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의 밤이 옵니다(외1수)
김기덕
그때의 밤이 옵니다
그대는 나의 행복한 밤이였습니다
밤이 되면 나에게로 조용히 날아들었고
낮이 되면 그대는 조용히 사라졌습니다
날아가는 가을의 새들처럼 갔습니다
밤이 되면 그대가 꼭 오실줄로 압니다
입은 옷 그대로 쪽잠을 자다 깨여나면
그대는 나의 창가에 새별이 되여있습니다
그대뒤에는 출렁이는 머-언 바다가 보입니다
갈매기들은 왜서 바다를 떠나지 못하는지
제비들은 왜서 겨울을 피해 가는지
그대가 떠난 뒤에 알았습니다
저 새들이 우는 소리 들으면 난 너무 괴롭습니다
바다가에 서서 먼 섬을 바라보면
초점을 잃은 시선이 밤이 되여옵니다
언젠가 섬마을 고추밭을 지나가면서
똑 내 남편 거시기같다고 웃기던 밤이 옵니다
당신의 헌옷이 된다면
당신을 위하여 함께 일할 수 있는
사계절 때묻은 헌옷이 된다면
나는 그 이상 기다릴 것이 무엇일가
오직 가족을 위해 평생을 다 바치고
무슨 일이든 함께하는 헌 옷이라면
나에게 더 바랄 것이 무엇일가
세상이 어려울 때
늘 함께 할 수 있는 때묻은 옷
코 찌르는 오물이 튀여도
나에게 먼저 튀여 막아줄 낡은 옷
피곤할 때 이 땅 아무 곳이나 앉아도
힘들 때 노력속에 편안하게 해주는
그것이 행복해 웃고픈 헌옷이라면
<미소200g>중 제2부 하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