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가는 길(외1수)
홍영빈
바람 가는 길
눈도 없고 발도 없는 바람은
땅을 디디기도 하고
물을 디디기도 하면서
고운 흔적 미운 흔적 남기며
잘도 갑니다. 거침없이 머묾없이
정다운 계절풍 차림새 했다가도
이따금 사나운 태풍이 되기도 하며
각가지 이름으로 나타나는 바람은
길 없는 길을 가는 바람 가는 길은
시작은 어디서 끝은 어디에
봄풀
추위 속의 릴레이 출발하여
바통을 실수 없이 넘겨주려고
계절의 첫 구간을 달려 나가며
파란 기운을 뽑는 꿈의 선도자
묵 덤불과 삭정이 널린 밭을 찾아
불 지난 산과 큰물 지난 강 언덕에
새살로 돋아나 주는 희망의 선행자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3장 <바람과 나무와 별과 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