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의 층계를 오르며(외1수)
홍영빈
산의 층계를 오르며
도시의 층집들에만
오르내리는 층계가 있는 줄 알았더니
여기 풍경구인 돌산에도
산을 쉽게 오를 수 있는 층계가 있었다
층계의 계단을 올리 밟으면서
걸음마다 발밑을 고여 준
석공들의 마음에 이해가 가는 이 시각
시골서 층계 없는 산을 오르내리며
봄나물 뜯고 가을 열매 따던
꽃향기 풍기던 산자락이
꽃단풍 들었던 산비탈이
정겹게 안겨오는 것을……
겨울 산
봄,여름,가을의 사명을 다한
겨울 산은 죽지 않고 부활을 위해
한 마리의 미련한 흰곰이 되어
침묵 속에 묻힌 채 동면하고 있었다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3장 <바람과 나무와 별과 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