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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의 정원-비빔밥단상
2021년01월04일 12:14   조회수:114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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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비빔밥단상

이홍숙

 

비빔밥단상


갓 지어낸 김이 문문 나는 흰 쌀밥에 고추장,참기름 등 기본적인 재료만 제공되면 그 위에 무엇을 얹든지 비빔밥이라고 불러줄 수 있다. 푸르싱싱한 시금치, 노오란 콩나물, 씹히는 맛이 일품인 도라지를 넣으면 전형적인 한국식 비빔밥이라지만 개인의 취향에 따라 그 어떤 식재료를 넣어도 사각거리고 매콤 고소한 우리 입맛에 꼭 맞는 비빔밥이 탄생이 된다.

어렸을 적 편식이 심하고 입이 짧은 나를 걱정하여 셋째고모는 늘 내게 매콤한 비빔밥을 만들어주었다. 여름이 되면 채마밭에 욱적거리며 키돋움하는 야채들을 쑥쑥 뽑아다가 손을 대면 쨍하고 뼈속까지 시린 수도물에 깨끗이 씻어서 손으로 뿍뿍 뜯어 양푼에 담고 할머니가 직접 담근 고추장을 장독에서 퍼내어  참기름 두르고 얼큰하게 비비면 셋이 먹다 한놈이 죽어도 모를만큼 내 혼을 쏙 빼어놓는 맛있는 비빔밥이 탄생이 되어 평소에 얄밉게도 밥을 깨작거리며 먹던 나도 입술이 부러트는 줄도 모르고 퍼먹었던 기억이 난다. 

이처럼 비빔밥은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는 음식이다. 그만큼 식재료의 신선함과 고추장의 매콤함, 그리고 참기름의 고소함이 잘 어우러져 미식가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때문일 것이다.

바쁜 일상가운데 급하게 떼우는 점심식사라 점심시간에 음식이 속히 나오는 패스트푸드점에 들려 야채비빔밥 한 그릇 시켜 먹다가 뇌리를 스치는 생각에 잠시 글로 메모를 해두었던 내용이 문득 떠올랐다.

한 회사나 집체를 놓고 본다면 단체는 한 그릇의 비빔밥이요, 회사나 단체의 구성원들은 비빔밥안의 식재료나 간을 맞추는 양념이라고 볼 수가 있겠다. 오이는 오이대로의 사각거리는 맛을, 고사리는 고사리대로 산나물로서의 깊은 맛을, 콩나물은 그만의 아삭거림으로, 잣은 잣대로 고소한 맛, 그 위에 얹어진 반쯤 익힌 계란노른자의 달콤함과 고추장의 매콤한 맛 등 각자 갖고 있는 맛을 제대로 발휘를 해야 하는 법이고 비빔밥을 먹는 그 사람 리더는 맞춤한 비율로 얹어진 야채와 양념을 조화롭게 잘 비비고 어우러지게 해야 만이 맛있는 비빔밥이 탄생이 되는 것처럼 단체에서의 리더의 위치는 그야말로 지혜와 통찰력, 리더쉽을 겸비한 결정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어떤 식재료가 맛있다고 하여 비율을 무시하고 더 얹어놓거나 또 맛이 없다고 하여 적게 두거나 빼버리고 심지어는 그들을 잘 어우러지게 버무리지 못한다면 절대 맛있는 음식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단체를 이끌어가는 리더가 홀로 그 모든 짐을 다 지고 가려고 의도하거나 각자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한쪽으로 치우친다면 결코 좋은 결과를 바라볼 수가 없는 것이다.

