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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함과 수필-조깅,그리고 만나는 생각들
2020년12월03일 18:34   조회수:166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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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조깅,그리고 만나는 생각들

납함

 


조깅, 그리고 만나는 생각들

 

납함

 

  새벽 다섯시다. 아름다운 멜로디로 하루를 시작하게 만드는 알람소리가 조용 하던 방안을 꽉 채운다. 방안 구석구석 안 들릴세라 열심히 울려댄다. 아침 운동 을 하기 위해 맞춰놓은 알람이다.

달콤한 새벽잠을 깨우는 알람소리가 미워서 재빨리 꺼버린다. 딱 5분만 있다 일어나야지 하면서 다시금 자세를 바로잡고 원 위치로 돌아간다. 금방 잠이 들 것 같은 느낌에 눈을 감았지만 정신은 되려 똘똘해진다.

그때까지도 단잠에 빠져 있는 식구들을 깨울가 조심조심 집문을 나선다. 그러 면서도 아침에 일어나자 바람으로 공복에 마시면 좋다는 생수를 한 고뿌 가득 벌컥벌컥 마시는 것 역시 까먹지 않는다.

밤새도록 고이 잠들어 있던 팔근육들을 깨우느라 휙휙 두팔을 휘두르며 고즈넉한 아파트 사이로 바지런히 걷는다. 오십동이 넘는 아파트단지라 아침 운동을 하는 동안 머리를 들어 위엄을 뽑내며 으시대는 아파트들을 바라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각종 자태를 자랑하는 높고 낮은 아파트를 보면서 예전에 집도 없이 세 집을 전전할 때 했던 생각들이 줄줄이 떠오른다.

맨손으로 옷보따리만 달랑 들고 연해지역에 나왔을 때의 형편은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하루종일 고된 회사 일을 끝내고 황혼을 바라보며 퇴근하다 보면 그 많은 인파도 어느 시간이 되면 모두 각자의 보금자리로 숨어들어 보이지를 않 는다. 그때 그 시절에만 해도 몇동도 안되는 아파트로, 또 그 주변에 옹기종기 모여 앉은 촌동네 단층집들로 유유히 사라져버리는 사람들이 부럽기만 했다. 언 제면 나도 저런 아파트, 아니 단층집일지라도 내 집이 생기겠는지 망연하기만 했다. 내 집은 어디에 있지? 이 수많은 집중에 왜 내 집은 없지? 만감이 교차했다. 석양을 바라보노라니 슬프기만 했다. 그저 그냥 서럽기만 했다. 그래서 오죽했으면 다 찌그러져가는 헛간이라도 보면 저 것이 내집이였으면 하는 망상까지 해보았겠는가! 지금에 와서 생각을 해보면 진정 그때 제집이 아파트여서 살고 있던 사람이 얼마나 되였으랴마는 마냥 나 혼자만 세집살이로 허망 떠도는줄로만 알고 있었다.

아마도 집 없던 서러움과 서글픔과 막연함에 이를 악물고 고전을 한 끝에 지금 은 그나마 내 것이 된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한없이 행복하다. 가슴이 뿌듯하다. 남들은 아파트를 몇 채씩 갖고 있니 어쩌니 해도 부러운게 하나도 없다. 등 따시고 배부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그 자체, 그리고 아침마다 공기 좋고 풍경 좋은 아파트단지내에서 내 맘껏 조깅을 즐길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한한 향수를 느낀다.

진한 감명에 젖어 힘 드는 줄도 모르고 한시간 정도 걷노라면 등어리가 땀으로 흠뻑 젖는다. 거리로 따진다면 근 6킬로 정도 됨직한 로정인데도 아득하게 느껴 지지는 않는다. 몸도 마음도 거뿐하기만 하다. 회사에서 현장을 누비며 매일 십 몇 킬로씩 달아 다닐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다.

