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집속사(외1수)
홍영빈
층집속사
저기 우뚝우뚝 서 있는 층집들은
산과 산들이 내놓은 뼈와 살로
모양을 둔갑한 탑산이 되어
그 속을 숨 쉬는 산유물입니다
삼천이백 년 된 은행나무를 만나다
-산동성莒县자연공원에서
여기 한 그루 유구한 고목
은행나무 앞에 조용히 서니
내 몸은 한 포기 잡초가 된 듯
팔 벌려 재인 여덟 발 둘레인
줄기를 안고 돌며 쓸어봅니다
뒤로 물러나서 비잉 돌아가며
오십 미터 너비로 땅 그늘 주는
푸른 잎 세계를 보느라니
늙었다기보다 神적인 존재로
성스러운 느낌에 갈마드는 한 생각
가령 이 시각 이 은행나무를
마음 속 깊이 받아들이지 않고
돌아서서 그저 떠나 버린다면
이 천하제일 长寿者가 어쩌면
섭섭한 마음에 나를 두고 나무랄 수도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3장 <바람과 나무와 별과 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