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 [지역변경]
업체입주
위챗으로 스캔하기
업체입주
등록
위챗으로 스캔하기
등록하기
포스트  >  블로그  >  신안의 형제섬, 비금·도초를 가다
신안의 형제섬, 비금·도초를 가다
2021년11월07일 13:27   조회수:79   출처:이우조아 포스트

1.jpg

논드래미 해변은 명사십리해수욕장에 비하면 작지만 아기자기하다


전라남도 신안에는 섬이 1000여개다. 1004개 섬이라며 마케팅에 활용해왔다. 섬을 오가는 버스도 1004버스고 택시도 1004택시다. 주유소나 음식점 이름에도 1004가 흔하게 쓰인다. 이중 유인도는 90개 남짓.

섬은 뱃길이 불편하다. 가까운 섬끼리 다리를 놓는다. 비금과 도초를 잇는 서남문대교는 흑산도나 홍도 등 우리나라 서남단에서 들어오는 첫 관문의 교량이라는 의미다. 그만큼 뭍과 지척인 섬무리들 중에서도 멀리 떨어져있다는 것. 수국공원과 영화 ‘자산어보’ 촬영장, 팽나무 십리길 등 최근 관광자원 개발에 한창인 형제섬, 비금과 도초를 다녀왔다.


2.jpg

영화 자산어보 촬영세트에서 여행객이 노을을 즐기고 있다


◆호젓한 해변들, 걸어볼까

비금과 도초는 다도해해상국립공원으로 지정될만큼 깨끗한 바다와 아름다운 기암절벽이 해안을 따라 펼쳐져있다. 신안의 섬들 중에 비금은 7번째, 도초는 5번째로 크다. 신안의 ‘사계절 꽃피는 섬’ 조성 사업에 따라 해당화(비금)와 수국(도초)이 지천이다.


3.jpg


해안선 길이가 각각 50㎞ 안팎인데, 명사십리해수욕장과 원평해수욕장, 하트해변, 시목해수욕장, 죽도해변 등 나름 알려진 곳 말고도 크고작은 해변이 많다.

비금 가산선착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첫구지 해변은 차나 경운기가 달릴 수 있을 정도로 가는모래가 단단하게 깔렸다. 비금도는 원래 10여개 섬이었다. 물을 막아 지금의 모습을 갖췄는데, 지금도 배가 드나들던 구지(곶)가 많다. 첫구지라는 이름도 여기서 비롯했다.


4.jpg

용소리에 있는 용연방죽에 연꽃이 가득하다


5.jpg

비금도로 향하는 여객선에서 여행객이 풍경을 즐기고 있다


6.jpg

암태 남강항에서 비금도로 향하는 여객선에 승객들이 오르고 있다


인근의 논드래미 해변은 길이 4㎞에 달하는 명사십리나 원평해수욕장에 비하면 작지만 아기자기하다. 인적이 드문 곳이라서일까. 조개 채취 체험장 같은 곳은 없고, 그물을 이용한 후리질에 고기 잡는 맛이 쏠쏠하다. 비금에서 가장 이름난 곳이 명사십리인데, 전국에 같은 이름의 해변이 몇개나 될까싶다. 명사십리 해변 앞에는 양식장이 없다. ‘쩍’(죽은 굴 껍데기)이 없고 모래가 고운 이유다.


7.jpg

하트해변으로 불리는 하누넘해변과 해안일주도로


비금도 최고봉인 선왕산(255m)은 등산객들이 제법 찾는다.

남쪽방향 능선을 따라 선왕산을 끼고 도는 드라이브코스로 향하면 확 트인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해안일주도로를 타고 구불구불한 길을 넘으면 하트 모양의 해변이 눈 아래 펼쳐진다. 하누넘 해변이다.

비금도 서쪽해안에 있는 하누넘 해변은 파도에 의한 침식으로 해안이 하트 모양을 이뤘다. 다도해 해상국립공원지역에 속하는 곳으로 KBS 드라마 ‘봄의 왈츠’ 촬영지다. 공원 측은 “이곳에서 연인들이 사진을 찍으면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이 있다”며 ‘연인들의 필수 코스’로 띄우는 중이다. “하누넘은 하늘과 바다만 보이는 바닷가라는 뜻과 거센 하늬바람이 넘어오는 언덕이라는 뜻이 있다”는 소개 글도 있다. 하누넘 해변은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 시작되는 자전거길로 이어져있는데, 급 경사와 구비길이 많아 자전거 초보자에겐 고역일 듯하다.



