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일화(외1수)
홍영빈
인생일화
성에장 옮겨디디며 봄물 건너온 사나이
피흔적 남기며 곰이 되여 가시밭 헤치다
아츠란 벼랑끝에서 발길 멈추다
해님과 마지막 키스 나누던 사나이
몸은 벼랑우의 기둥바위로 굳어져버리다
얼은 바람잃은 연이 되다 화환이 되다
새소리 갇혀버린 곬을 찾아 조용히 가라앉다
골짜기에 곱게 누워 죽어버린 명상가
신선꿈에서 깨여나 웃음을 머금다
난데없는 잔잔한 노크소리에 귀 기울이다
아끼던 하얀 젖무덤 환하게 드러내놓다
세월의 뒤꽁무니에서 허기든 생령들
투덜대며 따라나선 개미의 넋 지닌 생령들
기둥바위뿌리에서 연줄 타고 벼랑을 내리다
즐거운 젖잔치가 벌어지다 끝나다
불현듯 개미의 넋들이!로?로…차림새하다
맞은편 벼랑으로 육박해갈 대오를 짜다
한 계
땅에 떨어져 얼어죽어 티끌에 묻혀도
엽전 크기의 주이를 걸구는 깨알입니다
물에 떨어져 깊숙이 가라앉아버려도
파문 늘궈 보여주는 자갈돌입니다
깊은 산골에 떨어지는 락엽은
세월의 두께를 알아보자 쌓이고
흐르는 강물에 떨어지는 꽃잎은
세월의 길이를 재이느라 떠나가는데
내 오늘 운수 좋아 여기 공자의 고향에서
3천여개의 나이테를 두르고 살아섰는
은행나무에 기대여 창공을 바라보노라니
별하늘에 글획 하나 그어놓고 떠나가는
류성이 언뜻 눈앞에 보입니다
검은 구름 칠판에다 우주문자 갈겨놓던
성급한 번개가 두뇌를 스칩니다
*<도라지> 선정작가작품집 <바람의 색갈> 제1코너 <담박한 인생에 담은 순간의 자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