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외1수)
이홍숙
바다
바다였으면...
한없이 품어주는 바다이고 싶다.
댓가없이 내어주는 바다이고 싶다.
각색 물고기들과 부유하는 생물이 노닐며
쉼과 위안을 얻는 ‘에덴’의 한 부분이고 싶다.
온몸이 만신창이 되어도 밀려오는
파도의 환호에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당신- 바다이고 싶다.
3프로의 소금으로 더러운 것들을 부끄럽게 하고
부식해가고 악취 나는 것들을 정화시키는 소금 품은 바다이고 싶다.
퍽퍽했던 시공간이 무너지기 전에
둥글게 둥글게 영글어가는
무한하게 넓은 품을 지닌 바다이고 싶다.
갈매기
뱃 길 따라 갑판에 날아드는 갈매기는
차디찬 공기를 헤가르는 경이로운 몸짓이다
뼈를 에이는 혹한에도 흔들림이 전혀 없이
구경거리 생겼다고 몰려드는
불청객의 광기 어린 눈빛에도
묵묵히 침묵을 흘린 채
먹이를 가로채는 날렵한 액션으로
하늘과 바다 사이 위태로운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톺아 오르고 넘나든다
깃털마저 씹어 삼킬듯한 찬바람 모진 풍랑에도
자유로운 나래 펼쳐 바람을 헤가르며 창공을 날아옌다.
숯처럼 까만 먹을 듬뿍 찍어 묵직하고
뜨거운 필묵으로 단조롭지만
눈부신 흑백 색 그림 한 폭을 수놓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