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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에 만나는 박일의 벽소설-민자가 미워 죽는 사람
2020년12월11일 16:50   조회수:575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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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민자가 미워 죽는 사람

박일

 

 민자가 미워 죽는 사람

 

 민자가 이 세상에서 제일 미워하는 사람은 만덕향 민정조리 오만금이다. 오만금은 민자의 남편이다.

 오만금은 만덕향에서 소문난 술주정뱅이다. 그래서 스물세살 꽃나이에 오만금이한테 시집을 온 민자는 옹근 이십년이나 주정뱅이 남편때문에 망신이란 망신은 다 당했고 속이란 속은 다 썩였다.

 소학교에서 선생노릇하는 민자는 친정아버지가 주정뱅이였기에 처녀때부터 술 잘 마시는 총각이라 하면 왼눈으로도 보지 않았다. 그런데 어느 겨울날, 향 수리참에 출근하는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뉘집 돼지굴옆에 있는 두엄무지에서 북데기를 덮어쓰고 쿨쿨 자는걸 방금 제대하고 돌아와 향 민정조리로 된 오만금이가 집에까지 업어왔던 것이다. 민자는 오만금이가 그저 고마웠을뿐 자기 짝으로는 생각지도 않았다. 그 총각은 술이 꽤나 찹찹하다는 소문이 민자의 귀에까지 들어왔으니까. 그런데 그때부터 아버지는 퇴근하고 집에만 오면 민자가 들어라 하고 민정조리 자랑이였다.

 “세상에 그렇게 마음 고운 사람 드물어, 법이 없어도 살 사람이거든.”

 결혼후에야 알게 된 일이지만 오만금이는 월급만 나오면 민자아버지한테 술을 사먹였던 것이다.

 백번찍어 넘어가지 않는 나무가 없다고 민정조리 사람좋다는 소릴 귀에 딱지가 앉을지경으로 너무 들어서 언제부턴가 민자는 그런 말을 못듣는 날엔 마치도 무엇을 잃어버린 것처럼 오히려 서운해났다. 그렇게 둘은 결혼을 했다.

 그런데 일은 결혼잔치날부터 생겼다. 신랑인 오만금이가 친척, 친구, 동료, 전우하며 사람들이 권하는 술은 주는대로 다 받아마셔 사람들이 들어다 신랑신부방에 메쳐놓았을 때는 아예 축 늘어진 쌀마대가 되여버렸다. 그런 쌀마대를 옆에 두고 누워잘려고 하니 민자는 잠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뜬 눈으로 밤을 새다가 새벽녘에야 어렴풋이 잠이 들었는데 갑자기 두다리가 뜨끈뜨끈 해났다. 이게 웬일이냐 싶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불을 켜고 보니 아니 글쎄 술에 취한 오만금이가 좔좔 오줌을 싸는 판이라 첫날이불이 둥둥 뜰 지경으로 구들은 한강수가 되여가고 있었다.

 그런줄도 모르고 친구들은 잔치가 끝나자 민자를 붙잡고 “첫날밤이 어떻던?... 심장이 떨렸지?!”했다. 그 소리에 민자는 “야, 야, 심장이 떨릴라구 난 머리가 떨리더라, 첫날 밤에 난 말이야, 물에 빠져 죽는줄 알았어!” 이랬다.

 그때부터 오만금이는 주정뱅이 장기를 손색없이 보여주기 시작했다.

 한번은 오만금이가 밖에서 술을 마시고 밤늦게 집으로 왔는데 담배를 피우자고 보니 라이타가 없었다. 그래서 주방에 들어가 담배를 붙이려고 가스불을 켜다가 그만 머리를 강굴강굴 파마머리 만들었고 한쪽 눈섭마저 반들반들 밀어버렸다. 그랬어도 입에 문 담배엔 불을 붙이지 못하자 이번엔 전기다리미에다 담배불을 붙이려고 서둘다가 민자가 이튿날 다려입고 출근하려던 치마에 다리미가 생긴대로 도장을 찍어놓았다.

