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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  좋은 글  >  박일의 벽소설세계-웃음소리
박일의 벽소설세계-웃음소리
2020년10월19일 18:59   조회수:245   출처:청도조선족작가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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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소설

웃음소리

박 일

 


웃음소리


꽃피는 4월이다.

14일간 격리를 마친 향미는 한가슴 기쁨을 안고 오늘 첫 출근을 하였다. 그런데 오후 허리쯤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저녁에 우리 처가로 가기로 한 걸 내일로 미루면 안될까?”

“왜요?...”

“서안에서 대학동창이 왔어, 같은 조선족이구 끔찍히 친했던 녀석이거던.”

“그럼 저도 같이?”

“물론이지… 바늘이 가는데 실이 안 따르면 말이 될까?!”

“호호호 알겠어요.”

향미는 퇴근을 하자 남편과 약속한 아리랑음식점으로 가려고 버스정류소로 향하 는데 남편한테서 재촉 전화가 왔다. 방금 그이는 동창생을 차에 태워 음식점문앞까지 갔었는데 갑자기 회사에 일이 생겨 동창생만 내려놓고 지금 회사로 가고 있으니 어서 택시를 타고 음식점으로 가라는 것이다.

음식점에 이른 향미는 곧추 남편이 예약한 5호방을 찾았다. 촘촘히 이어진 독방 들은 출입문을 설치하지 않아 곁눈을 팔면 방안을 볼 수 있었다. 3호방, 4호방, 5호방… 향미는 그렇게 5호방 앞에 이르렀다. 미상불 점잖게 양복차림을 한 젊은이가 껄껄 웃으며 어디엔가 전화를 하고 있었다.

“어머-!”

순간, 향미는 손으로 입을 꼭 싸쥐였다. 뜻밖에도 남편의 동창생은 향미가 잘 아는 사람이였다.

향미는 방으로 들어가지 않고 폰을 귀에 대고 동료인 쇼쌰를 급히 불렀다.

“쇼쌰야! 너 어서, 빨리, 속히, 아리랑으로 와!”

그러고 난 뒤에야 향미는 얼굴에 함박꽃을 활짝 그리며 5호방에 발을 들여놓았다.

“안녕하세요? 류박사님이시죠?! 전 명우씨 부인이래요.”

“오- 반갑습니다! 명우는 저보다 석달 앞섰으니까 형수님이라 불러야겠네요.”

두 사람은 뜨겁게 인사를 했다.

류박사는 향미를 미인이라고 했다. 그 소리에 향미는 귀밑을 붉히며 처음 만나자 부터 사람을 골려도 되느냐며 웃었다. 했더니 류박사는 거짓 아닌 진담이라며 연이어 미인소리를 두번 세번 뽑았다. 향미는 복무원을 시켜 물티슈를 가져오게 했다. 그리고 물티슈 한장을 뽑아 류박사에게 주었다.

“요즘 비상사태를 겪으면서 사람들의 생활습관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는 것 같아요.”

“첫째는 손을 자주 씻는 것? 맞지요?!”

“예, 맞아요!”

두 사람은 물티슈로 손을 닦으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럼 두번째는 뭡니까?”

“전국적으로 무릇 음식점이면 상에 공동용 젓가락 한쌍 더 올려놓는 것!”

“오- 그렇네요, 그럼 세번째는 줄을 서면 옛날처럼 붙어서지 않고 간격을 띄워 서는 것… 저가 어제 뭘 좀 사려고 서안 신세계상점에 갔다가 새삼스레 느낀 겁니다.”

“호호 그것도 맞아요”

향미와 류박사가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향미가 부른 쇼쌰가 방긋 웃으며 방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향미는 가운데서 이 분은 서안에서 오신 류박사님이고 이쪽은 자기의 동료 쇼쌰라며 소개를 했다. 쇼쌰가 한족이어서 그 때부턴 자연스레 중국말로 대화가 바뀌 여졌다.

“허허 할빈이 과연 물이 좋은가 봅니다. 어쩜 할빈 여성들은 이렇게 보는 사람마다 한결같이 예쁠까요?”

 “아니 그럼 명색이 박사라는 분이 옛날엔 ‘항주’여성이고 지금은 ‘할빈’여성이란 말도 여직 못들어 봤단 말인가요?”

성격이 활달한 쇼쌰가 익살스레 꼬집는 소리에 류박사는 말문이 막혀 그저 고개만 달달 탈았다. 남편 명우는 아직도 얼마 더 있어야 들어서니 먼저 식사를 하라고 전화가 왔다.

“명우 그 친구는 아예 오지 말았으면 좋겠네…”

“그래 말이야, 쇼미 너 남편한테 전화 걸어 오지 말라고 해!”

