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외1수)
홍영빈
혀
혀가 살아가는 좁은 집에도
송글송글 솟아나는 샘물이 있고
천장 넘어 그 위엔
나름대로의 하늘을 갖고 있습니다
맛을 알아낼 줄 알고
말을 굴러낼 줄 아는
둘도 없는 재간둥이 혀입니다
평생을 하늘의 뜻에 따라
한뙈기 땅을 두고 참여해 일하면서
충성스레 몸을 다 바치는 혀는
사랑스럽고 귀여운 근육덩이.
귀한 것들과 함께
간의 끝은 눈입니다
페의 끝은 코입니다
비의 끝은 혀입니다
신의 끝은 귀입니다
심의 끝은 입술입니다
천기와 지기를 받아 들여
내 몸을 위해주는 귀한 것들이
고맙고 대견스러운 나머지
때론 나를 일깨워 주며
반성하게 하는 사랑스러운 것들.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1장 <나를 찾아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