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외1수)
홍영빈
심사
하늘은 푸른 날개 지닌 불사조입니다
별들은 음양 조화로 생겨난
불사조가 낳은 알에서 까 나온 생령입니다
나 한 생령의 이름으로 느겨보는 생각
제가 낳은 알에서 생겨난 목숨들을
제 몸 뜯어 먹이며 사랑스레 키우다가
때가 되면 사정을 아니 두고
걷어 들여서 본래의 빈자를 메꾸는
自活自足의 철학
참는 일
불 꽃 튀는 아픔 속에서
돌 조각상이 태어나고
눈물 흘리는 슬픔 뒤에
날카로운 칼날 볼 수 있듯이
우린 참아서 이룩하여진
크고 작은 공든 탑들을 보게 된다
가령 옳은 길을 가고 있다고 해도
한시를 못 참아 벼랑 끝에 올라
한을 품고 몸 던진 인생들을 알고 있다
참으로 이 세상 살아남으려면
신성한 열매-신생아를 탄생시키는
산모의 참는 사랑을 배워야 하리라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1장 <세상과 세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