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밭에서(외1수)
홍영빈
꽃밭에서
꽃밭에서 꽃구경하노라니 놀랍게도
나의 속눈썹마저 꽃잎으로 펴진다
꽃밭에서 마음껏 꽃향기를 마시니
가슴 속 하얀 허파마저 곱게 물이 든다
이러한 꽃밭 마주 앉아 쉬노라니
나도 어느덧 한 떨기 꽃이 되어버린다
이런 땐 알 수가 없어라
사람이 꽃을 가꾸는지
꽃이 사람을 가꾸는지
꽃과 바람
-절대자에게 드리는 노래
이내 몸이 살고 살아 백 년을 산들
나 어찌 임의 사람 잊겠습니까?
들녘에 피는 꽃도 임의 꽃이요
산 중에 피는 꽃도 임의 꽃이라
세상의 모든 꽃님의 꽃입니다
이내 몸 두고 두고 살아가는 곳
그 어찌 명소가 아니랄 수 있겠습니까?
어젯날 임의 바람 지나간 자리
오늘도 임의 바람 부는 이 자리
이 세상 모든 바람,임의 바람입니다
아, 너도 나도 나도 너도 우리 임따라
아름다운 인생 꽃 함께 가꾸며
꽃바람에 실리어 살아갑시다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3장 <바람과 나무와 별과 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