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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저팔계 자손들의 납함
2021년04월15일 11:23   조회수:183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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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저팔계 자손들의 납함

박일

 

저팔계 자손들의 납함

 

끝이 보이지 않는 초대형 양돈장이다.

내가 양돈장 정문에 들어서는데 살이 피둥피둥진 흰돼지 한 마리가 앞발을 쳐들고 걸어 나왔다.

“안녕하세요?”

흰 돼지는 악수를 하려고 들고 있던 오른쪽 앞발을 내밀었다. 나는 그 발을 쥐고 흔들었다.

“먼저 자아소개를 할게요. 손님께선 저팔계를 아시죠?”

“서유기에서 나오는 손오공의 사제 저팔계를 말하는가?”

“네, 저는 저팔계의 9천8백7십6억 대 손자입니다.”

“아, 그렇군. 그럼 자네를 뭐라고 부를까?”

“하기야 당신네 인간들처럼 저선생이라고 불러주면 대단한 영광이지요.”

“그러지. 저선생!”

내가 이러자 흰 돼지는 살찐 궁둥이를 좌우로 삐죽거리며 길 안내를 했다.

우리는 1호 돈사에 들어섰다. 이곳에는 낳은지 얼마 안되는 새끼돼지 수천마리가 바글거렸다. 깜찍한 새끼돼지 몇 마리가 내 앞으로 달려왔다.

“꿀, 꿀꿀꿀...”

“저선생, 얘들이 뭐라고 하는가요?”

“당신은 인간인가고 묻네요.”

나는 새끼 돼지들을 향해 그렇다고 머리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친절하게 나의 주변을 맴돌던 녀석들이 못 볼 귀신이나 본것처럼 기급 초풍하며 꼬리 빳빳이 도망을 가버리는 것이었다.

“저 녀석들 왜 도망을 가지?”

“손님은 아직 모르시는 모양인데 우리 저씨 가족은 대를 이어 오면서 인간이라 하면 철천지 원쑤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인간을? 왜서?...”

“우리 애들을 좀 찬찬히 보세요. 태여 나자부터 몇 녀석만 제외하고는 수컷은 돌아가며 불알 까버리고 암컷은 몽땅 자궁 아구리를 깁어 놓아 성별구실을 못하는가 하면 힘도 쓰지 말고 그저 몸에 살만 붙어라고 꼬리까지 저렇게 잘라놓으니 조상들이 물려준 유전자와는 판판 부실하게 쇠퇴되어 가고 있지요.”

“저선생, 그건 이해 해줘야 하네, 인간은 영물이고 자네 돼지들은 속물이 아닌가?”

“물론 여기까지는 운명이라는 것도 우린 다 알아요. 그런데 우리가 분해하는건 인간들은 해도 해도 너무 한단 말이래요.”

“대체 뭘 너무 한다는 말인가?”

“우리 자식들이 태어나서 거퍼 이삼일만 되면 어미한테서 무작정 떼어놓지요. 마치 이도 아니 난 당신들의 어린 아기에게 옥수수를 먹이듯이 우리 자식들에게 어미젖이 아니라 사료를 마구 먹인단 말이래요. 그러다 보니 어미한테서 유전 받아야 할 면역력을 받지 못하게 되죠. 손님도 수족구병이란걸 들어봤죠?!”

“들어 보구말구, 우리 인간도 90%이상은 어린 애들이 걸리는 병이네.”

“그래요. 면역력이 없어서 호흡계통의 질병인 수족구병이 우리 자손들에게서 생기게 되는 거래요. 수족구병은 아주 무서운 전염 병으로 번지는데 어디서 그 병이 돈다 하면 당신네 인간들은 추호의 인간성도 없이 아직 살아 숨 쉬는 우리 형제자매들을 수천마리, 수만마리씩 산채로 생매장하지요. 선생님, 저기 패말들이 보이죠?”

내가 흰 돼지가 앞발로 가리키는 대로 밖을 내다보니 돈사주변엔 울퉁불퉁한 흙무덤이 도처에 널려있었는데 그 위엔 숱한 패말들이 꽂혀있었다.

“응, 보이네. 그런데 저게 다 뭐지?”

“저런 곳은 몽땅 우리 할아버지, 그리고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들을 생매장한 곳이래요. 저 무덤들 속에는 얼마나 많은 생명이 무참히 깔려있는지 말도 못해요.”

흰 돼지가 비오듯 눈물을 흘렸다.

나도 기가차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저팔계의 9천8백7십6억대 손자라는 흰 돼지는 이번엔 나를 안내하여 2호 돈사에 들어섰다.

이곳에는 적어도 몇 달씩은 자란 중돼지와 큰 돼지들이 끝이 보이 지 않을 정도로 많이 들어있었다.

“꿀꿀꿀 꿀꿀꿀꿀...”

그런데 돼지들은 나를 보자 일제히 목을 쳐들고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는 마치도 우뢰소리처럼 무섭고 요란했다.

“저 녀석들은 지금 뭐라고 하는건가?”

“그대로 알려줄까요?”

“그래 말해보게나.”

“‘량심없는 인간들! 미련한 인간들!’ 하고 구호를 부르고 있어요.”

“글쎄 돼지들이 수족구병에 걸리게 한데는 인간들이 잘못을 저지른것 같은데 그 밖에 또 뭐 잘못한 거 있는가?”

