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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귀한 물건
2020년12월25일 19:40   조회수:757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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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귀한 물건

박일

 

귀한 물건

 

 명월진 소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병우선생은 사는게 바람없는 호수처럼 고요하여 무슨 근심걱정이 있을것 같지 않아 보였다. 외동딸이 지난해 대학으로 갔지, 다달이 월급이 나오는데다 한국 나간 안해 또한 꼬박꼬박 돈을 보내오지 게다가 어머니도 아직은 정정 하여 뒤시중을 잘해주지 속태울 일이 뭐가 있겠냐 말이다. 그런데 떡집에서 떡함지에 두부를 담아도 떡인가 한다고 겉보기에 점잖고 조용한 병우선생이 누구도 모르는 속병을 앓고 있다는건 명월진 사람들은 감감 모르고 있었다.

 부끄러운 말이지만 병우선생이 걸린 병은 사타구니에 달린 물건이 죄지은 놈처럼 늘 고개를 푹 떨구고 있는 그런 병이였다. 벽시계로 말하면 그 물건이 가끔은 여섯시로 쭉 올라갈 줄도 알아야 하는데 언제부턴가 병우선생의 그 물건은 고장난 시계처럼 그냥 다섯시 반에 머물러 있었다. 이런 병은 실로 얼굴이 뜨겁고 자존심이 상해 어데나가 입을 뻥긋 할수도 없는 일인데 지난해 한국에서 돌아와 한달간 머문 안해한테만은 들키우지 않을래야 않을수 없었다. 그래서 안해는 다시 한국으로 나가면서 시어머니한테 이 비밀을 알려주었고 또 돈은 얼마를 쓰던 부디 병을 고치라고 시어머니에게도 남편에게도 신신당부했다.

 그때부터 병우선생네 집에는 늘 지독한 중약냄새가 풍겼다. 의사가 하라는 대로 어머니는 매일같이 중약을 달여 아들에게 먹였던 것이다. 그리고 채소로는 부추가 좋다는 입소문에 볶음채에도 부추요. 장국에도 부추요 지어는 배추김치를 담그어도 부추가 더 많이 들어갔다. 그렇게 중약에 얼이 치고 부추에 지쳤어도 병우선생의 물건은 그냥 다섯시 반에서 움직일줄 몰랐다.

 그러던 어느날 동네 마실을 갔던 어머니는 호랑이의 자지가 남자들에게는 최고 보약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그놈을 술에 불구어 마시면 정상적인 남자들은 가죽팬티도 구멍을 뚫고 병우선생처럼 다섯시 반에 멈춰있는 사람은 고개를 번쩍 쳐들고 무조건 여섯시로 치달아 오를수 있다고들 했다.

 “그런데 그 귀한걸 어디가서 구한다냐?”

 어머니가 한숨을 짓자 점잖은 병우선생도 애꿎은 담배만 벅벅 태웠다.

 그러던 병우선생은 문뜩 명월진 동쪽 마을에 사는 동창생 명수가 생각났다. 수년째 러시아를 나들며 장사를 하는 명수는 가끔 록용이요 곰열이요 하며 러시아에서 귀한 약재를 가져와 어데다 넘겨판다는 소릴 들은적 있었던 것이다.

 병우선생이 명수를 찾아가니 마침 그는 집에 있었다. 병우선생은 귀한 물건을 구하고싶은 마음에 자존심이고 뭐고 다 버리고 동창생의 손을 덥썩 잡았다.

 “이 사람아, 날 좀 도와주게!”

 병우선생은 가족들 밖에는 처음으로 동창생 명수한테 자기가 걸린 병을 털어놓았다.

 “그래? 그럼 언녕 나를 찾을 거지.”

 그래도 옛날 한 교실에서 같이 공부한 동창생이 달랐다. 명수는 진심으로 병우를 동정하며 러시아엔 그런 물건을 구할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런 거 구해 오려면 돈 많이 들어.”

 “돈은 얼마 들어도 되네!”

