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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화의 수필-물고기 자리
2020년06월15일 19:46   조회수:246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수필

물고기 자리

   현미화


물고기 자리

 

어항 안의 세상도 그렇게 조용하진 않았다. 작은 고기는 큰고기한테, 약한 고기는 강한 고기한테 먹히는 세상이였다. 자연의 법칙이 그러하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이랑 별로 다른 건 아니였다.

일년 전이다. 닭이나 강아지, 아니면 새라도 사달라고 칭얼대는 아들 성화에 제일 다루기 쉬워보이는 물고기를 키우는 데로 마지막 결정을 내렸다.

우선은 어항 구매 선택이였다. 어항 하면 제일 먼저 고려되는 게 (그거 물을 자꾸 바꿔줘야지, 어항벽을 자주 닦아야지, 관리가 너무 힘들겠는 데…) 하는 생각이였다. 하여 공능도 구전해야 하고 사이즈도 알맞춤하고 외관상 이뻐야 하는 등의 요구하에 검색해보니 딱 맞는 게 있긴 있었다. 사이즈나 외관은 물론 아주 신상이라 물 려과 공능이 있어서 물 바꿔 줄 필요도 없고 자주 닦을 필요도 없다는 게 쏙 마음에 들었다.

다행히 매장이 근처에 있어서 바로 달려갔다. 매장아저씨는 내심성있게 설명해주면서 어떠한 물고기를 사넣으면 생명력이 강하고 어떠한 물고기를 사넣으면 청결 작용도 한다고 세세히 알려주셨다.

    “에익, 아무리 청결부 작용한다 할지라도 새까만 고기는 넘 못생겼어. 근데 다시 말이지 고기가 어떻게 청결 작용까지 할 수 있을가? 저 입으로 물 안 쓰레기 다 소화해낼 수 있을가?”

글쎄 처음 키우는 우리야 모르지만 전문판매원이 알려준 거라 믿어보고 키워보자.”

우리는 이쁘고도 생명력이 강하며 집에 재운도 갖다준다는 빨간 혈앵무 여덟마리에 검고 못 생긴 청결부 고기 2마리, 그리고 이름 모를 반짝반짝 빛나는 작은 고기들을 사왔다.

어항 청소를 끝내고 가산, 가초를 넣고 물을 넣은 다음 산소를 주고 사온 물고기들을 넣으니 작은 바다밑세계를 방불케했다.

작은 고기는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면서 웃부분에서 꼬리를 휘저었다. 혈앵무는 중간층에서 패왕의 위치를 차지했고 청결부 고기는 딱 어항벽에 붙어서 조용히 자기 임무를 수행했다. 집에 들어오면 환한 어항의 고기들이 한결 집안에 생기를 돋구어주었다.

    4~5일에 한번씩 고기 먹이 줘야 된다는 그 임무를 남편과 아들은 철저히 수행했다. 그래서인가 어항 안 고기들은 자기의 위치에서 사이 좋게 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차츰 작은 고기들의 수량이 적어지는 게 보였다.

여보, 이상해. 첨에 사올 때 작은 고기가 무리쳐서 다니면 엄청 많아 보였는 데 왜 요즘 휑한 것 같아.”

    “음... 확실히 적어졌어. 요즘 아마 고기 먹이 주는 시간이 가끔 늦어지면서 혈앵무가 작은 고기 잡아 먹는 같아.”

이렇게 반짝반짝 빛을 뿌려주던 예쁜 작은 고기들은 하루하루 혈앵무의 밥이 되여버렸다. 패왕 혈앵무와 청결부만 남은 어항은 한결 쓸쓸해보였다.

기척없이 어항벽에만 붙어있는 때문일가? 난 그 까만 고기의 존재를 잊을 때가 많았다. 예쁘지도 않고 꼬리마저도 휘젓지 않는 존재, 찬찬히 보지 않으면 어디에 붙어있는 지도 모른다. 청결부라는 이름에 걸맞게 청결작용도 할가 의심이 들기도 했다.

어느날 학교 갔다 들어온 아들이 어항을 보더니 “청결부 하나 없어졌어요” 라고 소리질렀다.

엉? 난 주방에서 나오면서 “청결부 그렇게 큰데, 청결부도 먹혀버렸어? 고기 먹이 자주 주질 그래. 그럼 이렇게 안 먹히잖아” 라고 애한테 투덜거렸다.

결국은 어느 날엔가 하나 남은 청결부마저 모두 혈앵무한테 먹혀버렸다.

항상 집안을 환하게 밝혀주던 어항은 이상하게 까매지면서 색채를 잃어갔다. 다시 확인해보니 청결부가 없는 탓에 어항벽에 새까만 똥이 따닥따닥 붙어있었다. 청결부의 자리가 이렇게 중요할 줄은 상상도 못했었다.

없어지면 알게 되는 빈자리, 그 빈자리의 중요성을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가?

주말에 우리는 큰 청결부 고기를 다시 세마리 사넣었다. 청결부 고기의 자리, 어쩌면 나의 자리일 수도, 주위 그 누구의 자리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찮게 생각했던 그 사람의 자리도 없어지면 그 빈 공간이 느껴지 듯이 타인을 리해하고 좀 더 소중하게 대한다면 더욱 후회 없는 인생을 살지 않을가 생각해본다.

오늘도 환하게 맑은 어항을 보면서 고기들이 다 무사한지 또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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