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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한춘옥의 수필세계-코신부대
한춘옥의 수필세계-코신부대
2021년01월07일 20:07   조회수:110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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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코신부대

한춘옥

 

코신부대

 

신발은 발의 집이고 발이 편하면 몸이 편하다. 내 발의 느낌만을 소유한 신발은 어쩌면 사람의 얼굴이라 해도 좋다.

요즘은 등산할 때는 등산화, 걷기운동을 할 때는 운동화, 나들이 할 때는 구두 이렇게 철에 따라 때에 따라 용도에 따라 신발을 구비하기에 집집마다 신발장은 전시장을 방불케한다.

하지만 옛날에는 고무신 한 컬레로 모든 장소에 드나들었다. 가난했던 그 시절의 향수와 추억이 담긴 고무신은 신기가 편리하고 가벼우면서 한사람의 성격을 잘 나타낼 수 있었다.

언제나 하얗게 잘 닦은 흰고무신을 즐겨 신으시던 멋쟁이 할아버지가 떠오른다. 이웃동네에서는 할아버지가 흰 모시적삼에 우유빛 고무신을 신고 나서면 큰길이 환하게 빛이 난다고 하였다.

할머니와 엄마의 고무신은 특이하게 코처럼 뾰족한 코신이었다. 그 추억의 코신은 조각달이 되어 오늘도 다소곳이 저 하늘에 걸려있다.

어린 시절에 땀이 차면 질척거리고 뛰어다니다 보면 홀딱 벗겨지는 고무신의 용도는 다양했다. 신발을 반으로 접어서 쪽배를 만들기도 하고 놀이감으로 물고기 잡아서 고무신에 넣고는 맨발로 집에 오기도 했다. 물이 새지 않는 고무신은 우리 조무래기들에게 좋은 장난감이었다.

신발 속에 물건을 담아 나르는 자동차 대용으로 흙장난 할 때 흙이나 모래를 퍼담아 부으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다. 냇가에서 바가지 대신으로 물을 끼얹으며 깔깔대는 그 천진한 웃음소리가 지금도 기분 좋게 나의 귓전에서 들려온다.

고무신에 구멍이 나거나 헤지면 고무조각으로 때워서 신거나 천으로 한뜸한뜸 기워서 신기도 한다. 더 이상 때워서 신을 수 없으면 고물상점에 가져가서 동전과 바꾼다. 동전 한잎을 받아쥐고는 달콤한 군침을 꼴깍 삼키며 상점에 뛰어간다. 개눈깔사탕 몇알 사먹는 그 쏠쏠한 재미와 추억이 오늘도 눈앞에서 아른거린다.

코신 같은 그 질기고 단단한 정신이 아마도 옛날 엄마들이 이민의 설음과 가난을 악착 같이 버티게 한 것 같다. 코신부대들의 헌신적인 정신으로 가족을 이끌고 아이들을 주렁주렁 낳아 키우면서 민족의 얼을 지켜왔다.

절반 하늘을 떠인 코신부대들은 똬리를 머리에 얹고 물동이와 짐을 이고 다녔다. 마치 하늘 떠인 조각상 같기도 하고 낙타 같기도 하다. 코신부대들은 어려운 인생을 가슴과 머리로 떠이고 사랑의 치마폭으로 세상을 얼싸안았다.

그 시대 엄마들은 부모님을 공경하고 남편을 하늘 같이 받들면서 자식들을 키우는 것을 숙명으로 받아들였다. 아무리 가난해도 허리띠를 졸라매고 자식을 공부시켰다. 이것은 단순하게 자신을 희생한 삶이 아니다. 조선족이란 이 열세민족에게 빛을 뿌린 아름답고 값진 인생이다.

전쟁에 남편과 아들을 바친 엄마들의 가슴에 얼룩진  핏눈물은 이루 다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고통과 슬픔에 잠길 시간과 여유조차 없이 가족을 위하여 묵묵히 일에 매달릴 수 밖에 없었다. 부모님과 자식을 위하여 언제 한번 자신을 생각하고 돌아볼 사이도 없이 이를 악물고 버티며 살아야만 했다. 연약한 여자의 몸으로 하늘을 감동시키는 시대의 정신을 창조했다. 사회와 가정의 구석구석에는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코신부대들의 정신세계가 도배되지 않은 곳이 없다.

아리랑고개 고개길에 남긴 코신부대의 발자국에는 백의민족의 강인한 정신이 살아있다. 세월이 어떻게 흘러도 거꾸로 신을 수 없는 코신, 일편단심 해바라기 처럼 가족 사랑에 혼신을 쏟으며 서로 부족한 부위를 꿰매고 때울지라도 절대로 고무신을 거꾸로 혹은 바꿔 신지 말고 고무신 처럼 질긴 사랑을 하라고.

요즘은 고무신도 코신도 이미 사라졌다. 하지만 코신부대의 정신은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여기 해안선에서 민족의 신앙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여성들은 민족학교가 없는 연해도시에서 민족의 얼과 문화를 지켜가기 위하여 부모교실, 가정학교, 여성발전센터를 세웠다.

요즘 여성들은 가정과 사회의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시간과 재능을 경영하고 있다. 부단히 자기개발을 하면서 전문성을 키우고 가정과 사회를 이끌어가고 있다. 스스로의 경영권을 가지고 가정과 사회의 분위기를 조성해간다. 그래서 여성이 행복하면 가정과 사회가 행복해진다고 한다.

엄마의 하얀 코신은 오늘도 저 하늘의 조각달이 되어 밤하늘을 비춰주고 있다.

 

<요녕신문> 2016.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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