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 나무 아래(외1수)
권연이
살구꽃 나무 아래
살구꽃 흐드러진 나무 아래서
시리게 파란 하늘과
싱그러운 꽃내음과
진주처럼 쏟아지는 햇살을 쓰는 사이
그리움은 꽃잎을 물들인다
살구꽃 흩날리며 떨어질 때
내 영혼을 곱게 담아 보낸다
한 가닥 숨결도
떨어지는 꽃잎따라
멀어지는 당신따라
사월의 향기와 같이 사라진다
살구꽃 스치고 진 자리에서
파랗게 멍든 사랑은
흐느끼고 있다
유혹
냉이꽃 핀 길에서
봄을 만났다
사월의 바람이
내 손 끝을 유혹할 때
눈 감고 기대어 보면
아픔도 꽃이 되어 피어날까?
아지랑이에 취해 휘청이다
그리움은 드디어
봄의 포로가 되었다
바람에
햇빛에
꽃에
그리고
쌕쌕거리는 숨소리에…
(연변일보 2017.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