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를 보면(외1수)
허강일
강냉이를 보면
강냉이를 보면
씨 앗 대신
땀방울을 심었던 울 부모 생각난다
은띠처럼 굽이친
하얀 소금 돋은 허리를 두드리며
정통편으로 행복했던 울 부모님
이랑타고 멀리 하늘을 바라보며
손주손녀 이름을
노래처럼 부르셨을 순박한 로인
한이랑 또 한이랑
힘겹게 움직이시며
못하는 노래 흥얼거리신 울 부모님
촘촘히 박힌
강냉이 알은
울 부모 이야기를 기억해
통통하다
강냉이를 보면
울 부모 생각난다
줄줄이 굽이친
밭이랑 따라
사랑을 심었던
울 부모 그립다
고독하면 차잔을 들어라
숨소리마저
떠나버린 넓은 홀에
혼자 남았다
잠시동안
떠나간줄 알지만
고독은 장난치듯
음악타고 흘러온다
댕그랗게 앉아
고독함을 익혀가는
내 앞에 놓인
하얀 차잔
뜨거운 물을
조심스레 부었더니
뜨거움이
노란 이야기 빚어냈다
흘러가는 곳마다
옛 이야기 소생했다
부을 때마다
고향노래 울려 퍼졌다
뜨거운 차잔에
고독은
두손 들고 도망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