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앞에서(외1수)
김선화
자연앞에서(외1수)
보이지 않는 질서
꽃 피고 열매 맺는
비 오고 눈 내리는 계절
때로는
살랑살랑 불어오는
부드러운 입김으로
때로는
으르렁거리는 맹수로
겉잡을 수 없는 생각을
깊고 깊은 장백산의 웅심에
넓고 넓은 태평양의 관대함에
털어본다
세상만물
그 속에서 순리대로 살아가야 할
인간은 그중 미세한 존재
만물의 령장이라도 된듯
손끝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도
종당에는 자연앞에서 굽혀지리니
자연의 신비로운 음색에
귀를 기울리고
적색신호에 눈을 뜨라
보내는 모든 신호
무심히 등 돌리지 말고
구석진 곳 까지 살펴볼 수 있는
혜안을 가지라
어리석은 거만으로
자연의 섭리를 거슬어 가기에는
인간은 한낱 작은 미물임을 기억하라.
너무나 미세한
너무나 추한
아무도 봐주지 않는
존재조차 모르는 존재로
웃음거리 될 가봐
해빛을 뒤로 하고
어둠속으로 숨어버린 나
고독의 긴 시간을 넘어
스며든 한줄기 빛에
이끌려 온 별천지에서
그대에게 바친
이 마음 이 한몸
그대 꽂은 비수끝에서
독을 품은
검붉은 독버섯으로
그대의 몸 곳곳에 피여
세상으로부터 격리된 채
사랑의 신열로 달아오른
그대와 함께
아픔을 삼키며
사라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