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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문과 수필-누죽걸산
2020년12월23일 19:22   조회수:147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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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누죽걸산

납함

 


누 죽 걸 산

 

몇 년전에 큰 병을 앓고 나서 주치의사가 나한테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현재 병 은 어느 정도 공제는 됬지만 앞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 재발할 수 있는 위험이 있습 니다. 절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면역력을 높이기 위한 운동 을 많이 해야 하는데 유산소 운동을 꼭 견지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워낙 오래동안 병원 출입을 하고 안 좋은 병이라 진단을 받아서 의사의 말이라면 죽는 시늉도 해야 하는 판이라 운동을 해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선천적으로 약한 체질이고 운동이라 하면 게을러서 전혀 하지 않던 나인지라 처음 에는 걷기운동만 하는 것도 곤욕이었다. 아침 저녁으로 시간 날 때마다 하루 이틀 조 금씩 아파트단지내 유보도를 걷기 시작했다.

 

예전에는 그나마 축구, 배구, 탁구, 배드민턴 등 잘 하지는 못 하지만 못하는 운동 이 없노라 하던 나였지만 장시간 손을 놓고 있었던 터라 체력이 완전 밑바닥이 나 있 었다. 한참을 걷고 나면 숨이 차 헥헥 거렸고 두 다리가 후둘거려 술 취한 사람인양 곧바로 걷기조차 어려웠다. 이건 완전 면역력을 높이는게 아니고 사람을 죽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야속한 생각도 들었다.

 

헌데 걷기 운동을 하면 좋다는 홍보를 의사뿐만이 아닌 각종 언론에서, 위쳇에서 별의별 선전을 다 하고 있는 상황이라 어떻게나 견지를 해야겠다는 의지는 변함이 없 었던지라 이를 악 물고 끝까지 버텨 보기로 했다. 또 좋다는 약을 다 써가며까지 병 치료를 해야 하는 상태라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뭐든지 해야만 하는 입장이라 더욱 그러했다.

 

하루 이틀, 한달 두달 견지를 하다 보니 언젠부터인가 제법 긴 시간을 먼 거리를 걸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점점 걷기 운동이 좋아지게 되고 체력도 부쩍 올 라 처음에 1키로 2키로 걷던 것이 차츰 늘어나 5키로 6키로까지 발전했다. 너무 무 리하지 말라는 가족들의 “잔소리”때문에 어떤 때는 조금씩 줄이기도 해야 하는 정도 까지 이르렀다.

 

예전에는 어디를 걸어서 갔다 오라 하면 죽기보다 더 싫어할 정도로 꼼짝하기 싫어 했었다. 퇴근해서 집에만 들어 오면 침대나 쏘파에 둥지를 틀고 앉아서 밥상머리에  가는 것조차 귀찮을 정도로 나태하기란 말이 아니었었다. 하지만 이제는 동네 마트도 좋고 시장통도 좋고 아파트단지 내 정수기 있는 데도 좋고 어디든지 걸어서 심부름을 하라는데는 두말 않고 씽하니 갔다 오군 할 정도다. 특히 대형마트에 갈 경우 분명 사야 할 물품은 한두가지밖에 안 되지만 구석구석 샅샅이 훑으면서 걷기운동에 더 빠 져 있는다.

 

비 오는 날은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지하주차장을 순시하듯이 개미 채바퀴 돌 듯 돌군한다. 한바퀴 도는데 7분여 걸리는 코스를 근 열바퀴 돌고 나면 온몸이 개운하 다. 지하주차장 관리원 아저씨들이 이상한 눈빛으로 바라보는데는 신경도 안 쓴다. 아마도 이상한 사람이 뭔 짓을 꾸미나 해서 바라보는 눈빛에도 개의치 않고 나 걷는 데만 열중한다.

 

가끔가다 공항에 손님을 마중 갈 때가 있다. 비행기 도착시간에 맞춰서 갔다가도 비행기 시간이 연착이 되는 날은 그 보다는 반가울 때가 없다. 국내선 국제선, 1층 2 층 사람들이 붐비든 말든 왔다리 갔다리 한다. 어떤 때는 음식가게 손님을 마중하는 안내원한테 미안할 때가 있다. 음식가게 앞을 수 없이 왔다 갔다 하며 안내원의 손님 한명이라도 더 끌어 들이려는 간절한 심정을 들어 주지 못하는 것 때문에 말이다.

 

근 1년간 조건이 허락되는 한 꾸준히 견지를 해 온 결과 병도 많이 호전되었을 뿐 만아니라 신심건강도 훨씬 좋아졌다. 다른 건 그만 두고라도 일년여 동안 걷기운동 을 열심히 한 덕분에 하체가 완전 탄탄해지고 배살이 언제 있었더냐 싶을 정도로 쏙 빠져 기대 이상의 효과를 보는 쾌거를 얻어 냈다.

 

이런 저런 재미로 이제는 걷기운동이 아예 일상이 되어 하루라도 빠뜨리면 안 될 지경이다. 어디든 시간만 나면 걷는게 습관이 되어 버려 공원이나 들역은 더 말할 나위도 없고 마트든 공항이든 지하주차장이든 걸을 수 있는 곳이면 무조건 때와 장 소를 가리지 않고 쉼틈없이 걷군 한다. 어떤 경우에 남들이 보면 하는 짓이 미친 사 람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뺑뺑이 칠 때도 있다.

 

  동의보감에서도 약보다는 식보요, 식보다는 행보라 했다 하거늘 걷기보다 더 좋은 게 없는 것 같다. 살고 있는 주변 어디라도 걸을 수 있는 모든 공간 어디든 자주 걷는 습관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진정 나 자신이 그 혜택을 받고 보니 그 이치를 심히 깨우치고 있다.

 

누죽걸산(死行生),즉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는 말이 있다. 이 것 역시 새로이 생겨난 신조어인지 아닌지 입증할 방법이 없지만, 혹은 언젠가 누군가가 심히 터득을 해서 만들어져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을 수도 있는 아무튼 심오한 도리가 담겨 져 있음에는 틀림없다. 한자로는 쓸 수 없지만 한글로 해석이 가능한 사자성어라 해야 겠다.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아마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더 나아가 서 누우면 자고 싶은 게 인간의 욕심이라 해야 할 것이다. 예로부터 전해 내려 온 인 간의 간사한 면을 적라라하게 표현한 말이라 해야 겠다.이는 위에서 거론하였던 누죽 걸산과는 완전 상반되는 뜻의 내용이다.

 

누죽걸산, 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 참 지당한 말임에 손색이 없다.

 

 

2017년1월23일

-청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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