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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김영분의 수필마당-얼굴(窟)
김영분의 수필마당-얼굴(窟)
2020년10월25일 14:39   조회수:298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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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얼굴(窟)

김영분

 


얼굴(窟)

 

 

얼굴 하면 자연히 주위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엄마의 얼굴, 애들 얼굴, 남편 얼굴, 친구의 얼굴, 회사동료의 얼굴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른다.

어제 저녁 티비를 보고 있는데 톡투유 프로그램에서 한창 얼굴이라는 화제로 재미있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었다.

그중 한 게스트의 말이 나로 하여금 섬찍한 전율을 느끼게 하였다.

그 선생님이 말씀하시기를 얼굴(窟)을 한자로 풀이를 했을 때  한 사람의 얼이 지나가는 동굴이다 라고 했다. 그러고보니 굴(窟)은 정말 동굴할 때 굴이였다. 굴이란 터널로 풀이가 되기도 하기때문에 얼굴은 그야말로 한사람의 얼이 지나가는 통로임이 틀림없다.

얼이 지나가는 통로인만큼 자연스레 한사람의 얼굴에는 그 사람의 얼이 쓰여있을 것이다. 즉 내 맘이 다른사람한테 보여졌을 테고 나도 다른 사람의 영혼을 그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엿보았을 것이다.

어제 그프로그램을 보기 전까지는 이렇게 사람의 얼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제 보고있던 얼굴은 그냥 얼굴이 아니라 한사람의 얼 즉 영혼이였음을 알았을 때, 오늘 아침 다른 사람을 마주할 때는 가볍게 다른 사람 얼굴을 볼 수가 없었고 나도 가볍게 내 얼굴을 아무렇게나 보여주면서 다닐 수가 없었다. 상냥한 미소 쯤은 하고 있어야 하지 않을가. 친절한 눈웃음을 짓고있어야 하지 않을가. 이건 얼굴이 아니라 내 영혼 내 마음이니까.

아침 다섯시반이 되니 내 핸드폰 알람이 울린다. 달콤한 잠에서 깨야한다. 나는 두 아이 엄마니까. 애들이 학교를 가야하니까. 큰 애는 초중2학년이라 학업도 과중하니 아침을 잘 해먹여야 하니까. 작은 애는 5학년이니 또 아침 밥 먹이고 학교에 데려다 줘야 하니까. 어제 밥은 앉혀놨고 예약도 해놨으니 이맘때면 구수한 밥 냄새를 풍기면서 밥이 다 되여 있을테고 있는 밑반찬에 계란하고 파를 넣고 살짝 지져주고 미역에다 소고기 녹혀놨으니 국을 끓이면 된다.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서서히 잠을 물리치고 옹크렸던 몸도 기지개 쭉쭉 켜면서 일어날 준비를 한다. 부시시 눈비비면서 일어나 어슴푸레한 거실을 지나 주방에 전기를 켠다. 내 눈은 강한 전등빛에 찌프려져있다.

이때 갑자기 어제저녁 봤던 그 얼굴이 생각났다. 그래. 내가 오늘부터 얼굴관리 하기로 했으니. 가만 .솔직히 얼굴 관리가 아니고 마음가짐을 고치기로 했다.누가 안 보고 있을지라도 얼굴 찌프리는 일은 삼가하자 하고 생각하니 얼굴이 자연스레 펴졌다. 내 영혼을 구겨서야 되겠는가.

계란볶음하고 소고기미역국을 다 해놓고 나면 우리 큰 애부터 깨워야 한다. 예전같으면 큰 애가 자고 있는데로 가서 이불을 걷으면서 얘야 빨리 일어나라 시간 다 됬다 하고 건성으로 말하고 다시 내 할일을 했으련만 오늘은 그렇게 쉽게 엄마와 하는 첫 아침 얼굴을 그냥 아무 의의 없이 마주보게 하고 싶지 않았다.

밤중내내 자고 있던 얼굴 근육들은 아직 풀어지지 않았는지 웃으려고 해도 아주 뻣뻣한 감을 주었다. 그래. 예전엔 아침마다 이렇게 밋밋하고 뻣뻣한  얼굴로 우리 애들을 대했구나. 자책감이 들었다. 최대한 자연스런 미소를 지으면서 우리 애를 깨웠다. 내 마음과 영혼을 담아서 정성스레 <얘야. 좋은 아침이다. 여섯시 되간다. 우리일어나 볼가.>아들이 눈을 부시시 떴다. 쭈빗쭈빗 선 머리를 돌리며 눈은 어슴프레 뜨면서 나를 바라본다. 엄마는 상냥스레 웃고 있다. 물끄러미 자기를 바라보고 있다. 영혼을 담은 얼굴은 웃을 때 아마 은은한 사랑을 풍기면서 상대방을 포옹하리라 믿었다.

