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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성형수술
2021년01월28일 17:26   조회수:79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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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성형수술

박일

 

성형수술

 

이 이야기는 몇해전에 있은 진실한 사실이다.

백암읍에 있는 “선녀 미용원”으로 찾아오는 손님은 반수이상이 안개골 여성들이었다. 한때는 청도요, 위해요 하며 연해도시로 돈벌이를 떠나는 새파란 처녀애들이 줄 저어 찾아왔었다.

그들은 저마다 눈썹에다 주사를 놓으며 반달눈썹을 만들고 눈등의 살을 째겨 쌍가풀 눈을 만들고 볼 따귀의 살점을 오벼내여 보조개를 만드느라 야단이었다.

그런데 마을에서 처녀라고 이름지은건 죄다 떠나버려 미용원이 좀 조용해 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파파늙은 할머니들이 떼를 지어 몰려들었다. 꼭 같이 꼬불꼬불 파마머리를 한 할머니들은 주로 성형수술에 달라붙었다. 이마며 눈귀며 볼이며 턱이며 어데라 없이 주글주글한 주름살을 없애느라고 분주스러웠다.

“선녀 미용원” 덕분에 안개골의 할머니들까지 새파란 각시들로 변해가자 이번엔 시집온지 여러해 잘되는 마을 아낙네들이 나설 차례였다.

안개골의 아낙네들 중에서 인물이 환하고 말재주도 좋고 또 무슨 일에나 제일 먼저 선코를 떼는 여인은 최선달의 아내 분숙이었다. 그래서였던지 미용원에도 분숙이가 또래들중에서 제일 먼저 찾아왔다.

분숙이는 올해로 마흔하고도 세 살이나 더 붙은 나이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아직도 그를 “새 각시”라고 불렀다. 그만큼 에미 키를 따라잡은 딸애가 있는 몸인데도 이십대 각시들 못지않게 젊어보였던 것이다.

(아니, 안개골에 이처럼 고운 여성도 숨어있었단 말인가?)

분숙이가 “선녀 미용원”에 들어서자 미용원의 남선생은 단통 눈이 커졌다.

“저도 성형수술을 하려고 왔어요.”

(이건 또 무슨 소린가?)

남선생은 분숙의 얼굴을 깐깐히 뜯어보았다. 보면 볼수록 오관이 맞춤맞춤 제자리를 찾아 앉았고 금방 씻은 팥알같이 환하면서도 복실복실한 얼굴이어서 도대체 어느곳을 다쳐야 할지 어리둥절해졌다.

“이 얼굴을 죄다 뜯어 고칠수 있겠지요?”

(이 고운 얼굴을 죄다 뜯어 고친다?...)

“그리고 이 젖가슴도...”

(아니, 볼록 볼록 잘도 도드라져 나온 젖가슴은 왜?)

“그담엔 이 손등도 말이예요.”

(뭐야? 희고 포동포동한 손등까지도?)

생활미용, 의료미용에 들어가선 말할 것도 없고 성형수술에 들어가서도 이 고장에서 두 번째 서라하면 섭다 하는 남선생이건만 오늘처럼 어리둥절해지기는 미용원을 차려서는 처음 겪는 일이다.

“글쎄 소원이 그러시다면 요구대로 칼을 댈수는 있네만 어째서 꼭 성형수술을 하려고 하는지?”

“돈을 벌려고 그러지요 뭐.”

“그럼 젊은 각시도 어델 떠나려고 그러시오?”

“예!”

남선생은 조금 이해가 될것만 같았다. 지금 세월엔 얼굴이 예쁠수록 돈 벌기가 쉽다고들 하지 않는가.

“그럼 어디를 어떻게 다듬어 줄까요?”

“호, 다듬어 달라는게 아니라 이 이마, 이 눈언저리 그리고 이 양볼에 주름살이 주글주글하게 만들어 주세요.”

“뭐라구?”

남선생은 갑자기 눈알이 뒤집히고 손가락이 바르르 떨렸다.

“그리고 이 송송 박힌 앞니도 어간어간 몇 대씩 뽑아주고 이 젖가슴도 할머니들 젖가슴처럼 만들어 주고 이 손등도 살을 쑥 빼고 가죽만 남게 해주세요.”

(아차, 이제 보니 이 여인은 분명 정신이 잘못된게로구나!)

남선생은 손등으로 눈을 부비며 분숙이를 다시 한번 찬찬히 뜯어보았다. 세상 사람들 모두가 미운 얼굴을 곱게 하고 늙은 모습을 젊어보이게 하려고 애쓰는 세월인데 고운 얼굴을 밉게 만들고 젊은 모습을 늙어보이게 하려는 사람은 머리에 털 나서는 처음 보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정신병에 걸린 사람이라면 눈에 정기가 없을텐데 이 여성의 또릿또릿한 두 눈에선 보석처럼 반짝반짝 빛을 뿜고 있는 것이 아닌가.

“젊은 각시는 도대체 어째서 이런 수술을 하려는 거요?”

“호- 돈을 벌고파 그런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럼 고운 얼굴보다 미운 얼굴이면 돈을 더 주는 곳도 있는가?”

“호호 있구말구요.”

“그런 곳이 어데지?”

“한국!”

“한국?”

“한국으로 친척방문 가려면 예순살이 되어야 갈수있다네요. 그래서 저도 그만한 나이가 되어보이게 하려고 이래요.”

남선생은 오래도록 입만 벌린 채 뒷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분숙이가 평생소원이라며 기어코 달라 붙는데야 성형수술을 해주지 않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남선생은 씻은 팥알같이 고운 분숙의 얼굴에 수술칼을 대고 이리 째기고 저리 파 밭고랑처럼 얼굴에 숱한 주름살을 만들어 주었고 가쯘한 흰 이도 아래위로 세대씩 뽑아던지고 봉긋하던 젖가슴도, 포동포동하던 손등도 돌아가며 주글주글 가죽만 남겨놓았다.

분숙이는 단통 파파늙은 할머니로 변해버렸다.

분숙이는 혼자서 웃고 울며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밖에 나갔던 남편 최선달이 집에 들어서다가 그만 얼음강판에 자빠진 황소눈이 되어 집을 뛰쳐나간 것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게다가 여기가 탈리고 저기가 비뚤어지며 출국수속이 되지 않는 통에 결국 분숙이는 한국으로 나간 것이 아니라 정신병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이 이야기는 몇해전, 조선족이 모여 사는 한 시골에서 있은 진실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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