 안해도 한국 가면서 한 말이 있으니 병우선생도 큰 소리를 쳤다.

 “비밀리에 가져와야 하니 세관 놈들한테도 찔러줘야 하고...”

 “글쎄 돈은 걱정말라니까.”

 “그럼 5만원 준비해, 내야 동창생이니 1전 한푼도 떼먹지 않을거니까.”

 “알겠네, 수고비는 내가 따로 줄테니 그저 물건이 진짜면 되네.”

 “물론 진짜지.”

 병우선생은 그렇게 귀중한 약재를 구할수 있다는 소리에 아이들처럼 기분이 둥둥 떴다. 그는 그날로 저금통장에서 5만원을 꺼내 명수한테 가져다 주었다.

 동창생 명수도 허실없이 신용을 지켰다. 보름이 지나자 아니나 다를가 명수는 러시아에서 진짜 호랑이 자지를 들고 왔는데 그것도 정성스레 술항아리에 넣고 독한 곡주까지 그득 담아서 들고 왔다. 병우선생은 그러는 동창생이 눈물이 나게 고마웠다.

 그보다도 기적같은 일은 그 술이 정말로 놀라운 효력이 있었던 것이다. 아니 글쎄 술을 열흘쯤 마시니 언제 봐도 다섯시 반이던 물건이 끔틀하고 고개를 쳐들고 다섯시 삼십오분으로 조금 옮겨졌고 또 열흘을 련이어 마시니 이번엔 다섯시 사십분, 다섯시 사십오분 하며 고개를 점점 더 높이 쳐들더니 한달을 마시니 다섯시 오십분까지 버쩍 올라왔다. 이제 정상인 여섯시는 그저 시간문제였다.

 그럴수록 병우선생은 자기를 남자로 다시 태여나게 도와준 명수가 은인처럼 느껴졌다. 어느날 러시아 장사를 다니는 명수가 집에 와 있다는 소리를 듣고 통이 크게  돈 만원을 호주머니에 찔러넣고 명수를 찾아갔다.

 “명수, 자네 정말 고맙네!”

 병우선생이 이러면서 돈을 꺼내려고 호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 세상에... 이건 또 웬일인가? 명수가 풀썩 병우선생앞에 무릎을 꾸린다.

 “병우야, 미안하다!”

 “미안하다니? 자넨 날 다시 남자로 만들었네.”

 “제발, 제발 한번만 용서해줘!”

 명수는 땅에 이마를 쪼으며 손이야 발이야 빈다.

 “내가 장사를 하다 빚을 좀 많이 져서 그랬어, 이후에 돈 생기면 네 돈 꼭 돌려주마...”

 알고보니 명수가 가져다 준 물건은 호랑이자지가 아니라 당나귀자지였다. 죄지은 놈 제풀에 놀란다고 명수는 지금 병우는 겉으로는 웃는체 하지만 몸에는 분명 시퍼런 칼을 품고 왔으리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래서 병우가 호주머니에 슬며시 손을 넣는걸 보자 칼을 꺼내는 것 같아 눈앞이 캄캄해지고 땅이 풀썩 꺼져내려앉는 것 같았다.

 “아니 이러지 말게, 괜찮네, 호랑이 거든, 당나귀 거든 난 자네 가져다준걸 먹고 많이 좋아졌네. 정말일세.”

 병우선생의 말은 속에서 우러나오는 진담이였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그 술에 불근 것이 호랑이자지가 아니고 도처에 흔한 당나귀의 자지라는 소리를 듣자부터는 전에처럼 아무리 명심해 마셔도 사타구니에 달린 물건은 다섯시 오십분에서 더 올라가지를 못했다. 더구나 한심한 것은 며칠이 지나니 다섯시 오십분도 버티지 못하고 도로 비실비실 뒤걸음질 치더니 어느날 부턴가는 옛날 맵시대로 다시 고개를 푹 떨구고 다섯시반에 딱 멈춰버렸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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