8.jpg
이세돌 기념관에는 이세돌 9단의 피규어가 대국을 기다리고 있다


9.jpg

이세돌 기념관 앞에는 알파고와의 대전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있다


이세돌 기념관 앞에는 2016년 인공지능(AI)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을 기념하는 조형물이 여행객을 맞는다. 폐교된 대광초교를 기념관으로 만들었다. 이세돌이 다닌 학교는 아니다. 2층 숙소는 대국이나 대회가 열리면 선수들에게 내어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탓에 2019년 11월이 마지막 대국이었다. 기념관 안에는 이세돌 피규어가 대국을 기다리고 있다. 방명록에 글을 남긴 뒤 직원에게 “전시된 물품은 다 기증받은 것이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답했다. 기념관에서 나와 그 직원이 이세돌의 형 이차돌씨라는 것을 알고 다시 돌아갔다. “코로나가 빨리 끝나 대국이 다시 시작되길 바란다”고 하니 웃으며 고개만 끄덕인다. 그는 바둑교실을 꾸리고 기념관을 운영하고 있다.

가산 선착장 인근에 대동염전이 있다. 비금 특산품인 천일염 발원지로, 2007년 11월 등록문화재 326호로 지정됐다. 2016년 5월 비금농협이 ‘본 솔트(Born Salt)’를 상표등록했다. 대동 말고도 염전이 많은데 자세히 보면 타일이 깔린 곳이 있다. 바닷물을 증발시켜 소금을 얻는데, 염도가 가장 높아 소금 생산 직전 단계로 소금을 깨끗하게 모으기 위해 타일을 깔았다. 염전은 매년 4월 첫 생산에 들어가 10월이면 한해 일이 끝난다.

용소리에 있는 용방죽에 들렀다. 물이 마르지 않는다고 용소로 불리는 곳에 연꽃밭을 만들었고, 점차 확장하고 있다. 용소리 이장은 “좋은 기운이 세지않게 막아주는 둑”이라며 “이곳에 쓰레기를 버려 더럽히면 용소리 주민들의 건강과 수명, 명예가 떨어지고 정신이 흩어져 마을이 편치 못하다”는 경고문을 붙였다. 용소리에서 용방죽으로 이어지는 산책로 주변에 편백 숲이 우거졌다. 소나무와 편백나무 외에 야자수가 이채롭다. 용소리에서 해수욕장까지 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10.jpg

영화 자산어보 촬영세트에서 여행객이 노을을 즐기고 있다


11.jpg

하트 해변으로 불리는 하누넘 해변에서 여행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자산어보와 수국섬, 그리고 팽나무 십리길

도초에는 콕 찝어서 들를만한 곳이 많지 않았다. 신안의 1000여개 섬, 그 중에 사람이 사는 90여개 섬 중 하나일 뿐이다. 다만 전·현 신안군수의 고향이 도초라서 최근 여러 ‘매력’을 담으려고 노력하고 있다.영화 ‘자산어보’ 촬영세트도 그 노력의 결과다. 영화는 흑산도가 배경이지만 바다가 내려보이는 초가집 세트는 도초에 있다. 이준익 감독은 흑산도에서 영화를 찍으려면 배편이 마땅치않아 환경이 비슷한 도초를 택했다고 한다. 도초가 영화 속 정약전의 유배지로 낙점된 것인데, ‘심심한’ 섬 색깔과 어울린다. 바닷가 장면은 자은에서, 초가집 배경은 도초에서 찍었다. 원래 감독이 원하던 곳은 수국공원에서 멀지 않은 가는게해변이었지만 국립공원이 불허해 발매리에 지금의 세트장이 생겼다.

인근에 있는 환상의 정원과 팽나무 십리길은 지난해에 조성됐다.


원본보기
하트 해변으로 불리는 하누넘 해변에서 여행객이 사진을 찍고 있다


팽나무 716그루에는 ‘전남 강진군 마량면 원포리’ 등 ‘온 곳’이 쓰여있다. 대부분 해당 지역에서 기증받은 것이다. 애기동백 등 1004그루, 수국 20만그루, 애기범부채 등 30만그루 등 총 50만1720그루의 꽃과 나무가 쓰였다. 봄부터 여름까지가 방문 최적기다.

