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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니의 시향-가을무덤(외1수)
2021년02월04일 17:50   조회수:125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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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무덤(외1수)

권연이

 

가을무덤



가을 저쪽에

내 무덤이 곱게 파여 있었다는 걸

나는 알고 있었네

새잎 파랗게 피우기로 한 그 때부터

나는 이미 알고 있었네

 

그럼에도 나는

봄에서 기꺼이 피워 올렸네

한이 없도록 피워 올렸네

여름을 파랗게 질식시키기도 했네

 

아침 새 소리에 마음껏 기지개를 폈고

따가운 정오에는 때론

달콤한 동면을 꿈꾸기도 했다네 

저녁 노을 지을 즈음

서쪽 하늘 바라보며

나만의 찬송가도 높이 불러 보았고

긴 밤은 누군가를 그리느라 외로울 새 없었다네

그렇게 한 순간도

나는 삶을 우롱한 적이 없었다네

 

태어난 그 날

죽음을 안고 태어났으니

빨강과 노랑과 눈부심으로 온 몸을 불태워

나는 가을로 가려네

저 노을에 뛰어들어

함께 물들어 가려네

성큼성큼 룰루랄라

내 무덤이 곱게 파여 있는

가을로 가려네



간 큰 달팽이


 

혼이 쏘옥 빠진채로

길 한 가운데 쓰러진 달팽이

참 간도 컸다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시도 때도 안 보고

껍질 단단하다고 의기양양 폼 잡고 나섰다가

가을의 유혹에 빠져

영혼까지 다 내 줬는데

 

어쩌나

이걸 어쩌나

끝내는

말라터진 빈껍데기만 남겨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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