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집(외1수)
홍영빈
내 마음의 집
주춧돌인 뿌리에 세워진
외기둥이 받쳐즈는 그 위에
들보 도리 서까래 어울려지고
푸른 지붕 덮인 숨 쉬는 집
불볕과 찬비를 막아주던
조상의 옛집
벽이 없기에 문도 없고
세상바람 마구 불어닥쳐도
끄덕없이 대를 물려 오는 집과 집
몸이자 집이 되고 집이자 몸이 되는
울타리도 담장도 없는
내 마음의 집.
비우는 삶
더러 굶으면서 살아보자
너무 만족하게 먹고 마시어
위장이 숨 못 쉬게 채워 넣지 말고
오장육부가 좀 쉽게 돌아가게 하고
내장 청소 시간을 마련해주자
더러 굶으면서 살아보자
생수와 생기로 정기를 보충해 주면서
위장을 즐겁게 잘 비우면서 사는
장생의 족속 학과 거북이 같이
별을 품은 주위를 늘 비워 놓는
우리의 영생 원조인 하늘과 같이
위장을 더러 비우면서 살아보자
마음을 더러 비우면서 살아보자.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1장 <나를 찾아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