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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숙의 수필-추억은 항상 그곳에 머물러
2021년03월18일 16:11   조회수:287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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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추억은 항상 그곳에 머물러

김명숙

 

추억은 항상 그곳에 머물러

추억속에서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한다. 추억이 없는 인생은 생활속에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어쩌다 여유가 있는 날이면 먼지가 뽀얗게 앉은 옛추억을 더듬어가며 추억속에 묻어둔 친구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떠올리기도 하면서 흐릿한 기억속에서 정처없이 거닌다.

세월은 덧없이 흘러 추억만 남겨준다. 현실속에서 부딪치는 불만과 희망을 추억으로 포근히 감싸준다. 추억은 구수한 청국장이기도 하고 땡볕 내리쬐는 한여름의 시원한 그늘이기도 하다.

알뜰히 포장되어 슈퍼에 배렬된 누렁지로 농촌에서 긁어먹던 누룽지에 비기지는 못할지언정 옛추억 솔솔 뿌려가며 맛나게 먹어준다.

추억은 인생을 풍부하게 한다. 삶의 향기를 뿜어주고 마음의 평온을 심어주며 즐거움과 기쁨을 안겨주는 윤활유 역할을 해준다. 삶에 지칠 때 달짝지근한 추억을 끌어올려 거친 마음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치렬한 경제시대에서 생존을 위해 몸은 바람따라 구름따라 머나먼 타지방으로 흘러가도 그리움은 항상 그곳에 머물러 있다.

고기 잡던 물도랑에 있고 누렁지 팍팍 긁어주던 고향집에 있고 헐레벌레 죽어라고 뛰던 넓은 운동장에 있으며 평상같이 긴 기숙사에 있다.

복잡한 사회에서 생존을 위해 삶에 지쳐있는 사람들은 그리움에 가득찬 눈빛으로 흔히 “학창시절 때가 가장 좋았지.”하고 넉두리한다.

추억은 사람들의 무표정한 얼굴에 잔잔한 미소를 선사한다. 기억속에 묻어나오는 하나하나의 추억들을 흠미하면서 행복의 도가니속에 빠져들어간디. 추억이 좋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여러모로 동창들을 찾아 뜻깊은 동창모임을 하면서 그리운 회포를 서로 나누군 한다.

그중에서도 고중시절의 동창들과의 만남을 중요시한다. 왜냐하면 그 시기는 꿈에 한껏 부풀어 희망과 용기로 가득차 다함께 그 여느때보다도 치렬하게 분투하는 시기였기때문이다. 꿈의 실현을 위해서 새벽부터 일어나 같이 교실로 향하고 온종일 기진할 정도로 책과 씨름하다가 손잡고 학교정원에 수두룩한 발자국을 남기며 휴식의 한때를 보냈던 소중한 추억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혼탁하고 어지러운 사회생활에서 때묻은 많은 사람들과 달리 모두가 순직하고 가식이 없는 깨끗한 마음의 소유자였던 동창들이 그리웠던 것이다.

그런 사람들을 버려진 고아처럼 부러운 눈길로 조용히 지켜보면서 세월에 부대끼며 허둥지둥 살다보니 동창들중 그 누구와도 연계를 갖지 못하고 외롭게 사는 나자신이 참 가엽기도 하고 (우리 동창들은 다들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가?) 하는 궁금증이 슬슬 작동하기도 했다. 넓고 푸른 동해바다를 쪽배 타고 혼자 헤매는 심정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나에게도 그런 행운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처음 만난 친구와 한고향이라는 이유로 이래저래 반갑게 얘기를 나누던 중 뜻밖에도 나의 고중동창생 리향매와 친구로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동창생 한명이라도 찾게 되었다는 이유로 나는 너무나 신났다. 살다보면 이렇게 신나는 날도 오는구나 하고. 드디어 나의 뿌옇던 가슴이 가신듯 맑고 따스한 해살이 찬연한 것 같았다.

그러나 그뿐이었으랴. 연락번호를 얻어 부랴부랴 헨드폰을 누르고 그리웠던 인사 나누고나서 향매는 나보고 우리 오상고중89기 동창들이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채팅방이 있다고 하면서 추가해주고 인사까지 시켰다.

여러분, 청도에 여자동창생 한명 더 있었네. 4반에 다니던 김명숙이라고. 서로서로 인사들 나누고 추가해서 오가면서 소식 전하고 살어.”

웨이씬 채팅방에 들어가보니 46명이라는 동창들이 있었다. 기억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동창도 있었고 아물아물한 동창이 더구나 많았다. 그중에서 공부를 유난히도 잘했던 해욱이, 철근이, 인녀, 반에서 유머감각 뛰어나 긴장한 학습분위기를 벗어나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곧잘 창조해주었던 리화, 성현이, 광철이, 애군으로 불리웠던 춘만이는 기억에 팍팍 살아나 옛모습마저 훤히 떠오를 지경이었다. 조용했던 동창들은 당연히 희미한 기억을 되살려야만 했다. 하지만 동창이란 연유만으로도 충분히 반가왔다.

