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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의 벽소설세계-변색커플
2020년11월15일 16:44   조회수:98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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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변색커플

박일

 


변색커플

 

대학생인 연이와 범이는 공부하는 시간만 끝나면 보란 듯이 붙어 다니는 연인이다.

즐거운 주말이다. 둘은 손에 손 잡고 어깨에 어깨를 비비며 거리의 옷가게를 찾았다.

-저 노란 색에 빨간 하트가 새겨져있는 적삼 어때?

-오케이!

둘은 꼭같은 커플적삼을 사 입었다. 종업원이 생글생글 웃는다.

-어쩜 귀여운 토끼들 같네요.

-그래요? 고맙습니다!

연이와 범이는 “시-작!”하고 약속이나 한 듯 동시에 입을 벌리고 환한 미소를 그려 보인다.

둘은 이번엔 커피숍에 들어섰다. 즐겁게 마주앉아 향기로운 커피를 한 잔씩 마신 다음 드디어 영화를 구경할 차례가 왔다. 그렇게 커피를 마시고 엉덩이를 떼며 의자에서 일어날 때였다.

-너 손에 든 그 가방 이리 줘 봐. 연이가 말한다.

-왜?

-글쎄!

연이는 가방을 들고 화장실에 들어가 금방 사서 입은 커플적삼을 벗고 아까 학교에서 떠날 때 입었던 흰 적삼을 도로 입고 나온다.

-왜 커플적삼은 안 입고?

머리 하나는 더 큰 범이가 고개를 숙이며 연이의 얼굴에 자기 얼굴을 바투 들이밀어도 연이는 곁눈 한 번 팔지 않고 커피숍을 나선다.

-도대체 왜?

범이는 손으로 연이의 한쪽 팔을 꾹 하고 움켜쥔다.

-너 방금 우리 왼쪽에 앉은 여우같이 생긴 에미나한테 휴지 뽑아 줬지?

-응! 그게 왜? 걔 손등에 커피 묻은 거 너도 봤잖아!

-생판 모르는 에미나 손등에 커피가 묻든 오줌이 묻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그리구 주고 싶으면 휴지 한 장만 뽑아주면 될 일이지 왜 연거푸 석 장씩이나 뽑아 주구 그래?

-허 참, 고깟 일로 화내는 거야? 애처럼?

범이는 두 눈이 꼿꼿해서 앞만 보고 걸어가는 연이의 곁에 바싹 다가붙으며 헤픈 웃음을 연이의 얼굴에 잔뜩 발라준다.

-너 정말 오늘 왜 이래? 재미 뚝뚝 떨어지게스리?

-흥! 너 말 다했어?

연이는 가던 걸음을 뚝 멈추고 범이와 마주하고 섰다.

-어제 그제 오후 네시, 너 학교 수영관 앞에서 선이인지 뭔지 하는 여자애하고 한창 히히닥거렸지?

-어제 그제? 수영관 앞에서? 오~ 그래 선이! 고향 후배……

-아무리 후배라도 그렇지, 어떻게 다 큰 처녀애의 어깨에 손을 막 얹을 수 있어?

-내가 걔 어깨에 손을 얹었다구? 그런 생각은 안 나는데……

-됐어! 나 이젠 할 말 다했으니 따라 오지 마! 너란 놈은 꼴도 보기 싫어!

연이는 또 다시 찬바람을 쌩쌩 일구며 어디론가 정처 없이 걸어간다.

-야, 내 말 좀 들어 봐, 난 선이 걔하구 그저 한 고향이구 같은 중학교 선후배 사이일 뿐이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란 말이야!

범이는 눈이 검해서 연이를 쫓아간다.

빵! 빵! 차들이 여기저기서 경적을 울린다. 신호등이 붉은색으로 변한 것도 보지 않고 헤덤비며 사거리를 마구 건너갔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범이의 눈엔 오직 연이밖에 없다보니 웬 할머니가 손에 들고 가는 계란광주리를 무릎으로 허망 밀쳐놓아 광주리가 땅에 떨어지며 계란이 깨지는 소동이 일어났다.

-할머니, 정말 죄송합니다!

범이는 허리를 굽석이며 바삐 호주머니에 있는 지갑을 헤치고 백 위안짜리 지폐 한 장을 꺼내 할머니의 손에 쥐어주어서야 몸을 뺄 수 있었다. 그리고 다시 목을 길게 빼들고 연이를 찾으니 그 사이 연이는 벌써 먼 곳에 가있었다. 그래서 종주먹을 쥐고 씩씩거리며 부지런히 연이를 쫓아갔다.

-헉! 헉!…… 너 거기 서봐!