아들은 이런 엄마의 속내를 아는지 모르는지 예전 하던데로 또 눈을 감는다. 그러고는 한마디 <엄마, 나 삼분만 더 잘게.> 하지만 내가 내 정성과 맘을 담은 얼굴로 아들을 대했기에 우리 아들은 충분히 내 마음을 읽었으리라. 아침에 일어나서 사랑을 듬뿍 느꼈으리라. 나는 그렇게 믿었다. 왜냐하면 잠꼬대 같은 아들의 말소리는 흐느적흐느적 애교가 섞여있는 것처럼 들렸기에. 예전엔 아들도 툭한 말투로 나한테 대꾸하지 않았던가. <에이. 엄마, 다 좀만 더 잘게.>하면서 말이야. 같은 말이지만 느낌과 톤과 흐름이 다르게 느껴졌다. 봄눈이 녹는 듯, 사탕이 입에서 녹는 듯 그런 느낌이였다.

출근하는 길에 나는 또 그 얼굴 화제를 떠올렸다.

나는 여태 어떤 얼굴로 살아왔을까.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수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나는 어떤 얼굴로 살아왔을가. 나는 잘 웃는 편이 아니다. 성격이 활달하지 못한데다가 낯가림을 많이 한다. 나는 여태까지 애들을 혼낼 때는 험상굳은 얼굴을 했었고. 누군가를 험담을 하고 있을 때는 야릇한 심술을 상기시켰고 가족들때문에 속상했을 때는 한없이 우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나는 내 얼굴을 통해서 나의 속마음을 그대로 다른사람들한테 보여주었다. 참으로 많이 미안한 일이였다. 나의 표정으로  인해서 다른 사람들도 많이 불쾌했을 거라는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 미안하고 후회스러웠다.왜 자주 웃어주지 않았을가. 내 어두운 얼굴뒤에는 나의 소심하고 씩씩하지 못한 영혼이 엿보였다.

그러면 자주 웃기만 하면 나는 다른 사람들한테 인상만점이지 않겠는가.어제 출연한 게스트들과 객석 손님들이 한결같이 열띤 토른을 벌린 화제가 바로 자주 웃는 것이다. 현시대 사람들은 집단주의속에 살면서 자주 웃을 것을 강요당했다. 우리의 영혼 우리의 얼굴도 남들과 같은 얼굴이기를 강요당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대학 나오기전까지는 사람들은 자기 얼굴을 소유했을지라도 학교를 마치고 사회생활을 시작하면 곧바로 자기 얼굴을 잃어가는 사람이 되여간다.

그렇다. 우리 애들은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토라져있고 즐거우면 즐겁다고 마음껏 웃고 있다. 억울하면 억울하다고 눈물 뚝뚝 흘리고 신기하면 신기하다고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싫으면 싫다고 외면하고 좋으면 좋다고 앙탈을 부리기도 한다. 이렇듯 애들 얼굴은 자연스레 연출된다. 이건 애들의 영혼이 그만큼 순수하고 깨끗하다는 말이 아니겠는가.

반면 어른은 좀 다르다.애들이 좋은 성적표를 내 앞에 가져왔을 때는 뿌듯한 표정을 하고 있을테이고 남편에게서 생각지도 않은 선물을 받았을 때는 행복에 겨운 사랑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듯 자유분방하게 내 마음을 숨김없이 보여주는 얼굴이 있는가 하면 반면에 좋아도 나빠도 화가 나도 억울해도 다 웃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잘 웃는 사람이 성공을 가져온다는 말도 있다. 우리는 성공의 가도를 달리면서 뜻하지 않게 우리의 영혼을 팔아야 할 때도 있다. 우리의 얼은 얼굴을 통해서 지나가는데 정말 기쁠때 웃는 것은 당연한것이지만 화가 날때거나 억울할 때도 내 속마음을 감추고 가식적인 웃음을 내보내야 할 때가 있다. 그때 그 얼굴은 아마 웃고 있지만 마음은 많이 고달펐으리라. 그래서 잘 웃는 사람도 늘 즐거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저 즐거운척 보일 뿐이다.

이젠 내 얼굴이 얼굴이 아니라 내 영혼히 지나가는 통로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더 이상 가식적으로 내 얼굴을 웃기면서 혹사시키지 않기로 했다. 어두운 얼굴 표정도 짓고 있지 않기로 결심했다.얼굴은 내 마음이자 내 영혼이다. 잘 어루만져주고 잘 풀어줘야 할 것이다. 내 마음을 잘 달래서 편안하게 웃을수 있는 그런 능력을 키워야 한다. 즉 내 영혼을 강하고 탄탄하고 에너지 넘치는 즐거운 얼굴로  만들어야 한다. 항상 강한 마음을 지니고 있을 때 내 얼굴도 자연스레 따뜻한 얼굴이 될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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