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다 돌아 온 피리소리(외1수)
김기덕
가다 돌아온 피리소리
순희의 빨간 리봉 못견디게 간질이며
나비처럼 논뚝길로 흘러가던 피리소리
가슴을 읽는 맑은 물소리같다며 손벽 치던
그때의 에피소드 발 없이 다시 돌아오네
고향의 옥돌처럼 60년 밑으로 가라앉으며
세월의 기포처럼 떠오르는 천진한 웃음
새벽의 이슬길 걸어가듯 젖어만 있던
동년을 울린 시골아이의 파아란 피리소리
장난꾸러기 애들이 두팔 벌려 막아섰다나
억쇠가 분것이라면 길세 내야 한다며
지금도 애들처럼 울면서 돌아오고 있다
동년시절 흙때 묻은 시골의 예쁜 추억들아
가을빛(9)
맥을 버린 석양빛
수면에 젊음을 다 토하고
마지막 수건을 흔드는
호수가의 나무그림자
수체화 그리는
붓을 신나게 움직이네
못다 그린 화선지
종이우인가
지워버린
하늘의 꽃구름
호수의 서정을
진하게 풀어놓고
태양이 준
고마운 에너지를
가을이 다 써버렸나
남은 그릇에 작은 해살이
무엇인가 자꾸 퍼 담는다
사랑과 빛이 어울려
눈부신 하루!
<미소200g>중 제2부 하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