 “이그- 저거 그저 소리 안나는 총이 있었으면...”

 민자는 옆구리에 소리 안나는 총이 없는게 원이였다.

 그런데 주정뱅이 오만금이한테 그런 일쯤은 새발에 피였다.

 언젠가 오만금이는 범골마을에 하향을 가게 되였는데 저녁엔 촌 양돈장을 지키는 허령감하고 같이 자게 되였다. 허령감은 큰 대야에 더운물을 떠 놓고 발을 푹 불근다음 발가락 사이의 때를 우벼내고 발바닥의 굳은살을 칼로 긁어냈다. 그래서 대야의 물은 쌀뜨물보다도 더 부옇게 되였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 일어나보니 머리맡에 놓았던 대야의 발씻은 물이 온데간데 없어졌다. 술을 많이 마셔 목이 말랐던 오만금이가 밤중에 일어나 그 물을 다 퍼마셨던 것이다.

 또 언젠가 오만금이는 대낮에 맥주를 많이 마시고 오줌이 마려워 바지춤을 움켜쥐고 밖에 나와 화장실을 찾느라고 어성거렸다. 그러다가 마을 유치원으로 가는 길옆에 자동차 한대가 세워져있는 것이 눈에 띄였다. 오만금이는 기신기신 자동차곁으로 다가가 눈을 지긋이 감고 자동차바퀴에 대고 오줌을 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오줌을 다 눈것 같아 눈을 뜨고보니 자동차는 온데간데 없고 숱한 조무래기들이 모여들어 구경을 하고 있었다. 

 어느 겨울날 아침이였다. 민자가 학교교연실에 금방 들어서는데 남편과 같이 군대갔던 전우의 안해가 민자를 찾아 교연실로 왔다.

 “민정조리 어디에 있어요? 이 외투 민정조리건데...”

 전우의 안해는 들고 온 외투를 민자앞에 훌 내던진다.

 “그 사람 어제 밤 향에서 당직을 섰는데요...”

 “아니 글쎄 어제 저녁 민정조린 우리집에서 술을 마시고 자기 외투는 내던지고 내 옷을 입고 갔다니까, 덩치 큰 양반이 그 작은 옷을 어떻게 껴입고 갔는지...아마 겨드랑이랑 다 따졌을거야...”

 숱한 교원들이 다 있는 교연실이라 민자는 그날 너무 부끄러워서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머리를 틀어박고 싶었다.

 민자는 그런 남편과 갈라질 생각도 수없이 해보았다, 그런데 정작 마음먹고 갈라지자 하면 딸애가 덜커덩 생기고 또 그런 생각을 할라치면 또 딸애가 생겨서 주렁주렁 딸만 셋이나 내리 낳다보니 갈라지자는 소리는 법원이 아니라 남편의 귀에다 밖에 할수가 없었다.  

 하긴 그런 오만금이다 보니 향에서 사업을 잘할리도 만무했다. 향의 동료들은 민정조리는 글을 써도 글에서까지 술냄새가 난다고들 했다. 언젠가 김향장은 오만금이를 보고 전향 빈곤호부축 방안을 만들라고 했다. 그런데 오만금이 만든 방안은 년도수만 다르지 지난해 방안과 토 하나 빠뜨리지 않고 꼭 같았다. 하는수 없어 향장이 직접 손을 댔다. 전향 향촌간부대회를 여는 날 오후, 향장은 자기 사무상우에 그 방안이 있으니 오만금이를 보고 가져다 대회에서 읽으라고 했다.  

 “존경하는 현위, 현정부령도 동지들...”

 점심에 어디 가서 술한잔 딸딸히 한 오만금이 빈곤호부축방안을 읽느라고 입을 여는데 사람들이 단통 눈부터 커진다.

