과장님께선 우리 과원들에게 그런 본을 보여줘선 아니되는 거죠.”

“아니된다구?”

“그 편지는 C군과 제가 연명으로 쓴겁니다.”

“뭐라구? 그래 자, 자, 자네도...”

나는 억이 막혀 더듬거리며 뒷말이 나가지 않았다. 이 B은 내가 시키는 일이라면 언제 한번 반기를 내드는적 없길래 이 사람만은 내 사람이구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래서 과장인 내가 오늘 수하 사람집에 병문안까지 왔었는데...믿는 도끼에 발등 깬다고 이 녀석까지 나를 물고 들다니, 나는 목구멍에서 주먹같은 것이 불끈 치밀어 오르는 것을 가까스로 꿀꺽 삼켜버렸다.

“저 개가 나를 안다고 꼬리를 젓누만, 인젠 나하고 정이 들었나봐... 과연 저 개는 사람보다 낫네, 열배, 아니 백배는 사람보다 낫을거야.”

내가 “사람” “사람”을 자꾸 끄집어 내는건 B군을 들으라고 하는 소리다. 개를 기르는 너 이 자식 B군도 개보다 못하다는 소리다.

“허허 과장님도 참, 저 개는 똥개래요.”

“뭐 똥개?...”

“암 똥개에다 숫 사냥개를 교배시켜 나온 놈이래요.”

“어험, 그래도 종자는 틀림없는 사냥개 종자구만 뭐.”

“종자든 밭이든 저 녀석은 구린내나는 똥이라 하면 고기보다도 더 좋아하니 영낙없는 똥개지요.”

“똥을 좋아한다? 암, 똥을 좋아해도 밥을 좋아하는 사람보다는 낫다니까.”

“과장님도 참, 나으면 지금 당장 잡으려고 하겠습니까?”

“뭐여? 당장 잡다니?...”

나는 두눈이 휘둥그래졌다.

“제가 사흘이나 출근 못한건 제몸에 병이 생겨서가 아닙니다. 저 개 때문에 요즘 우리집엔 큰일이 났지요... 사흘전에 시골에 사는 처가편의 친척되는 아주머니가 젖이 금방 떨어진 어린애를 업고 우리집에 왔었지요. 그런데 그 애가 밖에 나가 놀다가 절로 앉아서 똥을 눈 모양인데 궁둥이를 쳐들고 눴는지 그만 똥이 한주먹 자지에가 붙었대요. 그런걸 글쎄 저 미친놈의 개는 그 자지까지 한데 닁큼 물었단 말입니다. 세상에 이런 일이...”

“그래서?...”

“그래서가 뭡니까. 저는 삼일간 꼬박 그 애때문에 병원에서 헤매다가 오늘 아침에야 집으로 왔지요. 당장 저 개부터 잡으려고...”

“저 개부터 잡는다?...”

나는 B군과 그 개를 번갈아 보았다.

 

박일.jpg



포스트 아이디
청도조선족작가협회
소개
청도작가협회
추천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