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도는 석탄, 유럽은 가스 부족
올 겨울 한파 예상에도 공급 제한적
에너지 가격 급등, 공급망 리스크로
“전기 안 들어와서 공장 못 돌린다”
중국 북부 샨시성에 최근 내린 집중호우로 10월 10일 샨시성 진중시의 시가지가 물바다를 이루고 있다. 현지 언론은 석탄 산지인 샨시성에서 발생한 홍수로 문 닫은 탄광이 60곳으로 늘어나 가뜩이나 심각한 전력난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진중=AFP/연합뉴스)
최근 시장 수요가 빠르게 회복하는 가운데 공급이 탄력적으로 늘어나지 못하면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자원 부국들이 자원민족주의를 고수하는 가운데 주요국들이 탄소 저감 계획에 따라 화석연료 생산을 줄이면서 에너지 공급이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2020년 4월 미국 파생상품 시장에서 배럴당 -40달러까지 추락했던 유가는 지난 10월 11일 7년 만에 배럴당 80달러를 넘어섰다. 유럽의 가스 부족과 중국·인도의 석탄 부족이 대체재인 석유 가격을 끌어올리면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14일 발행한 ‘현안과 과제’ 보고서를 통해 “국제 유가의 상승은 세계 경제 회복 기조에 따른 수요량의 빠른 증가 속, 원유 생산량 동결에 따른 공급량 부족, 글로벌 유동성의 투기자금 유입 등에 원인이 있다”며 “특히, 최근 원유 선물 시장에 순매수 포지션의 투기자금이 증가하면서 가격 상승세를 가속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수요량 증가에 공급량 증가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2022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2021년 4분기부터 2022년 1분기 동안 겨울철 난방 수요가 늘어나면서 에너지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중동 지역에 사소한 수준의 지정학적 리스크 이벤트가 발생하더라도 국제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추운 날씨가 석유 수요를 하루에 50만 배럴씩 급증시키면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고 내다본 바 있다.
미국 석유생산 기업들 또한 유가가 많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과잉 공급을 우려하며 생산량 회복에 소극적이다. <cnn <="" span="">비즈니스>는 이를 보도하며 “그들은 지난 10년 동안 많은 돈을 잃은 주주들에게 배당금을 돌려주는 데 훨씬 더 집중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로나19로 인한 락다운이 최고조로 달했을 때 사상 최저치로 내려앉았던 액화천연가스(LNG) 가격도 올해 사상 최고치로 치솟았다. 그러나 세계 최대의 LNG 판매국인 카타르는 시장을 진정시킬 물량이 없다고 말한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모든 고객들에게 적정량을 공급하기에 우리는 (생산량이) 이미 최대치에 달했다”며 “가스 가격 상승이 달갑지 않다”고 말했다.
유럽과 아시아의 에너지 부족 위기는 각 지역의 공급망에 또 다른 위험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이미 코로나19발 인력 부족과 물류난이 글로벌 무역 성장을 저해하는 가운데, 전력 부족으로 공장 가동이 끊기면서 에너지 위기가 제조업 생산을 위축시키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가시화된 12일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 전망치를 0.1%p 하향한 5.9%로 조정했다. 특히 선진국의 성장률 전망을 0.4%p 낮췄는데, 주요 요인은 공급망 문제가 꼽혔다.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 상승은 물론 이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도 세계 경제가 직면한 도전 중 일각으로 언급됐다.
●영국 가솔린 대란 뒤이어 유럽 가스난 우려 = 유럽은 올해 들어 천연가스 가격이 기록적인 상승을 거듭하면서 9월까지의 연간 도매 전기공급 가격 상승률이 200%에 달했다. 지난해 100만BTU당 2달러를 밑돌았던 것과 비교하면 올가을에는 55달러까지 치솟으며 25배 이상 올랐다.
카디 심슨 유럽연합(EU) 에너지 집행위원은 봄부터 휘발유 가격이 점진적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당장 이번 겨울이 문제다. 시티그룹은 이번 겨울이 매우 추워질 것이며, 이로 인해 유럽에서 2월까지 휘발유 부족 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트럭 기사 부족으로 최악의 주유난을 겪은 영국에서는 철강회사들이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인해 생산 중단 위기에 몰렸다. 이들은 정부가 돕지 않는다면 끔찍한 결과에 직면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의 대변인은 추가 조치 필요성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이미 스페인에서는 철강업체 시데노르가 에너지 비용 증가로 전체 생산 비용이 25% 상승함에 따라 북부 빌바오 인근 공장의 생산을 이미 중단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페인의 전기요금은 올해 들어 세 배 올랐다.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는 정부가 극빈층에 전기요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최대 천연가스 업체인 가스프롬을 준 국영기업으로 두고 있는 러시아는 유럽 대상 가스 공급을 무기로 천연가스 공급 파이프라인인 노르드스트림2의 조기 가동을 압박하고 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0월 6일 모스크바에서 에너지 관련 화상회의를 통해 노르드스트림2를 통해 싼값에 가스 공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근 완공된 노르드스트림2는 유럽의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의존도를 심화하고 러시아의 정치적 영향력을 늘리는 지렛대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경제 안보 우려로 인해 개통이 지연되고 있다. 지난 9월 선거에서 승리한 독일 녹색당은 러시아가 노르드스트림2 승인 압박을 위해 가스 가격을 조작했다고 비난하고 있다.
푸틴은 이에 대해 13일 열린 에너지 포럼에서 “러시아는 어떠한 무기도 사용하고 있지 않다”며 “냉전 중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도 유럽에 계약 의무를 이행하며 가스를 공급했다”고 일축했다.
●“중국 전력 공급난, 내년 3월까지 이어질 것” = 중국은 석탄공급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전력난에 시달리고 있으며 이에 대응해 정부가 석탄 증산과 공장 전력수요 통제 등 일련의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신랑망> 보도에 따르면 중국 내 석탄 가격은 10월 13일 정저우 상품거래소에서 일반탄 선물 내년 1월 인도분은 전 영업일 대비 8% 급등한 통당 1781위안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124% 크게 오른 가격이다. 일반탄 선물 11월 인도분도 9.4% 치솟아 톤당 1800위안을 넘었다.
중국 최대 석탄 산지인 샨시(山西)성에서 최근 홍수로 상당수 탄광이 채굴을 멈추면서 수급 압박으로 가격이 뛰었다. 광산 60곳이 침수되고 연간 생산량이 480만t에 달하는 탄광 4곳이 폐쇄됐다. 9월 29일 샨시성은 올겨울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의 14개 다른 지역에 석탄을 공급할 것을 언명한 바 있다.
한국무역신문 김영채 기자 weeklyctrade@kit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