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강희선
짐
떠나갔다
바람에 실린 홀씨처럼
가볍게
뿌리채 흔들던
악령같은 병마에게
남은 자리까지
다 비워주고
외소한 몸은
이제
조용해졌다
떠나 갈 길이
멀어
에돌다
길 잃은 사람처럼
다시 돌아오고 싶었지만
이제 더는
에돌아 갈 길마저 없는
후미진 곳에서
넋 놓고 기다리다
저승사자 내민 손잡고
이끄는대로 갔나
분명 가슴을 훑고 지나간
그 자리가 허전할 정도로
가벼워졌지만
허탈이 허리쪽으로
빠져나가면서
무너진다
찝찔한 액체가
입귀로 흘러들어온다
눈물인가
짓눌려서 숨쉬기조차
힘든 시간들때문에
눈물도 말라버렸는줄 알았는데
생과 사의 간이역에서
실려가는
육체와 영혼의
희디흰 모습에
가벼워지는 마음
죄스러워서
가슴친다
이렇게
가볍게 가볍게
보내드려서
이렇게
홀가분하게 보내드려서
허탈해지는
육체를 어떻게
치켜세울가
어깨보다 무거워진
가슴때문에
몇년은 가슴앓이 해야 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