범이의 목에서 뜨거운 열기가 확확 뿜어져 나왔다. 그랬어도 연이는 범이 쪽으로는 눈길 한 번 팔지 않고 그냥 제 갈 길만 가고 있다.

순간, “공농파출소”란 간판이 눈에 안겨왔다. 앞에서 걷던 연이가 출입문을 열고 그 안으로 들어간다. 범이도 어정쩡 연이 따라 들어갈 수밖에 없다. 찰나, 경찰복을 입은 두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둘을 바라본다. 한 사람은 이십대 젊은 남자 경찰이고 또 한 사람은 마흔쯤 되어 보이는 여성 경찰이다.

세상에 이런…… 범이는 눈 깜빡할 사이에 무시무시한 범의 굴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경찰소나 파출소라 하면 많이는 범죄자를 잡아들이거나 형사, 민사안건을 처리하는 한낱 삼엄한 곳으로 알고 있는 그였다.

-징차퉁즈(경찰동무)!

연이는 한어로 말했다.

-이 사람 보셨죠? 전 모르는 사람입니다!

뭐야? 나를…모른다구?

범이는 입안에서 혀가 돌지 않아 두 눈만 동그래졌다.

-그런데 이 사람은 아까부터 그냥 저를 따라 오는 게 아니겠어요. 건달인지 뭔지 전 모르겠으니 알아서 처리해주세요!

그러던 연이는 어느 사이 바람처럼 밖으로 도망을 쳐버린다.

-야! 너 어디 가?

범이도 후닥닥 몸을 틀며 연이를 쫓아 밖으로 나가려는데 나이 든 여경이 범이의 어깨를 꾹 움켜쥔다.

-왜 낯도 코도 모르는 여자 뒤를 졸졸 따른 거죠?

-아, 그…그…게 아닙니다.

범이는 너무 급해 말더듬이가 되었다.

-저…저 여잔 제가 잘 아는 여잡니다!

-잘 안다구요? 그럼 저 여자 이름이 뭐죠?

-리연이!

-직업은?

-허허, 왜 이러십니까? 북방대학…저와 같은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입니다.

-그걸 어떻게 증명하죠? 여성 경찰이 바투 들이대자 범이는 호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지갑 안에는 연이 사진이 있었다.

-호호, 이제 보니 두 사람 보통 사이가 아니네요, 연인 맞죠?

-예! 

-그런데 어쩌다 다투게 된 건가요?

-실은 다툰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저도 모르겠어요(여자들은 하늘의 구름처럼 왜 변덕이 많은지).

범이는 목에서 올라오는 뒷말을 도로 꿀꺽 하고 삼켜버렸다. 그렇게 파출소에서 나왔다. 갑자기 치매에 걸린 노인처럼 어디로 갈지, 또 뭘 해야 할지 감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때 때래랭~ 하고 폰이 울렸다.

-범이야? 호호, 나야!

-이 미치고 창 빠진 계집애, 너 무슨 짓 하는 거야?

범이는 한 손으로는 폰을 으스러지게 움켜쥐고 다른 한 손은 손가락 뼈마디가 드드득 소리 나게 힘을 쓰며 망치 같은 주먹 하나를 만들고 있었다. 연이가 옆에만 있다면 당장 머리가 묵사발로 변해버릴지도 모를 일이었다.

-한 시간 후 북방극장 옆에 있는 서울식당에 와!

-야? 내가 네 아들이야? 네 졸개야? 사람을 갖고 놀아도 분수가 있지 더러워서 원!

범이는 목에 핏대를 세우며 꽥 소리를 지르고는 폰을 툭 꺼버렸다.

그렇게 연이가 만나자고 하던 한시간 하고도 20분이 더 흘렀다. 그 때 범이는 거리의 간이음식점에 들어앉아 혼자 맥주를 물처럼 들이켜고 있었다.

따르릉~ 연이한테서 문자가 왔다.

-오늘 작은 이모가 너를 보여 달라고 하기에 내가 좀 색다르게 극본을 꾸며 봤는데 극본이 네가 소화하기엔 너무 힘들었나봐?

작은 이모? 극본? 이건 또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야?

-아까 우리 둘이 들어갔던 파출소 알지? 거기 여경이 바로 나의 작은 이모야…

-뭐야?

범이는 볼이 미여지게 한 입 물었던 맥주가 갑자기 길을 잘못 찾아 코로 들어가는 바람에 두 콧구멍에서 맥주물이 거품까지 만들며 풀풀 흘러나왔다. 

-이 못난 계집애야! 그런 걸 왜 인제야 서방님한테 말해? 그래 이모는?

-지금 나랑 여기 서울식당에 있어.

-알았어!

범이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사람처럼 음식점에서 뛰쳐나와 택시를 불러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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