리더 홀로 그 여러가지 식재료의 맛을 내고자 하는 건 지나친 욕심이자 무리가 되는 일이다. 이와 같이 중요한 위치에 앉은 리더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은 각 식재료로 하여금 자기 본연의 맛을 최선을 다해 내게 하는 것이고 각 구성원들이 잘 연합할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 진정 감당해야 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주 오래전, 모든 일들을 홀로 지고 가려는 스타일의 리더와 함께 일을 한 적이 있었다. 함께 일하는 사람을 편하게 해준다는 좋은 의도에서 출발은 했지만 그는 열사람이 감당해야 하는 모든 일들을 홀로 하고 있었고 함께 일하는 파트너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어느 분야나 무론하고 사사건건 피곤하게 터치를 했다.

홀로 밤낮없이 바쁘게 일을 했지만 그의 옆에서 함께 일을 하던 직원들은 별로 중용을 받지 못하고 늘 눈치가 보이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연유로 결국 하나둘씩 떠나가고 혼자 남아서 그 모든 걸 감당해야 했다. 많은 사람이 해야 될 일을 홀로 떠맡고 있었기에 년말에 사장에게서 칭찬은 혼자 다 받았으나 파트너에게 있어서 그는 회사를 건립하고 난 뒤 역사이래 제일 손발을 맞추기 힘들고 자신밖에 모르는 한심한 상사로 낙인이 찍혔다. 본인 역시도 지쳐서 쓰러질 정도였지만 아무도 그 공로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또한 이와 반대로 자신이 리더가 아니라고 해서 그만큼 중용을 받지 못한다고 해서 원망을 하고 중용받는 그 누군가를 미워하는 미련한 예도 있었다. 자신이 하등 보잘것없는 식재료, 즉 처한 위치가 하찮다고 생각하여 스팩과 실력을 쌓는 노력을 기울이는 대신 자신보다 능력이 있고 우월한 위치에 선 사람을 견제하고 질투하고 시기하는데 시간을 허비한다면 얼마나 부질없는 짓일까. 다른 사람이 부러운 시간이 존재하게 되는 이유는 자신의 능력을 부단히 업그레이드 하라는 신의 계시이다.

만약 우리가 리더가 아닌 구성원이라 할지라도 기 죽을 필요도, 다른 사람을 부러워 할 필요도 없다. 참기름이면 참기름대로의 고소함을 내면 그뿐이고 시금치면 시금치대로의 상큼함을, 고추장이면 고추장대로의 매콤함을 꾸준히 아낌없이 내다보면 어느 순간, 그 단체에서 다른 사람은 전혀 대체할 수 없는 귀한 자리에 서게 될 것은 당연한 이치이기 때문이다.

허나 늘 아쉬운 게 있다면 많은 제한성을 지니고 있는 인간으로서의 우리는 항상 다른 사람의 그릇안에 떡이 더 커보이고 다른 사람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여 자꾸 다른 사람의 그릇을 넘본다는 사실이다. 콩나물이 제 아무리 잘났다고 하더라도 참기름의 고소함을 낼 수 없고 오이가 아무리 아삭거린다고 해도 고사리의 깊은 맛은 낼 수가 없는 법이다.

자신이 서있는 위치는 망각하고 할 수 있는 일은 멀거니 손을 놓은 채 남의 것을 줄창 노린다면 이 또한 미련한 짓임이 틀림이 없다. 누군가 자신의 위치를 노릴가봐 불안에 떨고 다른 사람보다 못하다는 자비감에 비슷한 라이벌을 견제하고 질투를 하는 행위들도 간장종지만한 그릇만이 할 수 있는 옹졸한 짓이다. 가끔씩 그런 일들을 겪을 때마다 이루 형언할 수 없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비빔밥, 어우러져 더 맛있다. 각자 최선을 다하고 있어 더 아름다운건지도 모른다. 비벼주는 사람의 지혜가 있어 멋진 음식이라 불러 주겠다.

다함께 비빔밥이라는 이 맛있는 음식에서 지혜를 배우고 살아가는 과정에 접목을 시킨다면 우리의 인생은 한 그릇의 매콤 고소하고 사각거리는 비빔밥처럼 더 조화롭게 어우러지고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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