“하, 이 손님, 뭘 몰라도 너무 새까맣게 모르네요. 우리 식구들이 죽는 비중이 가장 높은 병은 수족구병이 아니라 이질이래요. 이질!”

“이질이면 고치기도 쉬운 병이 아닌가?”

“쉽다는게 뭐래요. 우리 자식들은 먹은 사료를 순조롭게 소화를 못시키다보니 똥물을 싸게 되고 탈수현상이 생기게 되죠. 그러면 인간들은 덮어놓고 독한 항생제 주사를 들이대는데 면역력이 약한 어린 녀석들은 그 자리에서 실실 죽어나가요.”

“이 미련한 인간아. 이질이 생기는게 어디 사료원인 뿐인줄 아나? 네 놈도 한번 우리가 사는 이 울안에 들어와 봐!”

나와 흰 돼지가 주고받는 말을 곁에서 듣고 있던 큰 돼지들이 갑자기 욱 하고 달려들어 나의 팔다리를 마구 끌고 녀석들이 서있는 울안으로 들어간다.

그곳은 어데라 없이 똥물천지다. 나는 단통 신발이 똥물에 빠지고 몸에고 얼굴에고 똥물이 튀어 떡덕떡덕 들어붙는다. 순간, 역한 냄새가 코를 찔러 아침 먹은 것이 목구멍으로 왈칵 올라왔다. 나는 허리를 굽히고 왝왝 토했다.

“이 놈아, 너는 이 안에  들어온지 거퍼 3분도 채 안되네. 그런데도 참기 어렵다고 목따는 소리냐? 우리는 이렇게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하루 이틀도 아니고 너희들이 잡아다 칼로 목을 딸 때까지 그냥 먹고 자며 살아야 하는 거야, 그러니 우리가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너희들은 알기나 하냐?”

나는 한손으로 코를 막고 다른 한팔로는 몸가까이에서 지껄이는 녀석들을 마구 밀어놓으며 억지로 돼지우리에서 뛰쳐나왔다. 돈사에서 밖으로 나와 시원한 공기를 마시니 그제야 살것 같았다.

“이제보니 사양방법에 신경을 안쓴다고 인간을 미련하다고 하 겠군.”

“아니래요. 인간을 미련하다고 하는건 그것 뿐만 아니래요.”

흰 돼지는 도리머리를 저으며 이번엔 땅에 쭈크리고 앉아 나무꼬챙이로 글을 써가며 해석했다.

“세상의 이치는 모두 인과보응으로 풀이되거든요. 그런데 당신네 인간들은 겉으로는 총명한 체 해도 그런 자연의 섭리를 터득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저 경제원리를 따져서 돈이 적게 들고 효률을 높이려고만 애쓰고 그저 우리 식구들을 상품으로만 알고 잡아서는 그 고기를 맛있게 먹을 줄밖에 모르지요. 그래서 우리는 인간을 미련하다고 비웃는 거래요.”

“그것이 왜 미련하지?...”

“인간들의 이런 야만적인 행동에 대해 대자연은 필연코 큰 벌을 줄 것이라는걸 당신네 인간들은 감감 모르고 있으니깐 미련하죠.”

“그럼 대자연은 어떻게 벌을 주는데?...”

“아까 수족구병이 돈다고 우리 형제들을 생매장한 그 패말들을 보았죠? 그 밑의 지하수가 전부 오염되고 있어요. 그것도 모르고 당신들은 지금 그 물을 마셔요. 설사 난다고 해도 이 수천리 안팎에는 지하수밖에는 마실 물이 없으니 하긴 방법도 없겠죠. 그리고 독한 항생제 주사들을 우리 몸에 너무 많이들 놓고 있다고 아까 제가 말씀드렸죠?!...”

“그래 그 말 생각나네.”

“그것이 ‘초급세균’으로 변해 바야흐로 인간들에게 전염되고 있어요. 다시 알아듣기 쉽게 말씀드리자면 어떠한 항생제로도 누를수 없는 무서운 질병이 지금 인간들의 몸에 전파되고 있다는 말이래요. 이래도 인간은 미련하지 않은가요?”

“아니, 아니, 저선생의 말을 들으니 놀랍기 그지없네.”

나는 아까 2호 돈사에 들어설 때 수많은 돼지들이 분노해서 “량심없는 인간들! 미련한 인간들!”하고 일제히 고함을 지르던 그 광경이 눈앞에 다시 떠올랐다.

“자, 그럼 이제 돌아가서 당신네 인간들한테 전해주세요. 우리 저씨 가족식구들의 꿀꿀 소리에 귀를 좀 기울여라고...”

내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런데 이때다. 갑자기 하늘에서 “안 돼!”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머리를 쳐들고 하늘을 바라보니 귀가 크고 주둥이가 뭉퉁한 저팔계가 눈을 부라리고 있었다. 그런데 처음엔 한 녀석이 나를 보고 손가락질 하더니만 어느 사이 숱한 저팔계들이 나타나 하늘을 새까맣게 메웠다.

“안 돼, 속지 마! 저 인간도 겉으로만 우리를 동정하는 체 해!”

“그럼 저 놈도 때려죽일까?”

“그래 원쑤를 갚아야지, 저놈 당장 죽여!”

저팔계들은 깍쟁이인지 호미인지 하는 쟁기를 들고 나를 때리려고 하늘에서 일시에 머리우로 곤두박질쳐 내려오고 있었다.

으악!...

나는 놀라서 소스라쳐 깨어났다.

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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