팽나무 십리길을 지나 수국공원으로 향하는 길에 ‘경기도 하남시의 섬 도초도’라는 문구가 보인다. 도초는 하남시와 자매결연해 농산물 등을 교류하고 있다.

수국공원을 돌보는 도초도 주민자치위원장 박영성(62)씨는 “아름드리 소나무가 지천인 돌산 지북산에 수국 외에 후박, 은목서, 금목서, 느티, 애기동백 등 수십종을 더 심었다”며 “지난 여름 수국축제는 온라인으로 진행됐지만 사람들이 몰려들었다”고 소개했다. 지난 6월 18∼27일 섬수국랜선축제를 열었을 때 얘기다. 물을 좋아하는 수국은 손이 많이 간다면서 피고질무렵 꽃을 잘라주고 계속 물을 줘야 한다고 박씨는 덧붙였다. 6월 중순부터 7월 중순까지 여름 한철인 수국 외에 가을까지 꽃피는 목수국을 주제로 한 축제를 가을에 여는 것도 고민중이다. 수국공원 전망대에 서면 멀리 바다가 시원하게 펼쳐진다. 수국공원 중턱에 작은 팽나무가 외롭게 서있다. 외소해 십리길에 쓰이지 못하고 이곳에 자리잡았지만 누구보다 좋은 풍광을 즐기게 됐다.

13.jpg

용연방죽에 연꽃이 가득하다


단돈 1000원짜리 여객선 타볼까?...섬의 맛집


서울에서 비금·도초도 가는 길은 차로 가든 KTX를 타든 멀다. 게다가 최소 40여분의 뱃길을 받아들여야 한다. 비금도 가는 뱃길은 3가지. 암태 남강항에서 배로 40분, 목포 여객선터미널에서 쾌속선으로 1시간, 목포 북항에서 농협 철부선에 차를 실으면 2시간 30분 걸린다. 남강항에는 서울가는 버스가 하루 1∼2대 있다.

신안군은 주민 이동권 보장을 위해 여객선공영제를 시작했다. 공영제에만 연간 40억∼50억원이 든다. 지난해 7월 하의·능산·대아·도초도를 하루 4번 운항하는 슬로시티3호가 취항했다. 여객 운임은 단돈 1000원. 승용차는 2000원이다. 슬로시티3호의 선장 이성훈(39)씨와 사무장 김미현(38·여)씨는 부부다. 이씨는 “하의도에서 도초도까지 40분쯤 걸리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아 하루 50여명만 이용한다”고 했다. 슬로시티1호는 15분 거리인 증도와 자은을 잇고, 슬로시티2호는 25분가량 소요되는 송도에서 병풍까지의 운항권을 개인 선박에 양보했다.

14.jpg

섬초랑민어가의 민어건정


15.jpg

섬초랑민어가의 민어건정과 전복


16.jpg

꽃피는 무화가의 간장게장



17.jpg

꽃피는 무화가의 간장게장과 전복돌솥밥


신안을 찾는 여행객은 먼 거리를 음식으로 보상받는다. 목포역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꽃피는 무화가(家)’(061-271-5552)는 간장게장과 전복돌솥밥을 포함한 한정식이 맛있다. 평일 낮에 60∼70대 손님이 북적인다. 가성비 맛집 인증이다.


18.jpg

수국공원 전망대 풍경


19.jpg

수국공원 전망대 풍경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도초 시목해수욕장을 바라보는 섬초랑민어가(도초횟집, 061-275-2235)는 말린 민어를 뜻하는 민어건정과 전복 요리가 맛있다. 식당을 27년째 운영하는 최경애씨는 2017년 신안섬요리경연대회에서 향토음식 부문 대상을 받았다. 최씨는 “건정은 수분을 70∼80% 날리는 것으로 안에는 수분을 살리고 겉은 날려서 오래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자산어보에 나오는 생선도 다 내가 대줬다. 설경구, 이정은씨도 민어 맛있다고 자주 왔고, 시사회 초대까지 받았지만 아들이 대신 갔다”고 말했다.


세계일보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포스트 아이디
이우조아 포스트
소개
추천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