향매의 소개가 끝나자 “명숙아, 안녕.”하는 말들이 줄줄이 올랐다. 당연히 그나마 내가 기억속에 지워지지 않은 동창들이었다.

이렇게 동창 한명 찾게 되면서 순식간에 20여년전 많은 동창들과 연계되니 꿈만 같았다. 하지만 고향을 떠나 제각기 전국 각지에 흩어져 살면서 채팅방에 모여 까마득히 멀리 가버린 기억을 새삼스레 떠울리며 그리운 정 나누고 산다는 것이 너무도 신기했다. 친근하고 가까이 있는 느낌이 너무 좋았다. 정말 마음이 흐뭇하고 마음의 부자가 된듯 싶었다. 동창들이 같은 하늘 아래서 연락하면서 같이 숨쉬고 있다는 게 너무 행복했다. 샘물같이 치솟아오르는 행복감에 도취되어 항상 흐뭇햇다. 채팅방에서 서로서로 인사 나누면서 추억이 머물러있는 오상4중으로 달음박질쳤다. 추억은 항상 그곳에 머물러 있는 법이니깐. 완전 2학년 4반에 앉아있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다같이 오상고중 2학년 4반 반주임이었던 장국송 선생님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했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도 여전히 사차원적인 유머코드의 소유자란 제일 절친한 친구였던 리화와 송향매와의 통화는 너무 감격적이였다.

인생을 제대로 알아가는 황금나이인 우리였고 지금이 인생의 최고봉이였다. 세월을 속일 수 없듯이 옛모습도 많이 벗어나고 했지만 추억으로 우리는 친근감을 잃지 않았다. 추억을 많이 쌓은 학교부근의 과수원도 이제는 새김할 흔적조차 없어졌지만 그때 쌓은 인연의 끈은 여전하다.

누구나 환경지배를 면치 못하지만 옛시절 추억만은 변하지 않는 것이다. 저저마다 선택의 연고로 정든 고행을 떠나 서로 산지사방으로 흩어지고 동창들과의 안타까운 이별을 가져왔지만 추억으로 말미암아 서로의 마음을 끈질기게 이어주고 하나로 뭉쳐주었다. 게다가 청도에 철욱이가 회장, 성란이가 부회장으로 20여명이 뭉친 오상고중89기동창회라고 있어 자주 그리운 얼굴도 볼 수 있고 뜻깊은 모임도 가진다는 게 너무 좋았고 삶의 맛이 한층 그윽해졌다.

그후로 시간적 여유가 나지는 아침시간, 점심시간, 특히 저녁시간이면 핸드폰이 쉴새없이 띵동띵동 울렸다. 잠간만 방심하면 장편소설이 되고 한참 봐야 할 지경이다. 한번씩 보면 별 이야기가 다 있어 내용들이 중구난방이고 완전히 정보가 사태처럼 쏟아지며 재미있었다. 매일 저녁마다 숙제하는 느낌이었다. 이틀이 지나니 인원수가 늘어나 76명이 되었다. 똘똘 뭉치는 모든 다정다감한 멋진 동창들의 따뜻한 열정에 감사하고 탄복할 지경이었으며 자랑스러웠다. 나한테는 이것이 2013년 마지막날에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정든 고향을 떠나 외로운 타국에서 타지방에서 추억속에 간직한 소중한 동창들을 찾아 즐거운 만남을 가지고 좋은 추억을 만들며 서로 의지하고 같이 생활을 즐긴다는 것이 얼마나 의젓하고 행복한 일인가. 동창보다 순결하고 튼튼한 우정은 없을 것이다. 다만 마음은 여전한데 외모가 세월의 흔적을 남겼을뿐이다.

만날 수 있을 때 부지런히 만나야지 더 나이들면 지팽이 짚고 만나야 할 것이다.

동창생 성현이가 우스운 상상을 해온다.

허리 구부정해 해빛 따스한 널직한 마당에서 지팡이를 짚고 앉아 집안을 향해 ‘여보오~ 안주상 내오게나, 울 동창생 왔어’하고 해야지.”

인생을 살아가면서 웃을 때 더 활짝 웃어야 한다. 세상풍파에 너무 휘둘려 지치고 힘들 때도 많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추억속에서 유쾌한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끈질기게 지탱하다보면 결코 생활은 웃음으로 우리를 맞아준다. 24시간 항상 웃을 준비가 되어있으면 마음의 여유도 생긴다. 마음의 부자만이 진정한 갑부가 아날까싶다.

추억속의 산책은 즐거운 것이다. 달고 쓰던 추억은 항상 소중하고 값진 것이다. 순간순간의 즐거움과 행복이 모여서 인생은 찬란하게 빛난다. 언제든지 추억속에는 스치는 인연도 반가운 존재가 되고 범상한 일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다. 가끔 옛날 생각하면 돌아가고 싶지만 그리우니까 추억은 행복한 거였다.

오상고중 89기 동창들아, 우리의 인연은 계속되는 것이다. 황혼을 맞으면 아름다운 해변도시 청도 해변가에 오상고중 89기 동창생 양로촌을 짓고 노후를 동창들과 즐겁게 지내다가 저세상 가는 것도 행복하지 않을까 하고 멋진 상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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