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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금의 차 이야기-오늘 밤은 너가 있어서 더욱 아름다워라
2020년06월02일 11:28   조회수:604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미니수필

오늘 밤은 너가 있어서 

더욱 아름다워라 

유해금


 오늘 밤은 너가 있어서 

 더욱 아름다워라 


  봄날의 밤경치도 참 매혹적이다.

  하늘의 별들을 무색케하는 가로등들이  낮의 소동과 번화가 거의 가라앉은 조용한 거리를 현란하게 비추고 정열이 넘치는 라일락은 낮과 다름없이 그윽한 향기로 오가는 이들을 반겨주고 길옆의 노랑이는  반짝이는 별인양 찬란한 얼굴로 웃고 있어 가로등이 환한지 아니면 꽃이 더 환한지 분간할 수가 없다.

  봄날 밤에 더욱 사람을 취하게 하는 건 가로수다. 금방 피여나기 시작하는 잎들이 밤하늘을 배경으로 달빛에 가로등에 비친 모습이 마치 엷지도 두텁지도 아니한 미녀들의 레이스원피스마냥  무한한 상상을 자아낸다. 

  머리를 쳐들고 높이 자란 나무와 하늘을 보며 걷다 나니 걸음이 비틀비틀해지는 게  푹 취한 주정뱅이가 되여버린다. 다만 이 밤에 나를 취하게 한 것은 술이 아니라 이 봄날의 경치일뿐…

  이처럼 아름다운 밤에 자신만을 위하여  아름다운 계화홍차를 우린다.

  달콤하고 그윽한 계화향을 깊게 맡으며 차잔을 기우리니 바로 내가 상상했던 그 맛이 입안에서 퍼지면서 목안으로 흘러든다. 너무 짙지도 싱겁지도 아니한 계화향과 부드러운 홍차맛이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룬 이 차는 너무 황홀하다.

  등황색으로 맑고 빛나는 차탕이나 오래동안 흩어지지 않는 달콤한 향기는 이 차는 아름다운 녀자 같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만약 20년 세월 속에서 전화해온 생보이차가 담대하고 개성있는 매력 작가 왕삭같고, 40년짜리는 성숙하고 세련되였음에도 생기 부족함이 없는 푸징 같다면 난 이 계화홍차는 30대의 운치있는 령혼 속에도 향기있는 아름다운 녀자라 하겠다. 

  우리는 분주한 세상을 벗어나 고독속에서만이 진정 그 무엇에 다가갈 수 있고 또 그것들의 아름다움을  보고 느낄 수 있다. “바로 이 맛이야!” 하며 온 몸을 전률하며 느끼는 그 흡족함, 지금 시대에 이런 느낌을 경험하기가 점점 힘들어진다. 그러나 매번 혼자 조용히 계화홍차를 우릴 때마다 나는 그 느낌을 경험할 수 있어서 참 행복하다.

  갑자기 세상에는 혼자 누릴 수밖에, 다른 사람과는 함께 나눌 수 없는 것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인들이 말하는 “독품득신(品得神)”, 즉 차는 혼자 조용히 음미해야 그 운치를 알 수 있다는 말의 일리를 알 것 같다. 매번 다른 사람들과 이 차를 마실 때마다 내가 우렸든 남이 우렸든 다 이 맛이 나지 않았다. 어쩌면 차보다 인간관계에 더 신경이 쓰다나니 정신이 집중되지 않아 그 진맛을 알아내지 못했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는 내가  경험했던대로 설명해왔다. 이제는 다시 남들과 같이 이 차를  마시지도 구구히 설명하지도 않으련다.

  다 마신 빈잔을 코끝에 갖다 대고 다시 향기를 맡는다. 차잔에 남은 은은한 향기는 아직도 나를 취하게 한다.

  고독이 계화향으로 물드는 아름다운 이 밤에 나는 모든 것들에 이 밤은 너가 있어서 더욱 아름답다고 말해주고 싶다.



유해금.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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