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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정순금의 수필세계-엄마 향기
정순금의 수필세계-엄마 향기
2020년10월25일 17:09   조회수:113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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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엄마 향기

정순금

 

엄마 향기

 

오늘따라 9월달력이 한눈에 안겨온다.그것도 이달의 끝자락이, 계절엄마가 사정없이 고열을 내뿜던 여름을 어디론가 보내고 황금색 옷을 갈아입는 서늘한 가을을 보내왔다.

단풍든 아름다운 전야를 감상하고저 나는 교외로 달리는 뻐스에 몸을 실었다.20여분도 안걸려 오곡이 무르익은 황금벌판이 시야에 안겨왔다. 넘실거리는 나락위로 고추잠자리들이 맴돌고 있었다.

아,잠자리,애고사리같은 손으로 잠자리 잡는다고 허둥지둥 논판에서 뛰여다니다가 벼그루에 걸려 벌렁 뒤로 자빠졌던 어린 시절 그때 논판에 고인      비물에 뒤잔등이 흠뻑 젖었건만 한눈에 안겨온 파란 하늘이 너무 보기 좋아 하늘만 쳐다보았지.

두둥실 떠다니며 아름다운 화폭을 그리는 구름의 조화에 탄복하며 시야에 안겨오는 멋진 경물에 하나하나 이름을 달아주었지.이룡산,장백산,철리마,코끼리산…

천진란만했던 동년의 추억에 보고싶은 엄마가 묻어나온다.

소녀시절 가장 인상 깊었던 그날, 9 월  중순 어느 일요일이였다. 나와 녀동생은 엄마가 일하는 논으로 찾아갔다.

일요일마다 나와 벼단을 세워주는 우리 자매가 자랑스럽다고 엄마는 일손을 멈추고 이마의 구슬땀을 훔치고 나서 환한 얼굴로 우리를 맞아주었다.

푸름한 새벽에 아침 도시락이라고 싸가지고 온 옥수수가루떡 두개에서 한개를 뚝 쪼개서 우리들 손에 쥐여주고 파란 가을하늘이 좋지만 낟알 거두는 가을이 그것도 풍년든 올가을이 너무 좋다고 수다를 떨었다.

우리가 한창 엄마의 수다를 재미나게 듣고 있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억수로 퍼부었다. 엄마는 부랴부랴 우리들을 이끌고 벼무지로 뛰여가 벼단으로 머리우를 가리고 우리들을 꼭 끌어 안아주었다.

엄마품에 안겼을 때 나는 엄마몸에서 뿜겨나오는 이상야릇한 냄새를 감각했다. 그 냄새는 그렇게 좋았다.엄마의 포근한 품에 안겨 오래오래 한껏 그 냄새를 맡고 싶었다.

하지만 비가 그치자 엄마는 계속 가을해야 했고 우리도 벼단을 날라야 했다.가을철이라 엄마는 채바퀴 속의 개미마냥 바삐 보내야 했다.

아버지가 일찍 세상을 떠나 엄마는 벼가을,콩가을을 제쳐놓고도 심어놓은 모든 먹거리들을 혼자서 모두 걷어들여야 했다 .

매번 엄마가 하루일을 끝마치고 집안에 들어설 때면 나는 하던 일을 제쳐놓고 엄마한테로 달려가 엄마를 끌어안았다.엄마의 체취 그  향기를 맡고 싶었던 것이였다.

벼가을을 하고 돌아올 때면 영근 낱알 향기 뭉클하게 안겨오고 콩가을을 하고 돌아오면 고소한 냄세, 배추,무우를 뽑고 돌아오는 날엔 싱그러운 향기,고추 따고 대파를 캐는 날엔 맵싸르한 향기가 풍겨나왔다 .

어느날 엄마는 도시락을 싸가지고 콩가을을 나갔다. 저녁무렵 우리자매가 마당에서 한창 줄뛰기를 놀고 있는데 엄마가 사립문을 떼고 들어섰다.엄마 몸에서 풍겨나오는 고소한 콩냄새가 나의 코구멍으로 솔솔 감겨들었다. 엄마의 입가엔 검댕이가 뭍혀있었다.

 “엄마, 콩서리 …”

내가 의아해 엄마를 쳐다보고 있는데 엄마는 히죽히 웃으며 호주머니에서 감실감실 맞춤히 구워진 콩 한주먹을 꺼내 나와 동생에게 나눠주었다.

동생은 한알을 먹고 나서 너무 맛있다고 좋아서 퐁퐁 뛰었다.콩서리에서 주어온 구은 콩알을 얻어먹은 후로 우리자매는 엄마의 향기를 독차지하려고 저녁이면 서로 엄마의 품에 안겨 자려고 자리다툼을 했다.

언니인 내가 양보할 수밖에 없었다. 동생의 곁에서 자면서도 나는 엄마의 몸에서 풍겨나오는 그 형언할 수 없는 향기를 맘껏 향수할 수 있었다.

동년의 추억을 개어올리고 한눈에 안겨오는 출렁이는 황금낟알,꽃단풍든 산과 들을 보느라니 엄마의 향긋한 냄새가 코끝에서 맴도는 듯한다 .

큰길 남향 연못에 꽃이 떨어진 푸른 연밥우에 투명한 날개를 접고 잠자리가 점잖게 앉아있다. 연꽃의 향연에 깊숙히 빠져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는 감회에 젖어본다 .

아름다운 수확의 계절에 풍겨오는 가을향기에 또다시 엄마의 그 향기 절절이 그리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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