제일 처음으로 입사를 해서 다닌던 회사가 워낙 큰 공장이라 작업 현장을 한바 퀴 돌아보려면 한두시간은 걸려야 하는 거리였다. 몇천명이 일하고 있는 재봉라인 20여개를, 그것도 오전 오후로 두번씩 구석구석 점검하다 보면 하루에 걷는 거리가 최소한 십여킬로는 넘은 것 같다. 게다가 급한 업무로 사무실에서 스피 커로 호출을 한다든지 어느 라인에 문제점이 발생이 되여 급히 달려가는 것까지 합친다면 아마 15킬로 이상은 되였지 않나 싶다. 아침에 출근 할 때면 오늘 하루 또 어떻게 보낼가? 언제면 하루가 지나갈가? 근심부터 앞서는 일상이였다. 날에 날마다 매일 십몇킬로씩 걷고 나면 퇴근할 때는 삭신이 쑤셔나고 꼼짝도 하기 싫을 때가 수두룩했다. 발목과 종아리는 팅팅 부어서 다치기만 해도 아파서 견 디지 못할 정도였다. 그러하였기에 언제 별도로 운동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은 꼬물만치도 하기 싫었던 것도 사실이였다.

하지만 요즘에는 하는 일이 운동량이 많지 않은 쪽이라 시간이 날 때마다 걷기 운동을 하군 한다. 아침 저녁은 물론 시간이 날 때마다 걷는 습관이 되여 어디 든지 가까운 거리로 움직일 때면 차를 운전하기 보다는 도보로 움직인다. 그래서 잔심부름도 마다하지 않는다. 전부 내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살기 좋은 세 월이라 생필품 같은 것은 거의 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 보니 택배 찾으러 다니는 회수도 제법 많아졌다. 너무 먼 거리는 아니지만 그 시간도 충분히 활용을 해서 나이 들어 자연스레 늘어나고 있는 배살 줄이기에 열심이다. 그만큼 생활수준도 예전보다는 많이 좋아졌다는 표현이 되겠다. 옛날과 비기면 요즘은 날마다 명 절이요, 생일이다 보니 늘어나는 것은 배살뿐이여서 먹는 장소를 피한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예전에는 어렵고 힘들 때라 밥 한끼라도 엄청 중요시하였었다.

20여년 전 금방 직장을 찾아 출근을 할 때는 삼시세끼를 회사 식당에서 밥을 먹다 보니 집에서 밥을 해먹는 회수가 별로 없었다. 게다가 그때는 주말에도 특근에 잔업을 하다 보니 언제 편하게 쉬면서 집에서 밥 먹을 기회가 없었다고 봐야 했었다. 그러던 중 하루는 간만에 집에서 휴식을 하게 되여 밥을 해먹자고 보니 먹을 거라고는 아예 없었다. 그렇다고 쉬는 날에 회사에 가서 밥을 먹자니 귀찮고 불편해서 하다 못해 라면이라도 먹자고 온데 다 뒤졌지만 라면을 살만한 돈푼을 찾지를 못했다. 며칠 뒤면 봉급을 타는 날인지라 남겨놓았던 소비돈이 바닥이 났었던 것이다. 온데 다 뒤져서 겨우 찾아냈다는 것이 달랑 단돈 20전 밖에 안되였다. 봉급을 타는대로 고향집으로 부쳐주고 한달간 필요한 최소량의 소비돈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저금을 하군 하는 통에 라면 하나 살 소비돈조차도 없었던 것이다. 그때는 카드로 저금을 한 것이 아니라 저금 딱지에 한거번에 저금을 하는 때라 찾으려면 저금 딱지에 들어있는 금액을 몽땅 찾아야 되는 통에 어쩔 수 없이 굶게 되였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만 같았다. 고작 몇십전 하지도 않는 라면 하나 살 돈이 없어 굶는다는 것이 너무도 슬프고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졌었다.

요즘 같으면 헨드폰 하나면 뭔들 못 사고 어딘들 못 가랴마는 그때 그 상황은 참으로 눈물이 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니였던가 싶다.

세월이 흐르면서 살기가 좋아지고 편해지고 하니 건강하게 오래 살고봐야 된 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는게 아닌가 싶다. 또 건강하게 살기 위해 매일이다 싶 이 운동을 하면서 건강 관리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아침 운동을 마친다.

 

2019년9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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