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은 울어야 산다(외1수)

김기덕 

새들은 울어야 산다

참새는 처마밑에서 울고

철새들은 넓은 호수에서 운다

새들의 울음을 사진 찍는 사람들

사진속에 우는 그림자가 보이지 않는다

새들이 울며 멀리 떠날 때

왜서 우냐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어디서나 그 정답이 없기때문이다

새들은 울어야 했다

새들의 음성 이메일이기에

배고플 때, 기쁠 때, 슬플 때

오직 할 수 있는 것이 울음이기에

울어야 했다

새들은 다 울며 자라고

울며 어른이 된다

나래만 펴고 울지 못하는 새는

오히려 더 병들고 슬픈 새일지 모른다

콩밭에   

콩꽃이 하얗게 필 때면

밭고랑마다 배 볼록한

작은 임신이 보인다

땅속에서 한숟가락씩 밥을 먹으며

콩뿌리마다 이몸으로

흙을 씹는 소리 가늘게 들린다

아름답지 않는 콩꽃이지만

포기마다 눈물 심은 어머니 마음과

어린 새들을 괴롭혔던

눈물로 싹틔운 사랑이 보인다

그때 함께 울었던 새들은

다 어디서 사는건지?

그날 함께 땀을 심었던

시골의 추억은  다 어디로 갔는지?

선들선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잘 여문 콩 꼬투리속에서

칠갑산 눈물이 톡톡 튀여나올 듯…

                          <미소200g>중 제2부 하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