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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동호의 그 옛날 그 이야기-그날에 있었던 이야기
2021년01월25일 20:38   조회수:948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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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그날에 있었던 이야기

림동호

 

그날에 있었던 이야기


 지난해까지만 해도 미나리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1년치고 한두 번 뜯어다 맛보는 형편이었는데 올해부터 의학계나 언론계에서 미나리에 대해 대대적으로 흥보하자 나도 미나리에 대해 중시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나리는 집미나리(셀러리, 芹菜) 밭미나리, 들미나리, 물미나리, 돌미나리 이름도 많았다. 중국어로는(野芹菜) 들미나리란 뜻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한족들은 모르고 있었다. 동북 한족들은 미나리를 조선족들이 번역한 그대로 野芹菜라고 부르는 일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 한족들이 巴掌이라고 불렀다. 잎사귀가 오리발처럼 생겼다고 해서일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른 땅에서 자라는 돌 미나리가 다른 미나리처럼 위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 옆으로 자라면서 가지를 뻗는다. 돌미나리의 향이 다른 미나리와 달리 향이 특이해 미나리밭에 가면 돌미나리부터 찾는 것이 일수다. 재료를 보게 되면 미나리는 간 기능에 특별히 좋다고 씌어져있다. 혈액을 깨끗이 걸러내는 작용도 한단다. 방암 항암 작용도 돌출하단다. 

어떤 사람들은 생으로 깨끗이 씻어서 고추장과 기타 조미료를 넣고 무쳐 먹고 또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버무려 먹고 고기와 양파 등을 넣고 볶아도 먹고 그다음 줴기를 만들어 냉동시켰다가 언제든지 꺼내먹고 또 보드랍게 탕쳐서 고기와 섞어서 만들어낸 소로 물만두를 해서 먹으면 썩어지게 맛있다고도 했다. 또 양파, 마늘 등을 넣고 절구기도 하고 말리워서 가루내여 평시 차 마시듯 장기복용하면 암 치료에도 그렇게도 좋다고들 한다. 우씨 아줌마는 한국에 있는 친구한테서 말린 미나리를 얼마 있으면 얼마를 고가로 사겠다는 전화도 받았단다. 말리면 10:1이 좀 더 나온단다. 해볼 만한 일이라고 했다.

그런데 미나리를 어디에 가서 캔단 말인가?

3년 전에 친구와 미나리밭을 찾는다고 청양지대 으쓱진 곳은 죄다 찾아 다닌 듯 싶다. 결국은 면목 있는 한족의 도움을 받고 넓은 황지를 개간하지 않은 듯 한 미나리밭을 찾아냈다. 그래서 해마다 4월 중순을 기준으로 한두 번씩 미나리 뜯으러 다녔다. 처음엔 1~2명씩 3~4명씩 다니다가 나중엔 재청도 연수현고향정협회(원 먹자협회)췬의 대화창에 글을 올리고 동원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 친구의 초대를 받고 생일파티에 참가하게 되었는데 계서에 있다는 박씨 아줌마가 미나리 효능에 대해 얘기하면서 어디에 가서 미나리를 뜯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가 큰 미나리밭을 알고 있어요"

"정말입니까?"

"그럼요, 미나리 밭이 얼마나 큰지 100명이 가도 모두가 많이 뜯을 수 있어요"

"언제 한 번 함께 갑시다"

"그러죠"

며칠 후 그 박씨 아줌마에게서 위챗 음성통화가 왔었다.

"자가용 준비했습니다. 선생님까지 다섯 명입니다. 될 수 있을까요? 내일 아침 여덟 시입니다" 

"예, 알았어요. 내가 말한 적 있죠? 조건이 허락된다면 한 번에 백명이라도 가능해요" 

"호 호 호 선생님 농담이 심합다예..."

"진짜예요"

 해림, 계동, 밀산, 림구, 목릉, 녕안 그쪽의 사람들은 대부분이 연변 말투를 사용하는데 이웃 나라 조선의 말투와 비슷하다는 인상을 주었다. 때론 재미있기도 했다. 이튿날 아침 자가용이 화원 대문 앞에서 기다린다고 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나는 휴대폰에서 미나리밭의 위치를 찾아서 기사 아줌마의 앞에 놓았다.

"미나리밭의 위치를 저에게 보내주쇼" 

박씨 아줌마는 휴대폰을 들고 나에게 한마디 했다.

"그건 누구에게도 안줘요"

"예? 왜서 아이줌까?"

"나는 이 위치를 가지고  먹구살아요. 아니면 누가 절 찾겠어요? 누가 또 이런 고급승용차에 저를 태울까요?" 

하!하!호!호!

차 안의 침묵을 깨려고 유머로 웃음을 찾기 시작했다.

약 한 시간 달린 자가용이 목적지에 도착했다.

"와~"

아줌마들은 저도 몰래 고함 질렀다. 

미나리 뜯으러 욌다는 윤씨 아줌마는 굽 높은 구두를 신어서 웃음거리로 되었다.

"스립빠도 가지고 왔다구!" 

"굽 높은 구두에 스립빠까지 아줌마는 미나리가 학교 운동장이나 아니면 콩크리트 바닥에서 자라나 했나 보죠?"

