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사색(외1수)
강희선
가을 사색
바람이 가벼워지는 가을이면
머리속에 갈피였던 사색들이
바람에 이끌려
들녘으로 흘러다니다
나무에 걸쳐서
익어가는 계절의 향기를
온 몸에 껴안고
눈물짓는 낙엽들에
쓸쓸한 곡조를 읇조려봅니다
타는 심장에 물을 뿌려주며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
낙하하는 나무잎들의
여름내 꾸었던 꿈은
나무의 발꿈치에
낙엽의 무덤으로
순장되고 있었습니다
추몽
가을이다
잠결에도 나무잎들이
달그락 달그락 찾아온다
파란잎을 노랗게 물들여서는
자꾸 걸어들어온다
이제 사라질거라고
곧 떠나갈거라고
속살거리면서
제법 한뼘한뼘 걸어들어와서는
뾰족한 끝으로 찌른다
찔려서 피 흘리는 심장도
붉게 물든 단풍잎으로
더 아름다운 이 가을날
곧 다가 올 추운 계절
스카프 한장 목에 걸치고
낙엽에 이끌려
가을속으로 들어가보면
가는 계절의 애절한 이별곡이
발밑에서 부서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