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을 두고

이 세상에 태여난 나에게

부모가 친히 지어준 그 이름은

나를 숱한 사람들 속에서 분간하여

불러내기 위함이 틀림없다

세상만물을 두고 사람들은

뒤미처 못다 보아내고 못다 알아내여

그래서 이름들을 못다 달아준것을 보면

그것은 이름이 없어도 무방한것

그래도 사람들은 자신을 위하여

될수록 없던 이름도 지어서 부르고 쓰군 한다

하지만 나는 내 이름 내놓고 남의 이름 따서 살고플 때가 많다

내가 해이름으로, 달이름으로,별이름으로

그리고 바다이름으로,하늘이름으로

또 그 무엇의 이름으로 되고싶은 것은

아마도 나하고 하나의 우주이기에

마음의 척도

집뒤엔 앉아서 뭉개는 흙산이 있고

집앞엔 누워서 태질하는 늪이 있다

집주인은 이 산과 늪을 길들일 심사로

꿈에 마저 생각을 무르익혔다

-저 흙산을 파다가 늪을 메우면

한뙈기 문전옥답이 될거야…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의 색갈> 

제2코너 <천상(天上)의 고독에 찍어놓은 소음인의 그림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