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세상과 함께(외1수)
홍영빈
둥근 세상과 함께
둥근 하늘 아래 둥근 해
둥근 달 둥근 별들과 함께
둥근 지구 위에 생겨난 나
하지만 나의 안팎을 살펴보니
적지 않게 보여지는 모가 난 것들
“겹눈”신세 지면서 들여다보니
둥근 것들 모여서 이뤄진 모난 것들
둥근 것에 빚을 져 갚아야 할 것들
그래서 그 무엇을 생각하던 차
눈앞에 떠오르는 넓은 바닷가의
풍파에 곱게 다스려진 자갈돌들
숨쉬는 세계
내가 숨을 쉬고 네가 숨을 쉬며
우리 모두가 숨을 쉬며 살아간다
코로 하늘을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것이 숨이니
먹고 배설하는 것도 또한 숨쉬기가 되는 거고
음양이 하는 일 역시 숨쉬기가 아닐 수 없으며
만물이 태어나고 죽는 것도 매양
숨쉬기로 틀리지 않는 말이 된다
숨이 찰 때 "숨이 하늘에 닿는다"는 말은
자연이 배워준 심상치 않은 말이 되니
이렇듯 참 숨과 큰 숨이 있는 세상에 와서
한숨이나 도둑숨 같은 병기(病氣)있는 숨을
아낌없이 버리고 새 몸과 마음을 챙기는
하늘 숨과 바꿔야 할 목숨들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1장 <세상과 세월>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