쇼쌰가 류박사와 맞장구를 치는 바람에 세 사람은 또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데 류박사는 이야기를 하면서 슬금슬금 등받이의자에다 등을 비벼대고 있는 이상한 동작이 향미와 쇼쌰의 눈에 걸렸다.

“혹시 박사님의 몸엔 뾰루지 같은 부스럼이 있지 않아요?”

“어? 부스럼... 왜 그런 말씀을?…”

“사람의 몸에 부스럼이 생기면 몸이 가려워 참기 어럽거든요.”

“아니, 전…전 그런 거 없습니다.”

류박사가 얼굴을 붉히며 손사래를 쳤다.

순간, 향미와 쇼쌰의 눈에는 빨간 뾰루지가 생긴 한 환자의 등에 습진약을 발라주고 등을 긁어주던 모습이 떠올랐다. 

이윽고 음식이 들어왔고 도수 높은 소주 ‘베이징 얼궈터우’도 들어왔다.

“어? ‘베이징 얼궈터우’ 이 술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술인데…”

“호호 전 독한 술을 못해요. 하지만 오늘 류박사님이 저와 쇼쌰를 미인이라고 잔뜩 올려추니 저도 독한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이 나네요.”

 향미는 술병을 들고 먼저 류박사의 잔에다 술이  찰찰 넘어나게 부었다.

 “쇼쌰? 너도 ‘얼궈터우’ 마실 거지?!”

 “OK!”

 쇼쌰가 머리를 끄덕이자 향미는 둘의 잔에도 술을 그득 부었다.

 “두 여사님, 고맙습니다. 이 술을 보니 갑자기 저가 무한에 입원해 있을 때 생각이 나네요.”

 “예? 박사님이 무한에 입원했었다구요?”

 “언제?...”

 “예, 지난 1월 22일 무한에 있는 박사 동창의 결혼식에 갔다가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려 보름간 입웠했었지요…아 정말 여기 흑룡강에서 간 무한지원의료진에서 저의 병을 고쳐주었거든요.”

 류박사는 이러면서 핸드폰에 저장한 사진 한장을 꺼내 보인다. 환자복을 입은 류박사가 침대에 허리를 반쯤 세우고 누워있고 흰 방의복으로 온 몸을 꽁꽁 감싼 간호사 두 사람이 양옆에 서고 “승리”란 뜻으로 셋이 같이 엄지를 내두르며 찍은 사진이였다.

“그럼 박사님은 이 간호사들이 어떻게 생겼는지 얼굴을 보았어요?”

“못봤지요. 여기 오른쪽에 선 간호사는 성이 고씨이고 왼쪽에 선 간호사는 성이 왕 씨입니다.”

찰나, 향미와 쇼쌰의 목에서는 뜨거운 것이 울컥울컥 올라왔다. 지금 류박사와  마주하고 있는 자기들 두 사람이 바로 무한병원에서 류박사와 같이 사진을 찍은 그 간호사들이였으니 말이다.

“참으로 고마운 천사들이였지요… 내가 독한 ‘베이징 얼궈터우’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나를 힘내라며, 이제 병이 나으면 언젠가 할빈에서 꼭 만나자며 하루에도 몇번씩 손과 손을 으스러지게 잡고 ‘얼궈터우 쨔유!’를(加油) 외쳤거든요.”

이렇게 말하는 류박사의 눈엔 뜨거운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러는 류박사를 보자 향미와 쇼쌰도 서로 목을 끌어안고 세차게 어깨를 들먹이였다.

 “그럼 그 간호사들이 보고 싶지 않아요?”

 “그렇지 않아도 내일 먼저 그 은인들부터 찾아갈 겁니다. 저한테 이모 같았던 맹경화 의사, 그리고 고향미, 왕쇼쌰 두 간호사 전화번호가 다 있거든요.”

“그럼 지금 여기서 그 고씨 간호사한테 한번 전화를 걸어 보시지요?”

쇼쌰가 이러면서 눈썹춤을 추는 걸 향미가 얼른 옆구리를 찔러놓는다.

“호호 박사님, 전화는 후에 하시고 우리 같이 술을 마십시다.”

향미의 제의하에 세 사람은 술잔을 들고 시원스레 건배를 했다. 술이 너무 독해서 향미와 쇼쌰는 목구멍에 불이 활활 붙는 것 같았다. 그래도 눈물이 나게 기뻤다.

이때 향미의 남편 명우가 헐레벌떡 음식점으로 들어섰다. 그의 손에는 아까 동창 생이 차에다 놓고 내린 선물이 들려있었다. 그 선물은 향미와 쇼쌰 그리고 맹의사 에게 주려고 서안에서 들고 온 명품가방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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