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말아요(외1수)
김운천
묻지 말아요
사랑이 영그는 이 계절
가슴에 고이는건 슬픔뿐
삼뭉치처럼 헝클어진 고독이
바자굽에 걸려서
복사뼈 발바닥되게 달려가도
만날 수 없는 인연이
병든 나무 끝자락에 악몽으로 떨고있다
어마나—
당신과 뒹굴던 그녀가
요즘 불법으로 귀국한대요
달콤한 술잔으로 절 흔들지 말아요
오렌지향기처럼 다가오지 마세요
더 묻지 마세요
새벽별 찬서리 등골을 때려도
지나온 사랑에 그리움 묻으며
방울새를 쫓아가던 그 모습
당신의 눈빛에도 잠들고싶던 초야의 단꿈
오늘은 외면하는 마음
차갑게 바람처럼
석양은 나를 깨우고
아픈 추억이 별이 된다
홀로 지는 저 꽃에도 향기만은 묻어있다
외진 음지에
꽃이파리 야위워도
찾아오는 사나이
사색만은 무겁다
사랑은 국경도 없다는데
이국 간 그녀가
언녕 출국품이 되지 않았을가
그립던 그녀가 자꾸만 미워질 때
그것은 불도젤로 밀어내는
마음의 흙무덤이 아닐가
가는 사람
막을 힘은
사나이근육도 무색하니
여봐라
보낼 사람 다 보내고
잊을 사람 깡그리 잊어버리자
홀로 지는 저 꽃에도
향기만은 있으려니
여윈 봄은 오늘도
가슴속에서 떨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