"ㅎㅎㅎ"

"아저씨는 어떻게 이런 곳을 알았습까?"

"친구를 통해서요"

"그 친구는 어떻게 알았담까?" 

"글쎄요, 그 친구가 지금 천국이란 곳에 갔는데 지금 당장은 만날 수 없구요. 나중에 그 친구를 만나거들랑 물어본 뒤에 알려 드리죠뭐"

하하호호.

박씨 아줌마는 손칼을 휴대했는데 농민들이 벼 가을 하듯이 미나리를 썩썩썩 베어서는 아줌마들 앞에 무져 놓았다. 아줌마들은 풀밭에 주저앉아 검불래가만 골라내고 미나리를 주머니에 넣기 시작했다. 야야라는 말밖에 다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손가락이 드나들 수 없을 정도로 빈틈없이 자란 이런 미나리밭은 처음 보는 듯 했다. 기분들이 좋아 콧노래가 들리었다.

 

약 한 시간 후 나는 집으로 가자고 했다. 

누구도 응대하지 않았다

"안 가세요?" 

"조금만 더 하기쇼"

"그렇게 많이 캐서 뭘 하게요?"

"친척들 친구들 동네 할머니들 조금씩 나누어 줄라구 그럼다"

박씨 아줌마가 이렇게 말하자 옆의 윤씨 아줌마가 한마디 했다.

"아이구 제가 왜 말이재요? 이렇게 힘들게 캐서 남들 다 준단 말이요?"

나도 한마디 던졌다.

"그러니깐요. 죄다 남들 줄 거면서 이렇게 먼 곳까지 와서 고생하세요?"

윤씨 아줌마는 나와 동감인듯 했다.

"그러게 말입다. 머저리라고 이마에 써 붙여야 암까?"

무슨 미나리 가지고 머저리니 이마니 하는 윤씨 아줌마가 웃긴다고 느꼈다. 그래서 나도 농담 한마디 했다.

"그러니깐요. 저 아줌마 처음 볼 때부터 머절썩 해 보였어요"

하하하 호호호.

박씨 아줌마는 그 말이 웃으워 죽겠다며 배를 끌어안고 웃었다. 

"아이고 아이고 선생님 때문에 내가 죽는다. 정말 내가 처음부터 머절썩 해보였슴까? 하하하, 아이고 아이고 내가 죽는다..."

박씨 아주마의 웃음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웃음소리도 원자탄 터지는 소리같네요. ㅎㅎㅎ"

"하하 웃기지 마쇼 내가 죽습다"

박씨 아줌마는 호리호리한 몸매에 멀쑥하고 널따란 얼굴이 첫인상에 너그러워 보였고 풍성하고 남들께 많이 베푼다는 인상을 주었다. 웃기를 좋아하는 그는 재미나는 이야기도 많이 했다.

"언제 우리 협회 박 교수란 분이 나보고 젊었을 때 교원질 했는가고 묻습데 그래서 내가 어째서 교원질 했다고 봅니까? 라고 물었더니 췬에서 댓글도 잘 쓰고 웅변도 좋고 아문 데를 봐도 남과 다르다는 게야" 

박씨 아줌마가 전번에도 이 말을 한 적이 있었는 데 자신보고 교원질 했느냐고 물은 것이 그렇게도 인상적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내가 한마디 했다.

"예, 저도 그 말을 듣고 아줌마가 교원질 했다는 게 확실히 틀리지는 않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댔는데 밤새 잠자면서 가만히 생각해 본 결과 틀리더란 말이에요"

"왜 틀리단 검까?"

"저분이 강의하다가 한번 크게 웃으면 교실의 학생들이 죄다 까무러치거나 심장병이 걸렸을 것 같아서요"

하하하.

윤씨 아줌마는 너무 웃다가 도랑에 빠져 신에 물이 차기도 했다. 

"자메스리 어떻게 생각함까?"

"하! 하! 하!"

"이젠 정말 가자구요"

아줌마들이 미나리를 넣은 보따리들을 머리에 이고 어깨에 메고 양손에 들고 승용차가 있는 데까지 걸어가는 뒷모습이 마치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전쟁년대 봉화 속의 난민들을 방불케 했다.


자가용차가 집에 도착할 무렵 박씨 아줌마는 언니요, 이모요, 고모요, 할머니요, 동생이요 하며 전화를 걸어 15분 정도면 집 앞에 도착할 테니 밖에 나와 기다리란다. 나는 박씨 아줌마를 견주고 한마디 했다. 

"아무리 비싸고 좋은 약도 병 못 고치면 약이 아니에요" 

하!하!하!

집 앞에 도착한 아줌마들이 오늘 정말 즐거웠다며 내일 물쑥 뜯으러 함께 가자고 했다.

"누가 데리고 간대요?"

"왜 그럼까?"

"당원 아니죠?" 

"에? 물쑥 뜯으러 가는 것도 무슨 당원 비당원 함까? 하하하"

승용차에서 내린 나도 택시를 갈아타면서 세한(世)에 있는 강일 친구에게 미나리를 좋아하면 뜯은 것을 모두 가져다주겠다며 대통로 옆에서 기다리라고 전화를 했다.

- 박씨 아줌마는 일부를 남한테 주고도 머저리란 소리를 들었는데 그럼 나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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