 “요즘 우리 만덕향에는 도열병이 만연하고 있습... 아니 이게 뭐야 잘못 가져왔네. ”

 오만금은 더수기를 긁으며 회의실을 뛰쳐나갔다. 빈곤호부축방안을 들고 온다는 게 그만 김향장이 현에 회보하는 도열병정황 보고서를 들고왔던 것이다.

 이런 오만금이다 보니 총각때부터 향 민정조리이던 것이 나이 쉰고개를 바라 보는 지금까지도 그냥 민정조리였다. 윷놀이에 “앉은 석동”이 있다더니 이거라구야 “누운 석동”인지 “기는 석동”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였다.

 그런 오만금이가 요즘은 어데 가서 또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집에만 오면 고개를 푹 떨구고 애꿎은 담배만 벅벅 피워댔다.

 “또 밖에서 무슨 재국을 친거요?”

 “아니여, 그런 일 없어.”

 “그럼 무슨 일인데?”

 “당신 몰라도 돼.”

 “내가 뭘 몰라야 할게 그리도 많은데?”

 민자가 한마디도 질세라 바락바락 접어든다.

 결국 오만금이는 민자앞에 사실을 털어놓을수밖에 없었다. 며칠전에 범골마을로 하향을 갔다가 점심에 촌 식당집에서 술을 마시고 그자리에 쓰러져 잤는데 어제 그식당집 여자가 찾아와 그날 오만금이 술마시고 자기를 겁탈했다며 돈 2만원을 삼일내로 내놓으라고 호통을 치더라는 것이다. 민자는 범골 식당집 여자가 소문난 도박군이란걸 알고 있었다. 이름이 칠녀라는 그 여자는 남편이 한국나가 벌어서 보내는 돈을 도박에 다 처넣고도 모자라 돌아가며 돈을 꿨는데 그 빚이 키를 넘는다는 소문도 들은 바 있었다.

 “그래 그 여자 말대로 정말 그런 짓을 한건가요?”

 “난 술에 취해서 그자리에 고꾸라져 자기만 한 것 같은데...”

 그날 저녁 민자는 남편을 끌고 범골 촌 식당집으로 찾아갔다.

 “우린 돈을 못 내놓겠는데요...”

 “그러면 방법이 없지 뭐, 향에 찾아가 쫄딱 망신을 시킨 다음 법에다 기소하는 수밖에...”

 “그러기 전에 내가 먼저 모함죄로 법에 기소해야겠는걸” 민자가 칠녀를 쏘아본다.

 “우리집 이 량반은 남자구실 못하는지 이젠 십년도 넘었는걸, 이제 병원에 가 검사하면 다 알게 되겠지만,”

 그랬더니 칠녀는 얼음강판에 자빠진 황소눈이 된다. 민자가 그집에서 나오려고 하자 칠녀는 민자의 다리를 부둥켜 안고 그런일 없던걸로 치자고 통사정을 했다.

 친구들한테 민자가 이 이야기를 했더니 친구들은 한입처럼 민자가 머리가 좋다고 야단이다.

 “집에 와서는 너 또 남편한테 한바탕 야단을 쳤겠구나.”

 “아니, 난 이젠 남편이 미우면 조용히 화장실에 들어가 변기를 닦아.”

 “생뚱같이 변기는 왜 닦지?”

 “남편이 매일 이빨닦는 치솔로 변기를 닦는단 말이야.” 민자가 하는 말에 친구들은 하나같이 입을 벌린채 눈에 흰자위만 드러냈다.

 그런데 이것만은 거짓말이였다. 기실 민자는 이젠 남편이 술주정을 안하면 벌렁벌렁 웃음이 나올 일이 없어 사는 재미가 없을것 같았다. 그래서 민자는 “미운사람 치솔로 변기를 닦는다”고 한국의 어느 드라마에서 들은 소릴 친구들에게 한번 옮겨보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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