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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박일위 벽소설세계-눈꺼풀 수술
박일위 벽소설세계-눈꺼풀 수술
2020년11월27일 15:38   조회수:284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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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눈꺼풀 수술

박일

 


눈꺼풀 수술


 

-정희야? 엄마 이 얼굴 보이냐?

저녁녘 벌리댁은 영감과 같이 집에 들어서기 바쁘게 폰을 꺼내들고 멀리 청도에 있는 딸 정희와 영상통화를 시작한다.

-엄마! 이게 뭐예요? 엄마 눈꺼풀 수술 했어요?

-호~ 방금 수술하고 오는 길이다. 그래, 너 보기에 어떠냐?

-어머? 어떻다는 게 뭐예요. 집 이엉을 걷어낸 듯 눈등에 붙은 살을 홀딱 벗겨버려, 푹 들어간 눈확 안엔 양쪽에 하나씩 동그란 눈만 박혀있는 것 같아요.

-그럼 뭐니? 수술 하기 전보다 더 미워졌다는 거니?

-미워지다 뿐이겠어요. 야, 미영아, 너 어서 여기 와서 외할머니 얼굴 좀 들여다봐.

정희는 하학하고 금방 책가방 메고 방에 들어서는 딸 미영이를 부른다.

-외할머니!

-응! 우리 미영이 돌아왔구나. 그래 말해봐! 이 외할미 눈이 더 고와졌나 아니면 미워졌나?

-잉~ 외할머니 같지 않아요!

-에그그, 네가 보기에도 이 할미 더 미워졌단 말이지?

-예!

벌리댁은 딸과 외손녀한테서 그런 소리를 듣자 단통 맥이 풀리고 온몸이 나른해졌다.

-여보!

벌리댁이 영감을 부른다.

-당신 바른대로 말해 봐요. 내 얼굴이 정말 더 고와진 게 맞아요?

-허허, 내 눈엔 정말 더 예뻐 보인다니까?

아까 미용원에서 나올 때부터 영감은 벌써 몇 번이나 같은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어째 정희하구 미영이는 당신처럼 말하지 않는가요?

-걔들이 뭘 알아? 수십 년 눈만 뜨면 얼굴을 마주보며 사는 내가 더 잘 알지!

-그럼 정말 당신 말처럼 내일부터 이 얼굴 당당히 쳐들고 동네 사람들 앞에 나서도 괜찮다는 거죠?

-괜찮구 말구, 아까 미용원 의사도 ‘열 살은 더 젊어졌다’고 하지 않던가? 간혹 우리 애들처럼 눈꺼풀 수술을 하기 전보다 못하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대체로 사람들이 보는 눈이 비슷하거든. 이제 보라구, 열에 아홉은 나처럼 더 고와졌다고 할 걸세.

영감의 그 소리에 벌리 댁은 엉어리 졌던 시름덩이가 가슴에서 조금 내려가는 것 같아 저녁밥도 몇 술 뜨고 일찍 잠자리에 누웠다. 영감은 그렇게 조용히 잠든 노친의 얼굴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오늘 영감은 실수를 해도 큰 실수를 했다. 미용원에서 눈꺼풀 수술을 마치고 침대에서 내려오는 벌리댁을 보았을 때 실은 영감도 속으로 꿈틀 하고 놀랐다. 그도 아까 청도에 있는 딸 정희와 외손녀 미영이처럼 노친의 얼굴이 낯설고 미워보였던 것이다. 그런데 입에서는 어느 사이 “어이쿠 예뻐라, 우리 마누라 환해졌네!” 하고 마음에도 없는 소리가 흘러나왔던 것이다.

노친 몰래 청도의 애들한테 먼저 전화를 걸었어야 하는 건데……

영감은 후회하고 또 했다. 그는 조용히 객실로 나와 폰을 들었다. 

-정희냐?

-예, 아버지!

-낮에 너하구 미영이가 눈꺼풀 수술을 잘못했다고 하는 바람에 너 에미 몹시 속상해하더구나.

-아버지두 참, 어린애들도 아닌데 그럼 얼굴이 미워진 걸 고와졌다고 새빨간 거짓말을 해야 하나요?

-쌀이 가마에 들어가 밥이 된 것처럼 말이다. 이미 눈꺼풀 수술 마친 거 아니겠니…… 그러니 이제라도 엄마한테 전화하거들랑 ‘다시 찬찬히 뜯어보니 엄마 그 눈 밉지 않네’ 하고 말하면 안 되겠니?

-아버지? 왜 꼭 그렇게 말해야 하나요?

-내 오늘 너한테 처음 이 말을 한다만 너의 엄마는 처녀 적부터 얼굴이 말쑥하고 오관도 바르게 생겼는데 양쪽 눈꺼풀이 조금 처진 게 흠이었어. 그래서 뒤에선 “거적눈”이라고 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었네라, 네 에민 그것이 가슴에 늘 걸렸던 모양이야, 그래서 눈꺼풀 수술을 하면 어떠냐고 나한테 여러 번 묻는 걸 “그만 두게, 남편이 곱다는데 무슨 쓸데없는 생각을 다 하구 그래!” 하며 반대했었어, 그런데 말이야 요즘 들어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산 사람 소원 어찌 못 들어주랴 하는 생각이 들더구나…… 그래서 당신 눈꺼풀 수술하면 그 주글주글한 얼굴이 확 펴질 것 같네 하고 내가 네 에미 등을 떠밀었던 거야……

-오~ 그런 일이었네요, 알겠어요, 아버지! 이제 엄마한테 전화하면 아버지께서 말씀하신 대로 할게요. 그리고 우리 미영이한테도 그렇게 시키겠어요.

-고맙다, 정희야!

영감은 딸의 말에 한시름 훌 놓았다.

하지만 영감은 진짜 목구멍까지 올라오는 말은 꾹 참고 딸에게 꺼내지 않았다. 며칠 전, 벌리댁은 임파암 말기라는 놀라운 진단을 받았다. 영감은 눈썹 위에서 떨어지는 날벼락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그때 문뜩 눈꺼풀 수술을 하고 싶다던 노친의 말이 생각났던 것이다…… 

이튿날부터 영감은 노친 몰래 아파트에서 마주하고 사는 옆집, 윗집, 아랫집하며 이웃을 일일이 찾아다녔다.

-우리 집 노친이 눈꺼풀 수술을 했는데유, 이제 만나거들랑 얼굴이 많이 예뻐 보인다고 칭찬 좀 해주세유!

영감은 이런 부탁을 하면서 우유며 커피며 선물꾸러미를 돌렸다. 지어는 길옆의 나무의자에 나란히 앉아있는 늙은 양주를 보아도 당부했다.

-저기 백양나무 밑에서 쉬고 있는 저의 집사람이 이제 여기로 오면 ‘그 눈 참 곱네’ 하는 말씀 한 마디만 해주세유.

가방에서 생수 두 병을 꺼내 늙은 양주의 손에 쥐어주기도 하였다.

벌리댁은 사람들의 칭찬에 날 것만 같이 기분이 명랑해졌다. 그래서 눈만 뜨면 거울부터 들여다보는 벌리댁의 얼굴엔 행복의 미소가 벚꽃처럼 피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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