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

흐르는 세월을 단장하는 인류는

음양의 힘으로 자생하는 거인입니다

나는 이 위대한 몸에 생겨나 자리한

한낱 보잘 것 없는 세포입니다

가령 동포들과 같이 살지 않는다면

나의 존재를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겁니다

나는 내 나이에 국한되지 않는

거인의 나이에 끼워서 삽니다

그래서 내가 나에게 바라는 것 있으니

그것은 충실한 세포 되는 일입니다.

목

사람의 목은 홀시 못할 부품입니다

목 위엔 피가 올라가야

제구실 하는

둥근 머리가 앉아서 사무를 보고

목 아래엔 정신이 내려가야 제 노릇 하는

사지를 거느린 몸뚱이가 있습니다

유용한 대목인 목의 존재로 하여

손목과 발목 길폭과 골목 이름 생기고

목에다 숨을 더하여 목숨이라 했으니

하늘의 축소물인 머리와

땅의 모방물인 몸뚱이를

폐물 되지 않게 하기 위하여

생명의 물질을 쉼 없이 아래위로

나르는 통로인

천사 같은 목이옵니다.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가는 길>

   제1장 <나를 찾아서>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