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보다 진한 것 없어(외1수)
홍영빈
피보다 진한것 없어
궁리도 많았다
한때는 이렇게
꿈도 많았다
한때는 저렇게
닭알속에서
뼈다귀 찾아 한 세월
대추를 통채로 삼키고도
름-름
이구석에선
모를 당겨서 키운다고 떠들썩
저 구석에선
올챙이꼬리 잘라 개구리 만든다고 왁작
친구는 말했다
<<참말 속았다>>고
나는 대답했다
<<그때는 그럴수밖에…>>
허나 알아야만 하리
모두가 동쪽으로 밀려갈 때
홀로 서켠으로 걸어간 억대우 있었다
그래서 뼈와 살 산산이 찢기였으니
생각하면 웃음속에 울음 터질 지난 일…
친구와 나는 잔을 들었다
그리고 다졌다
<<피보다 진한것 없다네!>>
열린 박을 바라보며
지금은 집집마다 색갈 곱고 맵시있는
가벼운 비닐바가지를 사쓰는 때건만
올봄도 안해는 또 저렇게 박을 심어
둥글둥글 키워놓은건 무엇때문인지
깨끗하게 피는 하얀 밖꽃을 보자는건지
복스런 박통을 안아보고픈 심사인지
밖씨가 약이 된다는 말 들은적도 있고
박을 보노라니 나대로 드는 엉뚱한 생각
여긴 분명 흥부네 후대로 뿌리내린 터
예서 사는 우리네 겨레들중에서도
그래 흥부님네 켜놓은 박통속에서처럼
돈과 재물이 막 쏟아져나오듯이
백만장자 억만부호도 좀 많이 나왔으면
생각을 좀더 올리춰보노라니
어쩌면 지금은 세월이 달라진 연고일가
천심 지닌 흥부내외 마음 닮을 대신
억지 벼락부자 될 놀부꿈이 심상칠 않아
그것이 탈이 되고 해가 되는…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의 색갈>
제3코너 <0에서 0까지 날아예는 농군의 가을정취>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