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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강희선의 시문학-감나무(외1수)
강희선의 시문학-감나무(외1수)
2020년11월09일 15:33   조회수:1352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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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나무(외1수)

강희선

 

감나무

               

늦은 귀가 길에

초롱불을 들고 선 모습

당신을 닮았습니다

 

갈바람이 서걱거리는 초저녁

부서지는 달빛을 사려물고 

추위를 씹고 있는

귀뚜라미의 마지막 울음소리가

사각거리는 풀틈으로 사라질 때

 

홀로 초롱불을

켜켜이 켜놓고

누군가를 기다리고 선 당신

 

바람잦은 언덕길에

하나 둘씩 꺼져가는 초롱불

어두움보다 더 짙은 두려움이

저벅저벅 검은 미로를 지나

마음속으로 걸어들어 올 때면

고향집 그 언덕우에

늘 서있던 당신이 그립습니다

 

이제 마지막 초롱불 마저

바람에 흔들리다

사그라들 때면

더 가까이 다가오는

이별의 계절

기대고 싶은 당신을 닮았습니다

 

억새

 

촘촘히 세워진 울바자 사이로

새어나온 쓸쓸함을

온 밭에 하얗게 뿌려놓

엄마의 잔소리

넉두리처럼 널려있습니다

 

가슴속에 삭히고 삭혔던

길고 긴 한숨같은 푸념들을

줄느런히 늘여놓고

밤잠 설치는 별무리들과

뒤척이며 술렁이는

황야의 파도

 

바람에 휘청휘청

혼심을 다하여

온 몸을 풀어풀어

못다한 이야기로

이 가을을 갈무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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