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는 세상

땅에 부은 물이 돌면서 스며들듯

나무나 장대따라 돌면서 오르는 넌출들

우렁이네 오막살이가 돌면서 꼬였듯이

소라네 집들도 돌아 배틀어진 모양

연자돌이 돌며 일해온 세월 있었듯

아직도 돌며 일하는 매돌이 있고

달리기선수가 코스를 돌면서 뛰듯이

우리가 추는 춤도 돌아야 춤이 되고

지구가 해둘레 못떠나고 돌듯

지구를 싸고 돌며 도망가지 못하는 달

땅우엔 온갖 바퀴가 바삐 도는 세상

하늘엔 인공별이 우주별 싸고 도는 세월

이 세상 복판엔 돌아치는 외오리바람 있고

가는 세월 강물엔 소용돌이가 있어…

바다의 노래

물덩이라 불러야 할 별 이름이

땅덩이로 불리워도 샘 내지 않고

본분만을 지켜가는 바다입니다

그 옛날 낳은 형제 륙지가 주는

온갖 성화 달가웁게 받아들이며

한품에 키워가는 바다입니다

밀물과 썰물로 가는 세월 헤아리며

해와 달 띄워놓고 별무리 채질하는

희망에 가슴벅찬 바다입니다

아,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은 한가위날같이

그 언제나 마를줄도 넘칠줄도 모르는

변함없는 인생거울-바다입니다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의 색갈> 

제2코너 <천상(天上)의 고독에 찍어놓은 소음인의 그림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