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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김연의 벽소설-기특한 선물
김연의 벽소설-기특한 선물
2020년12월31일 16:58   조회수:96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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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기특한 선물

김연

 


기특한 선물

  집문을 열고 신발을 벗기 바쁘게 작은 딸은 나의 손에 수공으로 된 이쁜 장미 한송이를 쥐어주었다.

"오늘, 3. 8 여자 명절이라고 유치원에서 같이 엄마 선물 만들었어요."

딸애는 자랑하듯 나에게 턱을 들어 보였다

  "우리 컸구나, 엄마한테 명절 선물 만들어줄 줄도 알고. "

  짧은 칭찬에도 딸애는 신이 나서 퐁퐁 뛰였다.

날이 어두워질 무렵에 피아노 학원을 마치고 큰 딸이 돌아왔다. 단숨에 달려 왔는지 얼굴은 한창 무르익은  사과처럼 빨갛게 타올랐고 이마엔 땀방울이 구슬져 있었다. 넥타이는 왼쪽 뒤어깨에 걸려 덜렁거렸다.

"언니, 이거 내가 엄마한테 선물 만들었지롱!"

작은 딸이 방에서 불쑥 튕겨 나와 언니는 무슨 선물을 준비했냐는 언니한테 시뚝해서 말했다.

", 유치하게! 나는 깜짝선물 드릴 거야!"

딸도 지지 않을 기세였다.

  자매의 기싸움을 지켜 보면서 나는 빙그레 웃었다. 큰애는 어려서부터 속셈이 깊고 철이 일찍 들어 맏이 다웠다. 무슨 선물을 준비했을지 궁금해진다. 김연.jpg

큰딸은 신신당부하면서 나를 방으로 밀어 보냈다.

  랭장고를 열고 닫는 소리, 수도물이 콸콸 흐르다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식재료를 찾아 씼나 보다. 이제 소학교 2학년 다니는 아이가 저녁밥을 하겠다니 안심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딸애는 다시 주방에 찾아온 나를 곧장 밀어냈다. 나는 식탁 앞에 앉아서 주방문을 바라 보았다.

"보온이 취소되였습니다. 백미쾌속을 시작합니다."

전기 밥솥의 안내말이 들려왔다.

큰딸은 애기때부터도 무엇이든 스스로 하려고 무척 애를 썼다. 처음 이유식을 먹을 때도 혼자 먹으려고 내 손에서 숟가락을 뺏던 아이다. 딸애의 포동포동한 손에 숟가락을 쥐여 주자 기다렸다는 듯 온갖 힘을 다하여 숟가락을 입 가까이로 가져 갔지만 입을 찾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 나는 아이가 이유식을 먹을 수 있도록 조금 도와 주었다. 드디여 해냈다는 듯한 성취의 기쁨을 갓 5개월 밖에 안된 아기의 얼굴에서 발견했을 때 참으로 놀라웠다.

네살에 들어서면서 샤워도 머리감기도 혼자 할 수 있다고 우겨서 나는 딸애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들에 손을 놓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거픔이 덜 씻겨서 다시 씻어주기도 했지만 날이 갈수록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점점 많아졌다. 아직도 큰딸이 처음 혼자 머리를 감던 일이 어제 일처럼 눈앞에 훤히 그려진다. 머리에 샴푸질 하고 거품을 양털처럼 보슬보슬 비벼 놀던 딸애가  방긋 웃으며 말했다.

엄마, 엄마 여보 와서 보라 해.”

"맛있는 백미취사가 완료되였습니다."

밥이 다 되였다는 소리가 나를 딸애의 동년에서 현실로 불러왔다.

몇분 지나서 큰딸은 고사리 같은 두손으로 하얀 접시를 들고 나와서 식탁에 올려 놓았다. 아이의 동글납작한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펴있었다. 큰딸은 기대에 눈길로 "엄마, 어때? 잘했지? "라고 묻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 보았다.

  아이의 얼굴에서 접시로 옮겨진 나의 시선은 그만 굳어지고 말았다. 유일하게 아는 료리가 달걀볶음인줄 알았는데 글쎄 자물당콩이 아니겠는가?!

  ", 이거 우리 딸이 한 거야? 정말 대단하네. 맛있겠다! "

하얀 접시에는 반쯤 익은 푸르싱싱한 자물당콩이 딸랑 네개 담겨 있었다.  

"엄마, 아빠, 나랑 지애 하나씩 먹을 거예요. 엄마, 밥도 했다."

큰 딸이 손을 잡고 주방으로 끌고 갔다.

  전기밥솥의 압력 손잡이를 조심스레 오른쪽으로 돌리고 뚜껑을 여니 하얀 김이 몰몰 피여 올랐다. 밥을 저으려고 주걱을 들고 내려보니 가마 안에 밥알이 한알한알 원래 크기 그대로 딩굴고  있었다. 몇알을 떠서 먹어보니 익기는 익었다.

  "지아야, 밥에 넣었어?"

"아니, 물로 두번 씻고 물은 버렸어."

나는 시무룩히 웃으면서 애의 어깨를 툭툭 쳐주었다.

"우리 딸들 덕분에 엄마가 정말 호강하네. 오늘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멋진 선물을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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