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외1수)
이홍철
아버지
산이라고만 하시던 아버지가
그만 산을 베고 누웠습니다
쪽지방 문턱 베고 눕듯이
잠든 아버지
머리맡엔 숫빠진 비강댕이 호기롭습니다
이놈-
호통이 들리기전
비강댕이 저 멀리 버리고
조용히 불러봅니다
아버지 그만 깨셔요
식사 드셔야죠…
말라버린 밥풀이
덕지한 사발에
아버지의 놋숫가락 너무 외롭습니다…
동네 돌절구
처마밑에 움퍽 패인
그 돌덩어리가
텅- 아프게 가슴 치면
퍼런 이끼 불편한 진실이
애써 비집으며
구멍 뚫린 가슴을 엽니다
고추도, 콩도, 쌀도
아픈 구멍 메우며
억지로 절구가 아닌척 하면
그로부터 절구통은
그저 돌덩어리가 됩니다…
아직도 퍼런 이끼 돌덩어리
그대로 비석된 동네에
비문 없는 비석만 덩그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